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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이강운의 곤충記 -아가미 있는 곤충의 겨울나기

이신재 | 2022-05-16 10:06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당뇨에, 고혈압에, 최근에는 허리 디스크까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다. 동네 병원 의사 왈 “ 당뇨, 고혈압엔 운동이 최고”란다. 운동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협박까지 곁들였다.

죽는다는데 마냥 버틸 수 없어 수영을 시작했다. 숨 쉬는 게 장난이 아니다. 땅 위에선 특별한 노력 없이도 할 수 있는 ‘감동 없는 일’이었는데...

육상에서 곤충들이 충분히 적응하고 그 숫자를 늘렸으나 여전히 많은 종류의 곤충들은 자기 생의 일부 또는 전부를 물속에서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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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영하 28도 한여름 40도를 오르내리며 거의 70도의 온도차를 보이는 ‘뭍’과 비교해보면 ‘물’은 열에 의한 온도변화가 적다. 최소한의 온도차가 완충 역할을 해주고, 중력에 대한 에너지도 적게 써서 물은 생물들에게 안전한 서식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숨쉬기는 쉽지 않다. 육지와 물의 가장 큰 물리적 특성은 '산소가 얼마나 있느냐?' 이다. 한겨울 차가운 물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물속 곤충은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겨울 계곡의 찬 물’이라 하면 느낌으로는 오싹해지지만 수서곤충은 주로 겨울에 활동한다. 온도가 내려갈수록 물속은 산소를 더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에서 나오는 실로 물속 바닥에 있는 나뭇조각, 모래, 가지나 돌을 이용해 집을 짓고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날도래 애벌레가 있고, 돌 밑이나 나뭇잎 밑에서 날도래 애벌레나 하루살이 애벌레 등 작은 곤충을 먹고 사는 강도래 애벌레가 있다.

잔뜩 웅크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잠자리 애벌레와 하루밖에 못 살 것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하루살이 애벌레도 겨울 계곡 물속에서 한창 활동 중이다.

수서 곤충은 육상 곤충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산소를 효과적으로 세포에 전달하기 위하여 정교한 체계를 발달시켜야한다. 공기 호흡을 하는 척추동물의 허파와 어류의 아가미처럼 물속 곤충들도 물 속 산소를 효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관아가미(tracheal gill)를 갖는다.

기관아가미는 산소를 호흡하고 각 조직에 산소를 순환시키고 미세혈관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아가미와 같은 일을 한다. 더 많은 산소를 만들기 위해 표면적을 넓힌 기관아가미를 흔들어 물을 흐르게 하고, 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몸 곳곳에 빠르게 공급한다.

집을 이고 다니는 날도래애벌레는 가는 실이 엉킨 것 같은 기관아가미가 배 전체를 감싸고 있고, 하루살이 애벌레는 배마디에 깃털 모양의 기관아가미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강도래 애벌레는 가슴마디에 실 모양의 기관아가미를 갖고 있다. 파리 종류인 각다귀 애벌레는 산소를 들여 마실 때만 열리는 폐쇄된 숨구멍아가미와 고도로 분포된 혈관을 연결하여 호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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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의 종류나 기관아가미의 형태나 위치로 종을 분류할 수 있을 만큼 수서곤충에게 호흡기관은 가장 중요한 신체 구조이다.척추동물은 헤모글로빈으로, 절지동물인 갑각류는 헤모시아닌이라는 적혈구 내 호흡색소를 사용해 산소를 운반한다. 그러나 바로바로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기관계를 갖고 있는 곤충은 호흡색소가 필요 없다. 다만 산소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물속 곤충들에게는 강제 순환시킬 수 있는 호흡색소가 필요하다.

모기 애벌레나 송장헤엄치게 종류들은 기관계를 통한 단순한 확산이 아닌 더 빨리 조직에 산소를 운반해 주기 위해 헤모글로빈을 사용하여 부족한 산소를 보충한다.

곤충이지만 숨을 쉬기 위해 아가미를 만들고, 산소가 부족하면 호흡색소로 보충하면서 생존을 위해 적응 방산하고 있는 물속 곤충들에게 인간이 만들어 낸 화학약품은 독약이다. 그들은 물에 잘 녹지 않는 유기화학, 오염물질 때문에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환경적 압밥을 견디지 못한 잠자리목, 강도래목, 날도래목, 하루살이목 등 이미 많은 종이 멸종 된 상태로 확인되었다.

수서곤충은 지표 종(Indicator)으로 활용이 된다. 물은 외부 작용에 가장 빨리 반응하고 제한된 서식 공간인 물에 사는 곤충도 즉각적인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종(種)에 머무르지 않고 생태계 전체를 이해하고 파악하여 환경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뜻이므로, 수서곤충이 급격히 줄어들고 멸종 되어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살충제와 오염 물질로 생성된 공기 중의 미세먼지가 산성비의 형태로 지표로 내려와 광범위한 지역의 호수와 강을 산성화 시켜 생물을 죽게 하고 결국에는 독성효과를 나타내는 생물농축이 일어난다.

물 생태계를 대표하는 얼굴들인 수서곤충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수서곤충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고 먼 나라의 이야기도 아니다. 깨끗한 물과 신선한 공기가 있어야 사람도, 곤충도 마음껏 숨 쉬며 살 수 있다.

이강운 곤충학자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장이며 국립인천대 매개곤충 융복합센터 학술연구 교수를 맡고 있다. 2015년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Ⅰ》, 2016년 《캐터필러 Ι》, 2017년 《캐터필러Ⅱ》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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