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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펜데믹 이후, 유동성 랠리 주택시장 대해부

이순곤 기자 | 2022-05-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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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주택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주택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높다.

그런가 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정화영 연구위원의 금리와 가계대출 변동이 주택가격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시장 전반의 가격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금리인상의 영향은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나타남에 따라 단기적으로 가계대출이 금리에 비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가격의 상·하방 리스크 분석을 통해 살펴보면, 팬데믹 이후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 및 가격 오름세로 인해 상방 리스크가 크게 확대됐다.

특히 최근의 주택가격상승률은 상방 리스크에 가까운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주택시장의 과열 양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 팬데믹 이후 주택시장

팬데믹 이후 가계신용이 소비활동에 비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부채를 통해 늘어난 가계의 유동성은 실물경제로 순환되기보다 대체로 자산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2020년 이후 주택가격은 과거 추세에 비해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0~2021년 중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와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각각 24.6%, 31.8% 상승했다. 직전 10년 상승률(2009~2019년 중 각각 23.6%, 27.9%)을 웃돈다.

실물경제 회복세와 주택가격 상승세는 큰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회복세, 저축률 상승 등 경제적 요인에 공급제약 요인이 더해지면서 주택수요가 확대된 가운데 완화적 금융환경을 바탕으로 빠르게 늘어난 가계신용이 주택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금융불균형 누적에 대한 우려가 크게 높아짐에 따라 한국은행은 주요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총량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으며,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 가계대출 금리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팬데믹 이후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이 완화적 금융환경에 기인했던 만큼 이러한 금융여건의 긴축적 변화는 가격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금융환경 변화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정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75bp(1bp=0.01%포인트) 인상 및 실질 가계대출증가율 1%p 축소가 실질 주택가격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금리인상은 주택가격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그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기준금리 75bp 인상은 전국 실질 주택가격상승률을 4년 뒤 평균 1.6%p 낮추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인상의 영향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1.6%p)과 6개 광역시(-1.8%p) 간 차이가 소폭에 그치며 지역 전반에 걸쳐 주택가격상승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서울 내에서도 강북(-1.7%p)과 강남(-1.5%p)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다만, 아파트의 경우 지역 간 가격상승률 변동폭의 차이가 다소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유형별로 나누어 살펴보더라도 금리인상은 주택유형 전반에 걸쳐 가격상승률을 낮추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준금리 75bp 인상 4년 후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의 가격상승률은 1.7%p씩 낮아지고 아파트의 경우 1.4%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지역만을 대상으로 주택유형별 영향을 분석한 경우에도 그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통화정책은 다양한 파급경로를 통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금리인상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가계대출이 금리에 비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 가계대출증가율이 1%p 낮아지는 경우, 주택가격상승률에 대한 영향력은 1년 후 –1.0%p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가 이후 점차 약화되면서 4년 후에는 그 영향이 대부분 소멸된다. 이런 결과는 최근 시행되고 있는 가계대출 관리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주택가격 상하방 리스크

주택시장은 일반 시장과 달리 수요와 공급의 신축적인 조정이 어렵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주택가격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평균적인 관계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기대보다 큰 폭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위험이 높아질 경우, 이에 대응한 경제주체의 행태변화가 오히려 수요를 확대시킴으로써 가격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평균에 대한 분석보다는 꼬리위험(발생 가능성은 낮으나 실현될 경우 주택가격이 기대보다 큰 폭으로 상승 또는 하락할 위험)에 대한 분석을 통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상승률 확률분포의 양쪽 꼬리위험에 해당하는 90%분위와 10%분위를 이용, 주택가격의 상방 리스크와 하방 리스크를 분석했다.

팬데믹 이후 주택가격 상승기대가 크게 높아졌다. 2020년 이전에 비해 90%분위와 10%분위가 모두 높아지며 가격상승을 의미하는 양(+)의 값을 보인다.

특히, 하방 리스크에 비해 상방 리스크가 빠르게 높아짐에 따라 주택가격의 하락 가능성은 낮아진 반면 단기 급등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방 리스크를 의미하는 90%분위는 2012~2019년 평균 +1.2%에서 2020년 이후에는 +3.2%로 큰 폭(+2.0%p) 상승했다.

이에 반해 10%분위는 같은 기간 상승폭이 1.1%p(-0.5% → +0.6%)에 그치며 상방 리스크가 비대칭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주택가격의 상방 리스크가 가계대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졌음을 고려할 때 유동성 요인이 상방 리스크 확대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가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주택가격 상승이 다시 대출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간 피드백(feedback) 효과가 2020년 이후 더욱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의 상방 리스크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상방 리스크가 크게 높아진 현재 상황에서는 가계대출 관리조치가 금리인상에 비해 가격 급등세 억제에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어 “장기적 대응과제로는 금리인상의 파급효과를 감안해 대출관리 강화조치의 점진적인 정상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조는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순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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