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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주식시장, 금리보다 유동성에 민감 반응

이순곤 기자 | 2022-05-16 13:47
최근 인플레이션이 많은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어 물가 상승세가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대응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통화정책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금리보다 유동성 측면의 긴축 충격 발생 시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KOSPI 지수와 IT, 산업재, 소재, 경기소비재 부문이 뚜렷하게 하락한다.

주가는 주요 거시ㆍ금융 지표 중 산업생산지수와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한편 이 상관관계가 높은 업종일수록 통화정책 충격에 대한 반응 정도가 크다.

그런가 하면 긴축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주가가 단기간 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투자자들은 통화정책에 따라 과민 반응하기보다 실물경제 상황에 주목하면서 관련 리스크에 대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4차례 금리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50%까지 높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은 원유 등 국제원자재 관련품목 뿐 아니라, 각종 개인서비스 부문까지 확산되고 있어 물가상승세가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상황과 함께 한국은행이 현재 기준금리가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완화 정도가 추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은 경기 및 물가 뿐 아니라 개별 자산 가격에도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대표적 금융자산인 주식의 경우, 총수요와 위험추구 성향 등을 통해 통화정책의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서 총수요는 소비 및 자본재 수요 등 기업의 실적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긴축적인 통화정책은 이를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개인 투자자의 참여가 증가하면서 저변이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한층 증대되고 구체화됐다.

■ 통화정책 결정과 주가의 변화

한국은행은 2000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총 248회 기준금리를 결정했다. 이중 26회는기준금리를 인하, 21회는 인상했다. 기준금리 조정폭은 대부분 25bp(41회‧1bp=0.01%포인트)이지만,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이 크게 고조됐던 9‧11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50~100bp까지 인하했다.

먼저 금리조정 시 주가지수의 변동양상을 보면, 금리 인하 시 주가가 상승한 경우는 12회, 하락한 경우는 14회로 비슷하다. 금리가 75bp 및 100bp 인하됐을 때 주가지수는 평균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50bp와 25bp 인하 시 오히려 소폭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관된 패턴이 없다는 얘기다.

금리인상 시 주가의 상승 및 하락빈도는 각각 6회와 15회로, 금리인상 이후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금리인상 시 전일대비 KOSPI 지수의 평균적인 변화는 하락으로 나타나는데, 그 폭은 -0.38% 정도로 크지 않다. 기준금리는 201회 동결됐는데, 그 중 주가가 상승한 빈도는 107회, 하락한 빈도는 94회다. 평균적인 등락폭은 0%에 가깝다.

■ 금리 충격

금리인상 충격 발생 당시 KOSPI 및 KOSDAQ 지수는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향성 측면에서는 이론적인 예상과 일치하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중장기 흐름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자본시장연구원 장보성 연구위원은 “금리인상 충격에 대한 반응을 바탕으로 통화정책이 주식시장 전반에 유의미한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 유동성 충격

기준금리가 같더라도 경제여건에 따라 통화정책의 긴축ㆍ완화 정도가 다르게 작용하면서 유동성의 움직임이 기준금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외 정책 수단을 별도로 활용하면 시중 유동성에 영향을 미쳐 왔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KOSPI 지수는 기준금리 인상 충격에 비해 유동성 감소 충격 발생 시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하락한다. 장보성 연구위원의 정량적인 측면에서 분석을 보면, M2(현금과 현금화가 빠른 금융상품을 모두 포함하는 통화량 지표) 약 0.2% 감소할 경우 KOSPI 지수는 같은 시점에서 약 2% 내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1~2개월 후 유의성이 낮아지면서 이전 수준의 주가로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KOSDAQ 지수는 크기와 방향 측면에서 KOSPI 지수와 유사한 반응을 보이지만 유의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산업생산지수의 경우 초기 6개월 정도까지는 금리충격 발생 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회복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그리고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이)는 방향성 측면에서 금리충격 발생 시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금리충격 발생 시 신용 스프레드는 소폭 하락했지만 유동성 충격 발생 시에는 소폭 상승했다. 일반적인 예상에 부합한다.

2021년 10월 M2(말잔) 기준으로 약 5조원이 감소했다. 장 연구위원은 업종 포트폴리오의 반응을 분석했다. 대상은 IT, 경기소비재, 금융, 산업재, 소재, 에너지, 유틸리티, 의료, 통신, 필수소비재다.

주가가 가장 크게 하락하는 시점은 모두 충격 발생 시점이다. IT, 산업재, 소재 및 경기소비재 부문의 하락폭(중위수 기준 약 -2% 내외)이 크다. 반면 유틸리티나 통신, 필수소비재 등의 하락폭(중위수 기준)은 IT나 산업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 충격반응과 거시경제 연관성

포트폴리오 수익률과 거시ㆍ금융변수 간 상관계수가 충격 반응을 특징지을 수 있을까.

포트폴리오별 충격반응(최대 하락폭) 및 포트폴리오 수익률과 거시ㆍ금융변수 간 상관계수(6개월 이동평균 기준)를 보면, 실물경제 활동을 반영하는 산업생산 증가율이 인플레이션이나 금융상황(신용스프레드 및 대출증가율)보다 수익률과 상관관계(절대값)가 전반적으로 크다.

또 산업생산 증가율과 수익률 간 정(+)의 상관관계가 높을수록 통화정책(유동성) 충격에 대한 반응 정도가 큰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특징은 충격 반응의 정도가 크고 뚜렷한 업종(IT, 산업재, 소재, 경기소비재)과 그렇지 않은 업종(의료, 유틸리티, 통신, 필수소비재)을 비교하면 확연히 알 수 있다. 2배 이상 큰 수준이다. 전반적으로는 경기와 수익률 간의 상관관계가 큰 부문일수록 통화정책 충격에 대한 반응 정도가 뚜렷하다.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활동을 통해 주식시장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경기와 상관관계가 높은 업종의 주가가 크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주가 하락폭이 큰 IT 부문에 숏 포지션(매도한 수량이 매수한 수량을 초과한 상태), 하락폭이 작은 필수 소비재 등에 롱 포지션(자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해 보유하는 상태)을 취해 초과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긴축적인 통화정책 충격은 KOSPI 지수를 하락시키는 등 주식시장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화정책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주가에 미친 영향은 지속성이 크지 않다. 모두 1~2개월 내 충격이 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따라서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과민반응하기보다 실물경제 상황에 주목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이다.

[이순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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