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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내 권리를 찾자” 비대면 금융소비의 모든 것

조동석 기자 | 2022-05-16 13:49
금융상품 시장의 비대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선언된 2020년 3월 이후 금융상품의 비대면 판매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금융상품 시장이 비대면화할수록 금융상품 판매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금융소비자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는 대면 채널과 달리 비대면 채널에서는 행위의 주도권이 금융소비자에게 있고, 결과적으로 금융회사의 책임은 줄어드는 반면 금융소비자의 책임은 커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시행으로 금융상품시장에 여러 양상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대면 환경에서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침해될 수도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논의가 10년이상 지연되면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금융상품시장의 환경변화가 금융상품 판매규제에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위원의 ‘비대면 금융상품 수요 증가에 따른금융 상품시장 변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방향’ 글을 통해 비대면 시대 필요한 제도를 알아봤다.

■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의의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과 시행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특히 동일행위‧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금융상품 판매규제가 전 금융업권에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 구매 과정에서 더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또 금융상품 판매대리ㆍ중개업이 신설, 금융소비자가 자신에게 더 적합하고 유리한 금융상품을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넓어졌다.

그러나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금융상품 판매규제가 다각도로 변화하는 금융상품 시장에 맞게 보완이 필요하다. 또 비대면채널에서 제공되는 금융상품 비교ㆍ조회 등과 같은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도 금융소비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이해상충과 불공정경쟁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 금융상품 시장 변화

디지털 금융 확산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시행으로 금융상품시장에 여러 변화가 보인다. 우선 금융상품 시장의 비대면화가 가속되고, 직접판매와 중개판매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으며, 빅테크 등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금융소비자에게 긍정적 효과와 함께 부정적 효과도 끼칠 전망이다.

2016년 전후 비대면으로도 금융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면서 금융회사는 비대면채널의 금융상품 판매 역량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상품의 판매가 꾸준하게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선언된 2020년 3월부터 금융상품의 비대면 판매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신용대출의 비대면 판매비중이 2019년 28.8%, 2020년 55.9%, 2021년 상반기 67.3%로, 펀드의 비대면 판매비중도 같은 기간 61.6%, 78.5%, 83.8%로 각각 상승했다.

물론 모든 금융상품의 비대면 판매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이 그렇다. 보장성 금융상품의 경우에도 자동차보험 등 다이렉트 보험상품을 제외하면 비대면 판매 비중이 매우 저조하다. 2021년 3월말 비대면 채널의 비중이 생명보험의 경우 0.50%, 손해보험의 경우 6.41%에 그치고 있다.

■ 더욱 빨라진 비대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전반의 디지털화가 가속되고 있는 만큼 금융산업의 디지털화도 이전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상품시장의 비대면화도 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시행과 맞물려 더 가속될 수 있다.

먼저 금융상품 판매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금융회사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규제준수 비용과 판매행위 책임에 대한 부담이 적은 비대면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할 유인이 더 커졌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대면보다 비대면에서 금융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거래비용과 서비스 편리성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공모펀드의 경우 2021년 4월부터 대면 판매 실적은 크게 감소한 반면, 비대면 판매 실적은 그 증가세가 다소 완만해졌으나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결과 2021년 7월말 공모펀드의 비대면 판매 비중은 33.9%까지 증가했다.

비대면 채널로의 전환 속도는 금융상품 유형마다 조금씩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성, 예금성, 대출성, 보장성 금융상품 순으로 비대면 판매 비중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성 금융상품의 경우 비대면 채널로의 전환이 가장 광범위하고, 그 속도도 가장 빠를 것으로 보인다. 예금성 금융상품 중 요구불예금 상품은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 작성과 관련 서류 제출 등으로 인해 비대면 채널로의 전환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성 금융상품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상품 등은 금융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비대면과 대면 채널이 혼합된 하이브리드(hybrid) 채널이, 신용대출 상품은 비대면 채널이 더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보장성 금융상품의 경우 비대면 채널로의 전환 속도가 가장 느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디지털 보험상품이 개발되는 범위와 속도에 따라 비대면 채널로의 전환 속도가 가속될 수도 있다.

■ 직접판매와 중개판매 경쟁심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금융상품의 중개판매는 보장성과 투자성 금융상품에 대해서만 이루어졌다. 보장성 금융상품은 주로 보험 대리점을 통해, 투자성 금융상품은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중개판매가 됐다. 생명보험상품의 경우 금융기관 보험대리점(방카슈랑스)의 중개판매 비중이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50% 내외로, 손해보험 상품의 경우 보험대리점의 중개판매 비중이 원수보험료 기준으로 45% 내외다. 펀드상품의 경우 증권사의 중개판매 비중이 판매잔고 기준으로 60% 내외, 은행의 중개판매 비중이 35% 정도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금융상품 판매대리ㆍ중개업이 도입되고 대출성 금융상품의 중개판매가 가능해지면서 대출성 금융상품의 중개판매도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핀테크, 빅테크 등 플랫폼 기업이 금융상품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진출함에 따라 대출성 금융상품의 중개판매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플랫폼 기업의 신용대출상품의 비교 서비스와 관련하여 제휴 금융회사 현황을 살펴보면 카카오페이가 42개, 토스가 35개, 핀다가 46개, 핀크가 27개, 핀셋이 21개 금융회사와 제휴했다. 이중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은행의 경우 많게는 11개까지 제휴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제휴 금융회사를 경쟁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대출상품 비교 서비스의 경쟁력이 제휴 금융회사의 수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을 제조하는 금융회사도 비대면 채널의 역량을 강화, 자체 플랫폼을 통한 직접 판매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우선 은행의 경우 대출성 금융상품의 비대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거의 모든 은행이 신용대출 상품의 비대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고, 대형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증권사도 개인에 대한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비대면 채널을 보강하고 그간 위탁판매 의존도가 높았던 현금관리계좌(CMA), 주가연계증권(ELS) 등 투자성 금융상품의 직접 판매를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도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고 비대면 채널을 강화해 펀드상품의 직접판매를 늘리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 보장성 금융상품의 직접판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비대면채널을 이전부터 구축했다. 비대면 채널의 판매 실적이 저조하나, 생명보험 상품은 온라인 미니보험 유행으로 비대면 직접판매 실적이 증가한다. 손해보험 상품은 비대면채널의 판매실적 중 보험사의 직접판매 비중이 90% 내외를 차지한다.

금융상품 직접판매의 경우 금융소비자에게 더 낮은 수수료로, 중개판매의 경우 더 좋은 조건으로 금융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직접판매와 중개판매 경쟁이 심화될 경우 금융소비자에게 더 유리하고 적합한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력 확대

금융상품시장의 비대면화가 가속되고 직접판매와 중개판매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빅테크 등 플랫폼 기업이 금융상품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상품 시장이 비대면화될수록 금융상품 판매는 주로 플랫폼에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튼튼한 고객기반을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이 직ㆍ간접적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기존 금융회사나 핀테크 기업보다 금융상품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기존 금융회사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카카오와 토스는 금융업을 직접 영위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금융업에 진출했다.

■ 비대면채널에서 판매규제 실효성 저하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과 시행으로 금융상품 판매규제가 대폭 강화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금융회사의 규제준수 비용부담이 증가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금융회사가 비대면채널을 남용할 경우 금융소비자에게 규제준수 비용과 판매행위 책임이 전가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당초 기대만큼 증대되지 않을 수 있다.

비대면채널의 경우 고정비용이 매우 클 수 있으나, 규모의 경제를 고려할 때 대면채널에 비해 낮을 수 있고, 변동비용도 대면채널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는 판매채널의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비대면채널을 확대할 유인을 갖는다. 최근 오프라인 지점이 빠르게 감소하는 것도 금융회사 입장에서 비대면채널이 비용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회사는 금융소비자에게 비대면채널 이용을 유도하거나 강제할 유인도 갖는다. 모든 서비스가 일방적ㆍ순차적으로 제공되고 모든 기록이 자동으로 저장되는 비대면 채널에서는 금융소비자가 모든 절차적 불편을 감소해야 하고 모든 행동과 선택에 대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즉 금융회사는 비대면채널을 이용해 규제준수 비용을 절감하고 판매행위 책임도 회피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금융상품 시장이 비대면채널로 빠르게 전환될수록 대면중심으로 금융상품 판매규제의 실효성이 저하될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금융회사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금융소비자가 제공한 정보 간에 모순이 존재할 경우 조정할 의무를 갖는다. 그러나 비대면 채널에서는 상호작용과 의사 소통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별도의 조정절차가 기술적으로 구현되어 제공되지 않으면 금융소비자의 적합성이 모순된 정보에 근거하여 평가될 수 있고, 금융소비자에게 부적합한 금융상품이 권유될 수 있다.

설명의무 규제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설명의무 규제에 따르면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주체는 금융회사이어야 한다. 그러나 비대면 채널에서는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 주체가 사라진다. 그런데도 비대면 채널에서 금융회사가 금융상품 설명서를 금융소비자에게 교부한 사실만으로 금융회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비대면 채널에서는 고의ㆍ과실에 의한 설명의무 위반 사례나 손해배상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사례가 발생하기 어렵고, 금융회사 임직원의 금융상품 숙지의무도 사실상 실효적이지 않다.

■ 금융상품 판매규제 불확실성

비대면채널에서 금융소비자가 금융회사 등의 금융상품 광고행위, 정보제공, 권유ㆍ중개행위 여부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증권사는 대개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펀드 상품 비교ㆍ검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서비스가 광고행위에 해당되는지, 정보제공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권유ㆍ중개행위에 해당되는지 모호하다.

더구나 각 판단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도 달라진다. 권유ㆍ중개행위로 판단되면 적합성원칙과 설명의무 규제가 적용되지만, 광고행위로 판단되면 광고규제만 적용될 수 있다. 또 한단순하게 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어떤 규제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금융상품 구매를 유인하기 위해 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하면 광고행위에, 금융상품판매대리ㆍ중개업자가 금융상품 계약의 체결을 직접 지원하면 권유 또는 중개행위에 해당된다고 봤다. 그러나 비대면 채널에서 제공되는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는 이 기준만으로는 광고와 중개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핀테크, 빅테크기업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가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금융상품 관련서비스의 유형은 크게 금융상품 광고, 정보제공, 권유ㆍ중개로 구분될 수 있다. 다시 금융상품 광고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불특정 광고와 고객의 개인정보를 반영한 맞춤광고로, 정보제공은 고객의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하지 않는 비교ㆍ검색, 고객의 개인 정보입력을 요구하는 비교ㆍ조회, 고객의 개인정보를 반영한 맞춤정보 제공으로 나뉠 수 있다.

한편 금융상품 권유ㆍ중개는 금융소비자의 금융상품 구매의사가 분명하고 직접 금융상품과 관련하여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를 대리ㆍ중개하는 것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금융상품 광고나 정보제공과 구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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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융위원회가 금융소비자보호법 감독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2021년 9월 25일을 앞두고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 사례 검토결과’를 발표하자 이전에 가능했던 핀테크, 빅테크 등 플랫폼 기업의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플랫폼 기업은 금융상품 광고나 정보제공으로 판단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해당 서비스가 금융상품 권유ㆍ중개행위로 판단될 경우 플랫폼 기업은 금융상품판매대리ㆍ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고 금융위원회가 지도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대면 채널에서는 금융상품 판매규제의 적용 여부와 시점을 판단하기가 모호한 상황들이 적지 않다. 대면과 달리 비대면 채널에서는 금융소비자가 행위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상품 판매대리ㆍ중개업자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비대면채널에서는 광고, 정보제공, 권유ㆍ중개여부의 구분이 쉽지 않고, 각각의 서비스가 권유ㆍ중개로 판단되더라도 어느 시점에서부터 금융상품 판매규제를 이행해야 하는지 불확실하다.

도움말 : 자본시장연구원

[조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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