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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마리화나 연기에 뒤덮인 미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 마리화나 시장...미국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급성장

장성훈 특파원 | 2022-05-16 14:48
마리화나는 대마의 꽃과 잎, 이삭을 말려서 만든다. 니르바나는 '천국'을 의미한다. [니르바나 그룹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마리화나는 대마의 꽃과 잎, 이삭을 말려서 만든다. 니르바나는 '천국'을 의미한다. [니르바나 그룹 홈페이지]
아샤드 라시 니르바나 그룹 CEO [니르바나 그룹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아샤드 라시 니르바나 그룹 CEO [니르바나 그룹 제공]


[오클라호마시티(미국)=장성훈 특파원] 아샤드 라시(23)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5개 약국, 2개 유통 시설, 3개 제조 시설 및 7000평방피트 재배 농장을 갗춘 마리화나 회사 니르바나(Nirvana) 그룹을 거느린 CEO다.

니르바나는 ‘열반’ ‘천국’을 뜻한다. 마리화나로 사람들을 ‘천국’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그가 마리화나 업계에 뛰어든 것은 그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미국 미시건주에서 훈제 가게를 하면서 마리화나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 그는 사모펀드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비록 미시건주에 갈 수는 없었지만, 아버지의 이메일을 받은 후 오클라호마주가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자 그는 이 사업에 ‘올인’했다.

지역 매체 데일리 아드모어라이트에 따르면, 그는 “오클라호마에서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투표에 붙이면 충분한 서명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놀랍게도 통과됐다. 우리는 즉시 라이선스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년 반이 흐른 지금 그는 오클라호마에서 촉망받는 젊은 사업가로 대접받고 있다.

니르바나 그룹은 오클라호마주에서 유일한 현금 휴대형 도매상을 운영하고 있다. 이 도매상을 통해 약국 소유자들이 약국에서 판매할 마리화나 제품을 주문하고 있다.

그린 러시(Green Rush)

‘리플리 잡스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오클라호마에 1만6천 명 이상의 정규직 직원이 마리화나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주 건설 노동자 수보다 많다.

마리화나 재배 허가를 받은 오클라호마주 내 농장 수는 오클라호마주 인구의 10배가 넘은 캘리포니아주 농장 수보다 많은 1만3천 개 이상에 달하고 있다. 마리화나 판매점도 콜로라도주, 오레곤주, 워싱턴주를 합한 것보다 많다.

이는 오클라호마주에서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허가증을 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매우 쉽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주 400만 주민 가운데 10%가 허가증을 갖고 있다. 라디오나 TV에서도 대마 허가증 광고가 버젓이 나올 정도다. 마리화나 재배 농가도 진입이 쉽고 당국이 거의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미 전국의 마리화나 사업 지망생들이 오클라호마주로 몰리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오클라호마주를 ‘그린 러시(Green Rish)’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리화나 재배를 시작하는 사업가는 초기 비용으로 2500달러만 내면 된다. 이는 바로 옆에 있는 아칸소주의 10만 달러에 비하면 ‘거저’다. 게다가 진료소에서 마리화나를 판매할 수 있는 상한을 두지 않고 있다. 대마 재배 농가 수나 한 농가에서 재배할 수 있는 양에 대한 규제도 없다.

오클라호마의 소득수준은 미국 50개 주에서 하위권에 속한다. 미국 내에서도 극보수 지역인 오클라호마가 마리화나 사업에 문을 활짝 연 것은 세수원 확보 때문이다. 오클라호마주는 지금까지 약 1억4천만 달러의 마리화나 판매세를 거둬들였다. 이 세금으로 오클라호마주는 현재 간선도로 확충 등 대대적인 도시 개발 및 정비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클라호마주의 성공에 영향을 받은 듯 타주들도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마리화나 사업의 문턱을 낮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전체 마리화나 시장이 들끓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마리화나 사업 규제 완화 선언도 마리화나 산업을 활성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기호용 마리화나마저 합법화하는 주 정부가 점차 늘고 있어 마리화나 사업이 미국의 ‘블로칩’으로 자리 잡을 날도 멀지 않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예견이다.

마리화나 사업이 번성하자 마리화나 시장에서의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마리화나 관련 M&A 거래액은 55억 달러를 초과했다. 매년 평균 10억 달러 가까운 중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마리화나 데이터 업체 헤드셋은 올해 미국 마리화나 총 판매액은 31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클라호마주 어디서든 마리화나 판매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장성훈 특파원]이미지 확대보기
오클라호마주 어디서든 마리화나 판매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장성훈 특파원]


의료용 및 기호용 사용 합법화 승인 주 점점 증가


마리화나는 1970년까지만 해도 의학적 가치가 적고 남용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미국 연방 1급 마약류로 분류됐다.

그러나 의학계에서 대마를 이용한 연구를 본격화하면서 일반인들의 마리화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리화나의 중독성이 술이나 담배보다 낮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1996년 캘리포니아주가 처음으로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했다. 이후 타주들도 합법화하면서 현재 39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의료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됐다.

의료용에 이어 기호용까지 합법화된 곳은 워싱턴DC와 18개주에 달하고 있으며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4월 21일(이하 한국시간) 뉴저지주가 의료용 마리화나를 판매하는 7개 업체를 대상으로 21세 이상 성인에게 기호용 마리화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승인된 판매처 외에, 뉴저지 내에 추가로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 승인을 얻기 위해 총 327개의 기업 및 소매점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 승인을 얻은 회사들은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 라이센스 비용으로 100만 달러 이상을 지불했다.

뉴저지주에서의 마리화나 가격은 1그램당 10달러에서 20달러 사이다. 구매 가능한 사람은 21세 이상의 성인으로, 1명당 약 28그램까지 구매할 수 있다.

이날 마리화나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문전성시를 이뤘다. 게다가, 뉴저지는 뉴욕시에서 자동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어서 많은 뉴욕 시민들이 기호용 마리화나를 구매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뉴욕주는 지난해 마리화나 판매 합법화 법안이 통과됐지만, 아직 정식 판매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곳은 없다. 그러나 올 연말쯤이면 뉴욕에서도 기호용 마리화나는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업권 선정 소송 및 ‘마리화나 테마주’ 각광

기호용 마리화나의 합법화는 사업권 선정을 둘러싼 이권 다툼 소송을 낳고 있다. 일리노이주 합법적 마리화나 사업이 주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는 ‘시카고 카르텔’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후 급기야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B.프리츠커 일리노이주지사(57·민주)가 속한 ‘프리츠커’ 일가와 세계적 제과기업 ‘리글리’ 창업주 일가, 유명 위스키 ‘짐 빔’ 창업주의 유산 상속자, ‘코블러 가족 재단’ 등이 연계된 마리화나 사업체들이 이른바 ‘시카고 카르텔’을 형성, 일리노이주의 합법적 마리화나 시장을 통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리노이주는 의료용에 이어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를 합법화한 첫해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마리화나 사업의 기세는 뉴욕증시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마리화나 합법화 물결이 일자 뉴욕증시에서는 ‘마이화나 테마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조만간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대마초 합법화 지역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마리화나 사업은 비단 미국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이를 잘 반영한 행사가 지난 4월 20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이날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멕시코 멕시코 시티, 캐나다 토론토 등 여러 나라 대도시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대마초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기호용 마리화나 찬성론자들이 매년 4월 20일을 ‘4·20 데이’로 정하고 이날 오후 4시 20분을 기해 다 함께 대마를 흡연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한 것이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됐던 마리화나가 지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있다.

[장성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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