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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아름다운 사람 - 이티 할아버지

이신재 기자 | 2022-06-07 13:58
소나기, 먹구름 뒤에는 항상 밝은 태양이 기다리고 있지

그를 보면 세 번 놀란다.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놀라고, 당당하고 쾌활한 행동에 놀라고, 평생을 바쳐 해온 일에 놀란다.

서른 한살 때 교통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었다. 27차례의 수술을 통해 사람의 꼴을 갖추었지만 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고 코와 입도 제 모습이 아니다. 한 눈은 멀고 손은 녹아내려 갈퀴 같지만 보이지 않는 눈으로는 마음을 보고 귀는 안경을 걸칠 수 있을 만큼은 남아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잔뜩 오그라든 손을 척 내민다.

다방이나 음식점에 들어서면 주인은 숨가쁘게 달려와 얼른 100원짜리 동전을 쥐어주며 마구 밀어낸다. 흉측한 모습이 싫고 거지일 수도 있으니 왜 안 그러겠는가. 태연히 동전을 받은 후 자리에 앉는다. 손님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당당해질 수 있을 때까지 겪은 심적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까지도 미워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뭔가 할 수 있음을 깨닫곤 깊은 수렁 속에서 빠져나왔다. “생명 하나가 태어나기까지 40억년이 걸린답니다. 이 생명 하나가 우주보다 더 귀한 겁니다.”

농촌운동가의 꿈을 다시 이었다. 민간의료보험의 효시인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간질환자의 재활을 위한 장미회, 소외된 이웃을 위한 한벗회를 만들어 봉사활동을 했다.
그리고 1986년 아동교육의 대안학교인 두밀리자연학교를 개설했다. 숲이 교실이며 운동장이고 냇가의 물고기, 들풀과 밤하늘의 별이 선생인 이 학교에서 어린이들은 그저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고 달콤하게 자면됐다.

‘ET 할아버지채규철 교장. 외계인 같은 몰골을 보며 아이들이 붙였지만 그 스스로도 이미 타버린 사람이라며 별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처음엔 놀라 도망가다가도 이내 스스럼없이 다가와 자연을 배우고 닮아가는 아이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얼짱’ ‘몸짱이 판치는 세상에서 얼굴을 잊고 내면의 성숙함으로 이슬처럼 티없는봉사와 희생정신을 실천하며 40여년 한 길을 걸은 사람. 그는 이미 갔지만 언제나 희망을 이야기했던 그의 말은 여전히 남아 우리를 다독인다.

소나기 먹구름 뒤에는 항상 밝은 태양이 기다리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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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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