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마니아타임즈 김세혁 기자] 각국 정부가 탄소 중립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도시의 수많은 가로등을 대체할 새로운 광원이 주목받고 있다. 동식물 유래의 생물발광은 물론 광물을 이용한 발광체까지 현재 다양한 대체 조명들이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받고 있다.
수많은 가로등은 현재로서는 밤을 밝혀주는 최선의 방법이다. 전기를 덜 사용하면서 수명이 긴 LED가 오래 전에 개발됐지만 지구촌이 연간 소비하는 전기의 약 20%를 잡아먹을 정도로 가로등은 막대한 전기를 소비한다.
기존의 도시 조명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광원 중 하나는 바이오루미네선스(bioluminescence), 즉 생물발광이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동물이나 식물을 동원하기 때문에 전기를 얻기 위해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아도 된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글로위는 올해 초 파리 근교의 관광도시 랑부예에 푸른빛을 내는 원통들을 설치했다.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원통은 금세 랑부예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이 조명은 프랑스 앞바다에서 채취한 심해 세균 알리비브리오 피셰리(Aliivibrio fischeri)를 이용해 빛을 낸다. 해수가 담긴 통기성 튜브에 심해 세균을 넣고 산소와 양분을 공급하면 끝이다. 세균들의 대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화학 반응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소량의 산소와 양분 외에는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이 조명을 끄려면 그저 튜브를 밀폐하면 된다. 프랑스 정부로부터도 기술력을 인정받은 글로위의 생물발광 조명은 파리의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도 설치됐다.
생물발광은 다른 국가들도 주목하는 대체 광원이다. 현대 사회가 의존하는 전기를 대체할 지속 가능한 조명 중 첫 번째로 꼽힐 정도다. 세균 외에 식물을 이용한 광원도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플랜트 나노바이오닉스 연구팀이 개발한 식물발광 조명이다. 연구팀은 나무에 루시페린 등 생물발광체를 주입, 스스로 빛을 내고 충전까지 가능한 친환경 조명을 지난해 선보였다.
이런 생물발광은 물리·전기·화학적 자극에 빛을 발하는 특별한 동물 또는 식물을 활용한다. 바이오루미네선스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특정 식물의 루시페린 발광 시간을 2배가량 늘리는 것도 가능해졌다. 다만 아직 광량이 기존 LED 조명을 대체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MIT에 따르면 생물발광에 의한 빛은 대개 1㎡의 공간을 15루멘으로 비출 수 있다. LED 전구라면 같은 공간을 무려 111루멘으로 밝힌다. 한밤중 공원에 사용되는 은은한 조명이 최소 25루멘이므로 생물발광은 아직 조명의 역할을 수행할 수준은 아니다. 온도 변화에 극히 민감한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광물을 이용한 대체 광원도 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는 지난해 말 발표한 논문에서 1603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발굴된 연금술사의 광물이 대체 조명으로 사용할 만큼 밝은 빛을 발한다고 전했다.
‘볼로냐 스톤’으로 명명된 이 광물의 정체는 비중이 가장 큰 비금속광물인 중정석이다. 빛이나 방사선을 쬐면 신기하게 빛을 발한다. 빈센조라는 연금술사가 금을 만들 요량으로 실험을 거듭한 덕에 일반 중정석과 는 다른 성질을 갖게 됐다.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볼로냐 스톤은 제작 후 3세기가 흐른 1990년대 스트론튬과 알루미늄이 함유된 무기화합물 알루민산스트론튬 같이 오래 강한 빛을 내는 축광 물질로 변모했다. 연구팀이 이 광물을 빛으로 비춘 뒤 어두운 곳으로 옮기자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연금술사의 실수가 도시 조명을 대체할지 모를 형광체를 창조한 셈이다.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 전구는 143년 전 에디슨이 발명했다. 1960년대 LED가 등장하면서 전구를 밝히는 데 드는 전기는 줄었지만 전구의 양 자체가 비약적으로 늘면서 전기 소비량도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 가로등에 들어가는 전기가 연간 지구촌 전기 소비량의 20%를 차지하는 지금, 탄소 중립을 추구하는 각국의 대체 조명 개발 경쟁은 앞으로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