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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금속 대신 종이…친환경 위성, 우주를 부탁해

김세혁 기자 | 2022-06-07 14:01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는 우주 쓰레기의 습격을 묘사한 초반 롱테이크 신이 압권이다. [영화 '그래비티' 스틸]이미지 확대보기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는 우주 쓰레기의 습격을 묘사한 초반 롱테이크 신이 압권이다. [영화 '그래비티' 스틸]
[월간마니아타임즈 김세혁 기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걸작 ‘그래비티’는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한 초반이 압권이다. 임무를 수행하던 비행사들이 순식간에 날아든 우주 쓰레기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동료들을 잃고 우주를 떠돌던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의 눈물겨운 지구 귀환을 다룬 ‘그래비티’는 우주 쓰레기가 인류에 얼마나 위협적인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우주 쓰레기는 인공위성과 우주선 몸체를 구성하는 금속 파편이나 떨어져 나온 작은 부품들로 구성된다. 주로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 대기권에서 타면서 나온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우주왕복선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우주 쓰레기가 발생한다.

우주 쓰레기는 작은 것은 수천 분의 1㎜ 크기지만 지구 궤도를 시속 2만5200㎞ 이상으로 돌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입자들이 1초에 7㎞나 날아간다고 생각해 보자. 무려 총알 속도의 10배다. 당연히 비행사나 우주선에 닿는 순간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된다.

인류는 지금까지 기상 관측이나 통신을 위해 수많은 위성을 지구 대기권에 쏘아 올렸다. 위성들은 대기권에서 소멸하면서 알루미늄 등 금속제 파편을 우주 공간에 흩뿌렸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 상의 위성은 줄잡아 6000개다. 그중 60%가 기능을 다하고 우주 쓰레기로 남았다. 앞으로 10년간 매년 990개의 위성이 발사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다 많은 파편이 발생할 것이 빤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쓰레기가 약 1억3000만개라고 추산했다. 이를 흡입해 줄이는 1차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더 이상 쓰레기가 늘지 않는 새로운 위성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자들은 가능한 많은 위성의 몸체를 종이나 목재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최초의 종이 위성 '페이퍼 샛' [테라스페이스]이미지 확대보기
최초의 종이 위성 '페이퍼 샛' [테라스페이스]
종이로 만든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은 일본에서 제작이 한창이다. 인공위성 제조사 테라스페이스와 5위 제지업체 호쿠에츠 코퍼레이션이 협업한 ‘페이퍼 샛(PAPER-SAT)’이다. 2025년 발사를 목표로 한 이 종이 위성은 우주개발에 있어 큰 걸림돌인 우주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페이퍼 샛’은 일반적으로 위성 몸체 구성에 동원되는 알루미늄 등 금속을 배제했다. 대신 호쿠에츠가 개발한 셀룰로오스 나노파이버의 일종인 ‘리셀’이라는 물질을 사용했다. 셀룰로오스 나노파이버는 나무에서 추출한 섬유를 나노화한 친환경 소재다.

호쿠에츠에 따르면 리셀은 비록 목질 섬유, 즉 종이지만 강도는 일반 종이를 훨씬 능가한다. 성형성이 뛰어나 로켓 수납을 위한 변형이 자유롭다. 전파를 잘 투과해 우주 임무에서 필수인 통신용 안테나 수납도 얼마든 가능하다.

나무로 된 위성 역시 종이 위성처럼 우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나무 된 위성은 지난해 이미 우주로 날아갔다. 핀란드 목재 업체 UPM 플라이우드가 위성 스타트업 아틱 아스트로너틱스 등과 협업해 나무 인공위성 ‘위사 우드샛(WISA WOODSAT)’을 지구 궤도에 발사했다. 이 위성은 혹한과 진공, 복사 등 우주 공간에서 목재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원래 임무를 훌륭하게 달성했다.

목재 몸체 안에 전자장비를 넣은 나무 인공위성 테스트기 [교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목재 몸체 안에 전자장비를 넣은 나무 인공위성 테스트기 [교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일본 쓰미토모임업은 교토대학교와 협력해 2023년 나무로 만든 인공위성을 공개할 계획이다. 양측은 단순한 나무 위성 제작에 그치지 않고 우주에서 쓰기 좋은 목재가 무엇인지 연구도 병행 중이다. 지구의 극한 환경에서 다양한 목재를 실험하고, 최종적으로 우주 공간에서 버틸 목재를 선별할 계획이다.

종이나 나무로 만든 위성은 지구로 재진입할 때 파편을 남기지 않고 타버린다. 유해 물질을 대기로 방출하는 일도 없다. 나무는 각종 전자 장비를 둘러싸는 외부 몸체로 사용되는데, 가볍고 강도가 뛰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 열팽창이 심한 일반 나무의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단순한 기술로는 친환경 소재의 위성을 완성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위성의 재료를 바꾸는 것과 함께 쓰레기 자체를 수거하는 노력도 활발하다. 영국은 청소기처럼 쓰레기를 흡입하는 엔드 오브 라이프 서비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러시아는 점성이 강한 거품으로 쓰레기를 수거하는 폼 브레이커스 캐처를 조만간 선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본사를 둔 하이퍼노바 스페이스 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위성 파편 등 금속을 연료로 하는 플라스마 추진기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우주 개발을 핑계로 쓰레기를 멋대로 배출하는 행위도 근절돼야 한다. ISS는 지난해 3월 무려 2.9t에 달하는 쓰레기를 우주 공간에 배출, 비난을 받았다. 대기권에서 타 없어진다는 ISS 주장과 달리 일부 학자가 지구 추락까지 경고할 정도로 논란이 거셌다.

중국의 톈궁1호는 2012~2013년 우주 비행사를 태운 중국 최초의 프로토 타입 우주정거장으로 주목받았지만 말로는 비참했다. 버스와 맞먹는 크기의 톈궁1호는 기술적 결함으로 통제불능에 빠져 결국 2018년 4월 남태평양에 떨어졌다. 정확한 추락 위치조차 예측하지 못했고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며 수많은 파편을 뿌렸다. 타다 남은 잔해는 남태평양에 떨어져 국제적으로 민폐를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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