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VOL.2] 커버스토리 - 고집과 기술의 승리...10억달러 1조2천억원 계약한 에스콤 이장헌 회장

이신재 기자 | 2022-06-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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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재 기자] 십수 년 전 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이장헌 회장은 상당히 들떠 있었다.’ 미지의 기술로 세계적인 발명품을 만들었다며 ‘돈도 많이 벌고 사회에 공헌도 하겠다’고 했다.

그의 설명은 장황했지만 논리는 간단했다. 기술자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말로 이야기하면 안정적인 고급 전기를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다지 대단한 기술이 아닌 듯 해서 알아봤더니 의외로 독보적이었다.

반응은 좋았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높았다. 기존의 전기 관련 회사들의 방해 공작이 심했다. 하루 아침에 ‘밥줄’이 끊어지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회장은 업계의 풍토를 원망했지만 그건 투덜댈 일이 아니라 극복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비즈니스의 정글에선 대단한 기술력으로도 망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자로 비즈니스의 세계를 잘 모르던 이장헌 회장은 한동안 애를 먹었다.

첫발 내디디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십수 년 후. ‘이장헌 회장은 상당히 들떠 있었다.’ 그러나 초조해하는 빛이 전혀 없었고 당당했다. 세계가 자신의 개발품과 시스템을 인정, 10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10억 달러면 우리 돈으로 약 1조 2천 6백 50억 원. 뭔가 숫자가 헷갈린 줄 알았다.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의 설명이 꽤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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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 이 회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쪽박, 소박, 중박, 대박 중 어떤 결과가 나올까.

쪽박을 찰 일은 없을 듯했다. 일본, 미국 등 기술 선진국에서도 감탄한 기술이니 아무리 비즈니스를 못 해도 망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도 비즈니스를 하지 못해 망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특히 기술 개발자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자신의 물건만 최고인 줄 알고 고집 피우다가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는 일이 한두 건이 아니었다. 아무리 좋다고 한들 그에 따르는 세일즈가 없으면 다 헛일이었다.

이장헌 회장도 자기의 특허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천금을 주어도 남에게 주지 않겠다고 했다. 투자는 받을지언정 합작 등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 소박 아니면 잘해야 중박이었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추진력이 떨어지고 그렇게 지지부진하면 소박이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중박. 아깝지만 뭔가 터뜨리려면 나누어야 한다.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넣고 영업 잘하는 사람은 많이 팔면 된다. 자기 몫이 3분의 1로 줄어들지만 혼자서 1개 팔던 걸 셋이서 4개 이상 팔면 그때부터 이익이 더 늘어난다.

이장헌 회장은 그게 싫었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덤벼드는 게 마뜩찮았다. 워낙 뛰어나 물건이고 시스템’이라서 누군가 투자도 할 것이고 사람들이 앞 다퉈 사 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다면 어쨌든 혼자 끌고 나가야 할 일이었다.

ESSCOM이 개발한 ESS(Electric Saving &Safety )제품. 이장헌 회장의 모든 내공이 다 들어간 인생 작품이었다.

빈집에서 왜 불이 나지. 에스콤의 시작이었다.

참으로 긴 길을 돌아 에스콤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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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1975년쯤 현대중공업에 들어갔다. 대형 선박의 제어·계측 분야를 담당하며 선박과 관련된 화력발전, 디젤 발전, 송, 배전 제어 기술 등에 대해 배웠다. 어느 정도 숙달되었다고 생각할 즈음 영장이 나왔다.

제대를 하면서 길을 바꾸었다. 아주 생소한 것은 아니지만 대한전기협회에 입사했다. 한국전력의 자회사 성격으로 대부분의 협회가 그렇듯 기술을 관리하고 진단하면서 행정을 하는 곳이었다.

협회 일을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일을 하나 발견했다. 빈집에서 불이 나곤 하는 것이었다. 동료,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일이 자주 있다’고만 할 뿐 화재 원인 등에 대해선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 빈집인데 왜 불이 날까. 조금만 들여다보고도 원인을 알아냈죠, 낡은 주택이나 건물에서 동시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면 누전되고 그것이 방치 상태에서 오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불이 나는 것이었죠.”

막을 수 없을까. 이론적으론 충분히 가능했다. 막자고 마음먹었다. 화재로 아까운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

고난의 시작이었다.

실수하고 실패하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되풀이했다. 먹고 사는 일도 문제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불량 전기 때문에 세계 도처에서 불이 나고 인명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서둘러야 할 일이었다.

노력에 노력을 더했다. 마침내 원하던 물건이 완성되었다.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시작했지만 만들어 놓고 보니 큰돈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시장에 나갔다. 어처구니없는 장벽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기술력으로 뚫고 나갔다. 오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안전한 전기, 안정적인 고급 전기

1994년이었다. 이에스에스콤을 설립했다. 에스콤 시스템이 공장, 대규모 시설 등에 들어갔다. 소소하게 출발했으나 갈수록 문이 넓어졌다. 하지만 어려움이 끝나지 않았다. 더 이상 쏟아부을 여력이 없건만 물건값이 공급 후 한참 후 나왔다. 대량 생산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소문이 나면서 투자자도 나섰다. 어느 대기업에선 합작을 제안했다.

“2012년이었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기업에서 탐나는 제안을 했습니다. 일단 기술을 50억 원에 넘기고 함께 사업을 해서 판매 수익을 50%씩 나누자는 것이었습니다. 혹했죠. 이제 고생 끝났다며 주위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권했습니다. 하지만 막판에 거절했습니다.”

돈이 되는 편한 길을 뿌리친 이장헌 회장. 그는 생각했다. 그들의 바라보는 것은 오직 이익이었다. 사업자로서 그럴 수 있지만 그는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었다. 그는 단지 돈만을 위해 몰두하지 않았다. 나름 ‘인류애’였다.

또 한 가지는 기술 개발의 발전이었다. 1단계는 완성했지만 하다 보니 2단계, 3단계 그 이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거기까지 가야 비로소 후진국엔 안전한 전기, 선진국엔 안정적인 고급 전기를 송전할 수 있었다. 현재 그의 시스템은 미완성인데 1차적인 기술을 넘기고 나면 핵심 기술까지 갈 수가 없었다. 돈에 굴복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50억 원 뿌리치고 다시 ‘어리석은 길’.

다시 ‘어리석은 길’에 접어들었다. 기술에 기술을 더하면서 일본으로 향했다. 국내 시장은 좁은데다 힘들기까지 했다. 국내 특허만으로 전 세계 모든 건물에 ESS 제품을 설치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일본이 특허를 내주었다.

이번엔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 역시 대단한 기술 시스템이라며 순하게 특허를 인정했다

공장 등에만 가능했던 기술을 가정으로까지 확대했다. 생각대로만 되면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클 수 있었다.

마음은 이미 하늘을 날고 있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척박했다.

2017년 이 회장은 완제품을 들고 파키스탄으로 갔다. 잦은 정전과 불안정한 전기 등 전력난이 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 시키고 있다는 걸 알았고 마침 인연이 닿았다. 에스콤은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 펀잡주 정부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주 정부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성공이었다. 그런데 더 큰 성공이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열린 현지법인 설립 행사. 엔스파이어 최고경영자 닥터 알리가 참석했다. 엔스파이어는 국가 대상 프로젝트에 2천억 원 상당의 투자를 하는 기업이었고 알리는 파키스탄 의사 출신 CEO였다.

에스콤의 가치를 알게 된 알리는 이장헌 회장을 엔스파이어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를 통해 그는 두바이 홀딩스의 회장 출신인 사우드와 연결되었다.

두바이는 꿈의 오아시스였다. 그들은 에스콤의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했고 그 기술 하나만 들고 국제 낭인이 된 이장헌 회장의 능력과 인성을 확신했다.

“국내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바깥세상에 정답이 있었습니다. 거의 무작정 나갔는데 엄청난 행운을 잡게 된 거죠. 10억 달러입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뜁니다.”

두바이는 에스콤과 이장헌을 믿고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시스템과 제품에 대한 그의 설명과 그가 원하는 세계 무대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듣고 난 후였다. 10억 달러는 기본이고 필요하면 그 이상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개인에게 그만한 투자를 누구라서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테크놀리지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그 또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투자를 결정하면서 함께 사업처를 물색했고 볼리비아가 레이더에 들어오자 바로 날아갔다. 경제 재건의 의욕은 크지만 무얼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게 가장 효율적인 것인지 잘 모르던 볼리비아에게 에스콤의 시스템과 제품을 설명했다.

설명회에는 엔스파이어도 동행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증하면서 볼리비아의 결정을 도왔다.

ESS 신기술과 엔스파이어의 투자 노하우를 결합한EEGEI(ENSPIRE ESSCOM GLOBAL ENERGY INVESTMENT)가 마침내 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숱한 난제와 마주쳤지만 일단 길에 들어서자 거칠 게 없었다.

“세부 사항을 다 공개하지는 못합니다. 계약 조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2020년 1월 상호협력협약서(MCA)를 체결한 후 얼마 전 계약을 완전히 마쳤습니다. 글로벌 시장 판로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죠.”

국가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일이어서 탈 날 것도 없다. 10년에 걸친 대단한 작업. 머잖아 에스콤이 볼리비아의 공장, 건물, 가정에 들어앉아 그들이 발전하도록 힘껏 밀어줄 터이다.

“내년쯤 나스닥 기대주가 될 겁니다”

“그건 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발명가로서 인정받는 길이기도 하고요. 이번 기회에 우리 회사를 미국 나스닥 상장 업체로 키울 계획입니다. ESS발명 신기술이 세계 무대를 장악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 기술이 10억 달러의 열매를 맺은 사례는 국내는 물론 미국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나스닥 상장을 통해 세계적 발명가로서 당당히 검증받겠다는 이장헌 회장이다.

그는 지난 3월, 이에스에스콤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뉴욕의 상장 전문 프로그램 컨설팅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직접 상장하는 건 시간이 걸리고 조건이 까다로울 수 있지만 신기술로 한 번에 10억 달러 계약한 사례가 있어서 미국의 전문 컨설팅그룹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가장 효과적인 우회상장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을 처음 보면서 소박, 중박, 대박을 헤아려 본 때로부터 십수 년. 그는 상상하기 힘든 대박을 터뜨렸다. 그냥 대박이 아니라 슈퍼 보난자, 즉 초대박이다. 하지만 그냥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단지 돈만 좀 벌겠다고 했으면 중박쯤에서 끝났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옳은 전기’로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그의 홍익인간 철학이 초대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하늘의 도움.

기술의 승리고 철학의 성공이다.

10억 달러. 대단하지만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볼리비아가 성공하면(틀림없이 성공 하겠지만) 에스콤의 ‘전기 바람’은 북미로, 유럽으로 아시아로 계속 퍼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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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COM은?

이에스에스콤이 개발한 에스콤(ESS. Electric Saving &Safety )은 과부하, 누전, 역율저하, 고조파 발생 등 효율 저하 원인을 최소화한 신기술.

20년 넘게 기술 개발을 진행한 덕에 아직까지도 경쟁사가 없다. 전기 안전 향상과 효율화를 위한 20여 가지의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이 녹아 있다.

ESS 제품의 핵심은 독자적인 ‘뉴 소프트 스위칭’ 기술.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에너지 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와는 다른 개념이다.

에스콤은 전력 손실 문제를 제어하고
전력 낭비를 최소화하며 시스템을 통해 대규모 정전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에스콤은 초창기에는 장비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 체크할 수 있다..1997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력 신기술 1호’로 인증받았고 대한전기협회,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전기기술인협회 등 5개 전문기관의 기술 검증을 통과했다.

2010년 7월 에너지관리공단이 에너지절약 효율을 인정했다. 최대 10.53%의 전력 절감 효과와 11.29%의 광 효율 향상 효과가 확인됐다.

2013년 일본 특허, 2017년 미국 특허, 2020년 아르헨티나 특허를 획득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SK, LG 등 대기업과 인천국제공항공사, 군 공항 등 주요 시설물에 에스콤의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 우면 R&D센터와 동탄공장, CJ R&D센터 등 130여 곳이 에스콤을 채택했다. 회사는 홈네트워크와 관련된 전기부문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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