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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패션 아이콘 넘어 문화를 만든 스니커즈 그리고 디자이너

이순곤 기자 | 2022-07-05 10:06
[이순곤 기자] 지난 5월 2일, '나이키 에어 조던 1'과 '덩크'의 아버지, 피터 무어의 사망 소식이 발표됐습니다. 전 세계 스니커즈 팬들의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나이키와 아디다스 두 스포츠 브랜드가 성명을 내고 전설적인 디자이너였던 그를 추모하기도 했어요. 더불어 스니커즈 문화의 시작을 알린 피터 무어의 걸작뿐만 아니라 피터무어와 같은 전설적인 스니커즈 디자이너에 대한 스토리도 주목받고 있죠. 패션의 아이콘을 넘어 문화를 만든 스니커즈, 그리고 이를 만든 디자이너를 소개합니다.

2021년 발매된 한정판 아디다스 자바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발매된 한정판 아디다스 자바

■스니커즈 A to Z

스니커즈는 ‘밑창이 고무로 된 운동화’를 지칭하는 단어였지만, 현재는 패션 운동화나 캐주얼한 신발 등을 모두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 의미는 어떻게 변화한 것일까요?

스니커즈의 출발은 ‘고무’의 발명에서 시작됐습니다. 1830년대, 미국의 화학자 Charles Goodyear가 열에 강하고 탄성과 내구성을 좋게 만든 ‘가황 고무’를 발명했는데요. 이 가황 고무가 신발에 적용되면서 스니커즈의 출발을 알렸죠! 두툼하고 딱딱한 구두가 일상이었던 19세기 사람들은 해변을 레저의 공간으로 재발견하면서 가볍고 편한 신발을 찾게 됩니다. 그 이후, 보트나 테니스, 자전거 등 레저 스포츠의 범위가 확장하면서 신발에 고무를 붙인 스니커즈가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레저 시장이 크게 증가하면서 스니커즈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어요. 1892년엔 케즈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U.S. 러버 컴퍼니가 고무 밑창의 신발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컨버스나 아디다스 등 우리가 아는 브랜드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죠. 그리고 1917년 미국의 NW Ayer & Son 광고 대행사에서 근무하던 헨리 넬슨 맥키니가 고무 밑창의 신발이 ‘Stealth(슬금슬금한)’한 소리를 낸다고 하여, 이를 스니커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1950년대, 미국 고등학생들이 할리우드 스타들의 패션을 따라 하고 반항 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청바지와 스니커즈를 매칭하기 시작하면서 스니커즈는 패션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스니커즈 시장에 불을 지핀 건 스포츠 스타들이었습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당대 최고의 농구 스타였던 마이클 조던과 카림 압둘 자바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나이키 에어 조던 1’, ‘아디다스 자바’를 출시해 희대의 역작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1990년대는 스니커즈의 대중화가 시작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Run-DMC나 Grandmaster Flash 등 미국의 유명 힙합 뮤지션을 통해 HIP한 문화로 떠오른 것이죠.

이렇듯 짧지만 굵직한 역사를 거쳐온 스니커즈는 오늘날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니커 헤드’라고 불리는 팬들은 한정판이나 쉽게 구하지 못하는 스니커즈를 리셀을 통해서라도 소유하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죠! 그런데 유명 스포츠 스타나 뮤지션이 신은 스니커즈, 과연 누가 디자인한 걸까요? 스니커즈의 발전에 혁신적인 디자인을 얹은 스니커즈 신화를 만든 사람들, 지금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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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디다스 공식 트위터 (@adidasoriginals)

■에어 조던의 창시자, 피터무어가 남긴 것

나이키 외주 디자인 회사 소속 디자이너였던 피터 무어는 1983년 나이키의 첫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정식 입사하게 됩니다. 입사한 지 불과 2년 만에 그는 조던의 상징인 ‘윙 로고’와 ‘점프맨 로고’를 디자인해냅니다. 윙 로고는 여객기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던 날개 모양의 뱃지에서 영감을 받았고, 점프맨 로고는 마이클 조던이 엉뚱한 포즈로 덩크슛을 하는 장면을 활용해 만든 로고라고 해요.

윙 로고가 새겨진 에어 조던 1이미지 확대보기
윙 로고가 새겨진 에어 조던 1

무엇보다도, 1985년은 ‘에어 조던 1’이 기능성 농구화로 세상에 처음 나온 역사적인 해입니다.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을 위해 만들어진 이 신발은 스니커즈 문화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를 통해 공개된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는데요, 마이클 조던은 사실 아디다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싶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일단 나이키와 미팅을 해 보라는 어머니의 조언을 들은 후 전설이 탄생한 것이죠.

점프맨 로고가 그려진 모자이미지 확대보기
점프맨 로고가 그려진 모자

스포츠웨어의 영원한 라이벌,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함께 그를 추모한 이유, 바로 나이키를 떠난 피터 무어가 미국 adidas Inc. & Sports의 공동 설립자이자 이큅먼트(EQT) 라인의 기획자로 활동했기 때문이죠. “운동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장 좋은 제품과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EQT 라인은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아디다스의 매출을 되살리는 기점이 되었습니다. 한 가지 더. EQT 라인을 론칭하며 피터 무어는 1991년 아디다스의 새로운 로고도 디자인했는데요, 바로 이 로고가 그 유명한 ‘삼선 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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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디다스 공식 트위터 (@adidasoriginals)

■장대높이뛰기 선수였던 나이키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

피터 무어 다음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스니커즈 디자이너는 팅커 햇필드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장대높이뛰기 선수였던 팅커 햇필드, 그는 나이키의 공동창립자인 빌 바우어만을 코치이자 스승으로 만나게 됩니다.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전공까지 바꿔야 했지만,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바우어만 밑에서 스니커즈 디자인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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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디다스 공식 트위터 (@adidasoriginals)

팅커 햇필드는 ‘에어 맥스 1’, ‘에어 조던 3’을 포함한 에어 조던 시리즈 등 정말 많은 아이코닉한 스니커즈를 디자인해왔습니다. 1980년대 나이키의 주력 상품은 농구화와 런닝화였습니다. 에어로빅이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면서 리복 등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었죠. 이때 팅커 햇필드는 나이키의 디자인 대회에 참가해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한 스니커즈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고, 나이키에 정식 채용되는데요. 그렇게 탄생하게 된 스니커즈가 바로 ‘에어 맥스 1’입니다.

2022년 나이키와 트레비스 스콧이 함께 한 에어 맥스 1의 재해석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나이키와 트레비스 스콧이 함께 한 에어 맥스 1의 재해석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를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이키의 경쟁사 관계자들과 골프를 쳤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요. 팅커 햇필드가 보여준 ‘에어 조던 3’ 디자인을 보고 다시 나이키로 마음을 돌리게 되었죠.

에어 조던 3 서울이미지 확대보기
에어 조던 3 서울

그리고 2018년 3월, 팅커 햇필드는 나이키의 기획자 Dan Sunwoo(선우현)와 협업해 ‘에어 조던 3 서울’을 디자인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습니다. 88 서울 올림픽이 개최된 해이자, 조던이 에어 조던 3을 신고 폭발적인 덩크를 꽂아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해인 1988년의 30주년을 기념해 에어 조던 3 서울이 탄생하게 됩니다. 보기만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태극기 문양뿐 아니라 신발 전체적으로 태극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의 컬러웨이로 구성된 멋진 신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키 최초의 농구화 ‘에어 OO’는 브루스 킬고어의 손 끝에서

에어 포스 원 디자이너 브루스 킬고어
에어 포스 원 디자이너 브루스 킬고어

나이키 농구화를 생각하면, 대게 조던을 떠올리실 텐데요. 하지만 나이키의 첫 번째 농구화는 ‘에어 포스 원’입니다. 디자이너 브루스 킬고어가 디자인한 ‘에어 포스 원’은 압축된 공기를 이용해 보다 푹신한 밑창을 만드는 ‘에어’ 기술을 최초로 탑재했으며, 농구 선수의 발목을 단단히 잡아줄 수 있는 스트랩을 탑재하고자 ‘하이’ 실루엣으로 디자인됐습니다.

1983년 공개된 에어 포스 1 광고이미지 확대보기
1983년 공개된 에어 포스 1 광고

마이클 조던의 에어 조던 1보다 앞서 농구계의 이름을 알린 이 스니커즈는 당시 NBA의 최고 스타 6명을 한자리에 모아 광고를 촬영하기도 했답니다.

영구 단종될 뻔한 시기도 있었으나, 미국 볼티모어 시의 신발 업체 세 곳이 에어 포스 1 생산을 요청하면서 계속될 수 있었답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에어 포스 1은 농구 코트를 넘어 힙합 문화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오늘날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이 되었죠.

에어 포스 1의 초기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에어 포스 1의 초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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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포스 1은 생전에 이를 문화적 아이콘으로 여긴 유명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버질 아블로의 유작이기도 한 루이비통 컬래버레이션 에어 포스 1은 6월 중 정식으로 출시될 예정인데요. 한정판 200켤레는 1월에 이루어진 사전 자선 경매를 통해 ‘완판’되었고, 루이비통은 수익금 100%를 아프리카계 또는 흑인 대학생을 위한 장학 기금으로 기부했습니다.

■‘리복 퓨리’와 ‘아디다스 이지부스트’의 디자이너는 스티븐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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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미스라는 이름은 생소해도, 그가 디자인한 신발은 모두가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티븐 스미스는 신발 디자이너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하던 1986년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뉴발란스에 입사했습니다. 거기서 ‘뉴발란스 995’를 디자인하며 커리어를 시작했고, 그 이후에는 뉴발란스 675, 676, 574, 996, 997 등 수많은 인기 스니커즈를 만들었죠. 특히 회색 574는 뉴발란스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재출시를 기념해 회사가 ‘그레이 데이’라는 기념일까지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스티븐 스미스가 리복으로 이직한 후에는 1994년에 ‘인스타펌프 퓨리’를 디자인했고, 발등 중간에 ‘혹’이 달린 제품으로, 출시 2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아시아 국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티븐 스미스와 카니예 웨스트이미지 확대보기
스티븐 스미스와 카니예 웨스트

이처럼 30여 년간 신발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스티븐 스미스에게도 커리어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바로 래퍼 ‘카니예 웨스트’와의 협업. 카니예는 스티븐 스미스에게 자유롭게 창작할 자유를 주었고, 그 결과 아디다스 YEEZY BOOST 700과 451 등의 멋진 스니커즈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 파트너십은 지금도 계속되어, 스티븐 스미스는 카니예의 럭셔리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YEEZY의 리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곳이 바로 힙스터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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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에어 조던, 에어 맥스, 에어 포스, 아디다스 이지부스트는 번개장터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스테디 제품들입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번개장터에서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스니커즈 브랜드는 나이키였습니다. 나이키 검색량은 2위인 아디다스와 무려 5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랍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뒤로 반스, 컨버스, 뉴발란스가 높은 검색량을 차지했어요.

스니커즈 중 가장 인기 많은 시리즈는 바로 에어 조던! 그리고 에어 포스, 에어 덩크가 그 뒤를 이었는데요. 조던 중에서는 조던1 레트로 하이 OG 럭키그린과 조던1 유니버시티 블루를 비롯한 조던 1, 조던 11, 조던 4 순으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포스에는 된장포스, 인디포스 등 신발의 별명이 키워드로 등장했어요. 나이키 제품으로 가득한 인기 순위에서 이지부스트가 4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에어 맥스가 5위를 차지했습니다.

한편, 6월 둘째 주에 가장 큰 관심을 끈 스니커즈는 단연 '에어 맥스1 X 카시나'였습니다. 나이키와 카시나의 두 번째 컬래버레이션으로, 지난 시즌 덩크 로우에 이어 이번에는 에어 맥스1으로 협업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 '원앙'을 테마로 한 디자인으로 축구선수 황희찬이 입대 전 받은 선물로 SNS에 인증하기도 했죠. 그 인기를 증명하듯 '카시나'는 번개장터 전체 카테고리 급상승 리스트를 뚫고 6월 첫째 주 대비 검색량이 500% 이상 증가했습니다.

스니커즈 신화를 만든 디자이너들의 이야기, 재밌게 읽으셨나요. 특히 이 모든 문화의 시발점인 ‘나이키 에어 조던 1’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조던 1의 모든 것’을 테마로 한 브그즈트 랩 2호점을 방문하시면 국내 최대의 조던 1 컬렉션을 직접 보고 마이클 조던의 스토리가 담긴 공간을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매장에서는 피터 무어가 디자인한 오리지널 Air Jordan 1(1985) 시카고 모델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1985년 출시 당시 발매가는 $65(약 8만 원)였지만 현재 가치는 약 $47,000(약 5,600만원)로 약 700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피터 무어, 정말 전설적인 디자이너 답죠!

이처럼 스토리가 담긴 스니커즈는 스니커즈 찐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요. 당시 신인이었던 마이클 조던을 위해 신발을 디자인해 마이클 조던과 신발 모두 전설로 남게 한 피터 무어부터 루이비통 최초의 흑인 디렉터 버질 아블로의 천재적인 유작까지. 한 켤레를 구매하면 그 모델의 역사의 일부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스니커즈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요?

도움말 : 번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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