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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VR과 만난 햅틱, 진짜같은 가짜 세상 열린다

김세혁 기자 | 2022-07-05 10:07
[월간마니아타임즈 김세혁 기자] 입체감을 살린 게임이나 현실성을 강조한 메타버스 등 요즘 유행하는 산업 분야에는 어김없이 가상현실(VR) 기술이 적용된다. VR은 애초 시각적 현실감을 주는데 주력했지만 최근 관련 기술이 발달하고 다른 분야와 접목되면서 이제 촉감까지 전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VR이 촉감을 구현하는 비결은 햅틱 기술(Haptic Technology)과 접목이다. 햅틱(haptics)이란 각종 디지털기기에 진동이나 힘, 충격을 발생시켜 사용자가 촉감을 느끼게 만든다.

햅틱을 고도화한 리얼햅틱(real-haptic)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지난 3월 일본에서는 아이돌과 팬이 리얼 햅틱 기술을 통해 원거리에서 악수를 나누는 신기한 이벤트가 열렸다.

게이오기주쿠대학교와 산학협력 스타트업 모션립(Motion LIB)은 당시 도쿄에서 가상 악수회 ‘스카파! 아이돌 페스티벌~Think of SDGs~(スカパー!アイドルフェス!~Think of SDGs~)’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당시만 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코로나19 사태, 비대면 행사가 트렌드가 된 현실을 반영한 원격 악수회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행사에 참석한 팬은 VR을 구현하는 헤드셋을 착용하고 모션립이 제작한 기계손을 잡았다. 멀리 떨어진 아이돌은 카메라를 이용해 팬과 마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리얼햅틱 기술이 적용된 글러브에 힘을 주자 팬이 잡고 있던 기계손은 아이돌이 의도한 방향과 형태대로 움직였다.

VR과 리얼햅틱 기술을 이용한 'VR 악수 솔루션'. 아이돌이 손가락에 낀 기계를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멀리 떨어진 팬이 잡은 기계손에 실시간 전송돼 동작과 감촉을 구현한다. 〈사진=로봇스타트주식회사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遠隔リアルタイム握手会『さわれるVR握手会』in スカパー! アイドルフェス 鹿沼亜美さんとファンがリアルハプティクスとVRで握手会'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VR과 리얼햅틱 기술을 이용한 'VR 악수 솔루션'. 아이돌이 손가락에 낀 기계를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멀리 떨어진 팬이 잡은 기계손에 실시간 전송돼 동작과 감촉을 구현한다. 〈사진=로봇스타트주식회사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遠隔リアルタイム握手会『さわれるVR握手会』in スカパー! アイドルフェス 鹿沼亜美さんとファンがリアルハプティクスとVRで握手会' 캡처〉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모셥립이 개발한 ‘VR 악수 솔루션’ 덕이다. 대면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실제와 비슷한 감촉을 나누게 해주는 기술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이돌 문화를 가진 일본에서 악수회는 스타와 팬들을 연결하는 소통의 장인데,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던 당시만 해도 오프라인 악수회는 꿈도 못 꿨다.

미조구치 타카히로 모션립 대표는 “VR 악수 솔루션은 리얼햅틱 기술에 의한 일종의 감촉 무선 전송기술”이라며 “전례가 없는 팬데믹 사태에도 얼마든 좋아하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을 수 있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얼햅틱은 아이돌 악수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기술”이라며 “예컨대 병이나 해외 파견 등 이유로 서로 떨어진 가족 구성원을 한데 모인 것처럼 가깝게 연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지구촌 사람들을 비대면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고, 이런 팬데믹은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른다”며 “언택트·거리두기가 사실상 인류의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리얼햅틱과 VR 기술을 활용할 분야는 사실상 무한대”라고 강조했다.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지는 크루아상을 가볍게 쥔 기계손. 리얼햅틱 기술로 현실적 힘조절이 가능하다. 〈사진=모션립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지는 크루아상을 가볍게 쥔 기계손. 리얼햅틱 기술로 현실적 힘조절이 가능하다. 〈사진=모션립 공식 홈페이지〉


모션립의 ACB코어(ABC core)를 장착한 리얼햅틱 기술은 사용자가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존 햅틱 기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손이 쥐는 힘의 정도나 물건의 감촉을 정확하게 원격 전송·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힘을 순간적으로 조절하는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추구하는 모션립은 조금만 세게 쥐면 부스러지는 크루아상을 가볍게 다루는 기계손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약 70개 회사가 공동 기술 개발에 뛰어든 모셥립의 리얼햅틱 기술은 2년 넘는 팬데믹이 만든 언택트 문화와 이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전망이다.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가상화 기술은 손의 감촉은 물론 입술이 맞닿는 기분을 전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4월 말 실제 키스를 방불케 하는 VR 디바이스를 공개해 시선을 끌었다. 마우스 햅틱(Mouth Haptics)이라는 연구팀 고유 기술이 적용된 이 장치는 VR 헤드셋과 고글 아래쪽에 부착된 초음파 진동자 다발이 특징이다. 입술이 맞닿는 짜릿한 촉감은 물론 치아끼리 부딪히거나 입술에 끈적이는 것이 달라붙는 다양한 감각을 구현한다.

착용자의 입 주변에 다양한 느낌을 전하는 마우스 햅틱 장치 〈사진=Future Interfaces Group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Mouth Haptics in VR using a Headset Ultrasound Phased Array'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착용자의 입 주변에 다양한 느낌을 전하는 마우스 햅틱 장치 〈사진=Future Interfaces Group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Mouth Haptics in VR using a Headset Ultrasound Phased Array' 캡처〉


솔로라면 귀가 솔깃할 이 VR 장치는 디지털 촉각 햅틱과 초음파가 결합돼 완성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우리 장치는 키스는 물론 물을 마시거나 칫솔질할 때의 감각 등을 재현한다”며 “짜릿한 키스의 느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놀라운 장치가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가상현실 세계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 분야의 리얼리티는 아직 완전하지 않다”며 “부르르 떨리는 컨트롤러 진동을 제외하면 맛이나 냄새 등 다양한 감각은 아직 VR 기술이 구현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고글 밑에 장착된 초음파 진동자 다발 〈사진=Future Interfaces Group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Mouth Haptics in VR using a Headset Ultrasound Phased Array'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고글 밑에 장착된 초음파 진동자 다발 〈사진=Future Interfaces Group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Mouth Haptics in VR using a Headset Ultrasound Phased Array' 캡처〉
가상세계를 탐험하는 사람들의 뇌를 완전히 속일 현실성을 추구하는 연구팀은 초음파 진동자에 주목했다. 맥주 거품기나 세탁기에 사용되는 이 진동자를 VR 고글 아래쪽에 배치, 초음파를 쏴 입술에 다양한 감각을 주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초음파 진동자는 작은 입자를 띄우거나 움직이는 파워풀한 초음파 에너지를 방사한다”며 “이를 이용해 입술이나 치아, 또는 혀에 뭔가 닿는 느낌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초음파를 활용한 마우스 햅틱 기술은 단순한 촉감 재현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초음파의 방사 패턴을 조절하면 다양한 크기의 빗방울이 입술을 두드리는 복잡 미묘한 감각까지 사용자가 느끼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VR과 햅틱 기술을 접목한 리얼 햅틱은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단순히 신기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재난 현장 구조작업이나 우주개발 등 보다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뮬레이션에 응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쳤다.

zaragd@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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