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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나노로봇에 인공피부까지...로봇공학, 여기까지 왔다

김세혁 기자 | 2022-07-05 10:07
[월간마니아타임즈 김세혁 기자] 과학의 발달로 최근 수년간 로봇공학 수준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 학습능력을 갖춘 로봇이 등장하는가 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크기의 나노로봇을 활용한 난치병 치료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에는 사람의 것과 같은 피부를 입힌 로봇까지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물 정화하고 장기에 약 공급…나노로봇, 한계는 없다
초기에 개발되던 나노로봇의 핵심 부품. 현재 반도체 역할을 하는 다양한 소재 활용이 가능해 그 크기가 정말 작아졌다. [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초기에 개발되던 나노로봇의 핵심 부품. 현재 반도체 역할을 하는 다양한 소재 활용이 가능해 그 크기가 정말 작아졌다. [픽사베이]
체코 프라하화학공학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지난 3월 온도차와 자력을 활용한 나노로봇을 활용, 오염된 물속 중금속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많은 하천과 호수, 해양 등 수질오염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정화하는 방법이 딱히 없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이 만든 ‘TM 나노로봇(TM Nanorobot)’은 바이러스 수준인 200㎚(나노미터)로 아주 작다. 1㎚는 10억 분의 1m이므로 200㎚는 500만분의 1m에 해당한다.

나노로봇 몸체는 플루로닉 트리블록 공중합체(pluronic tri-block copolymer, PTBC)를 유인제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완성된 나노로봇은 열과 자력에 반응하는데, 수중에서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물의 중금속을 수집하는 원리다.

이런 동작이 가능한 건 온도에 따른 PTBC의 반응이다. 찬물에 넣으면 로봇은 중금속에 결합하고, 반대로 따뜻한 물이라면 결합이 느슨해져 중금속에서 해방된다.

산화철을 활용, 자력으로 원격 조종이 가능한 나노로봇이 중금속을 제거하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차가운 오염수에 나노로봇을 대량으로 넣는다. 나노로봇은 낮은 온도에 반응, 중금속에 닥치는 대로 끌어 모은다.

이후 자석으로 나노로봇을 한 곳에 결집시키고 물을 데워 중금속을 일순간에 내려놓게 만든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광범위하게 오염된 수질도 어렵지 않게 정화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실제 실험 결과도 고무적이다. 나노로봇을 비소 등이 섞인 수조에 넣는 실험에서 65%의 중금속이 제거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비소나 아트라진(제초제의 일종)에 오염된 물에 나노로봇을 넣고 100분을 기다린 결과 오염도가 65% 개선됐다”며 “중금속이 깔린 강이나 호수, 바닷물을 정화하려면 여러 복잡한 처리를 해야 한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로봇은 이런 수고를 덜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험이 한정된 장소에서 이뤄졌고 물속 중금속 외의 다른 물질이 섞이지 않은 점에서 나노로봇의 정화 능력은 65% 이하로 추정했다. 실제 상황에서 나노로봇이 어느 정도 정화 능력을 발휘하는지 추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나노로봇은 10억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나노기술(Nanotechnology)의 산물이다.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의료다. 나노로봇이 혈관을 돌며 백신 등을 아픈 장기에 전달하거나 물리적으로 제거가 어려운 암세포를 공격하는 식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05년 우주 미션에 다양하게 활용할 ‘나노봇(Nanobot)’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화성 대기권 진입 시 우주선 차폐막 역할을 나노봇 군집체가 감당하는 시나리오도 공개했다. NASA는 현재도 나노기술을 응용한 우주 미션을 구상 중이다.

■체내 돌며 치료활동하는 게형 로봇
극소형 로봇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한 가운데, 인간의 몸 구석구석을 돌며 난치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로봇이 등장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6월 사람의 혈관을 타고 다니며 약물을 옮기는 등 질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 형태의 로봇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 로봇이 과학계에 유례가 없는 원격조작 보행 로봇이라고 소개했다. 움직이는 형태가 실제 게를 닮은 이 로봇은 ▲무동력 ▲원격조작 ▲0.5㎜에 불과한 작은 크기 ▲즉각 데워지고 식는 재질이 특징이다.

옆으로 걷는 게의 특이한 보행 방법에 영감을 얻어 제작된 이 로봇은 형상기억합금의 탄성을 살려 전기 없이 움직일 수 있다. 열을 가하면 미리 기억된 형상으로 돌아가고 식히면 변형된다.

미국 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게 형상 로봇 [노스웨스턴대학교]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게 형상 로봇 [노스웨스턴대학교]
이 로봇은 현재 게 모양을 하고 있지만 재질 특성상 귀뚜라미나 장수풍뎅이 등 어떤 곤충, 어떤 생물로도 찍어낼 수 있다. 전기가 없어도 동작하기 때문에 인체에 투입, 막힌 동맥을 청소하거나 암과 내출혈을 치료하며 환자에 부담이 덜한 외과수술까지 도울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특히 로봇은 특수한 레이저를 쏴 로봇의 각 부품 온도를 세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 이런 조작에 의해 기억 형상과 변형 형상을 끝없이 전환함으로써 로봇은 사람의 의도대로 동작하게 된다. 전기가 없어도 돌아다닐 수 있는 이 로봇은 사람의 치료는 물론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틈새를 파고들어 건물이나 기계 등을 조립하거나 수리할 수 있다. 몸집이 작기 때문에 신속하게 냉각되기 때문에 빨리 달릴 수도 있다.

현재 이 로봇은 1초 만에 자기 몸집의 절반가량, 즉 0.25㎜를 이동할 수 있다. 1분으로 따지면 13.5㎝를 이동한다. 물론 느린 속도지만 향후 몸체를 더 작게 하면 속도를 더 낼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게다가 지금 속도는 인체 치료를 가정하면 그렇게 느린 것도 아니다.

연구팀은 0.5㎜인 로봇의 크기를 향후 더 작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실험을 거듭해 몸체가 나노로봇 수준까지 소형화될 경우 난치병을 넘어 불치병 치료에도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배양한 사람 피부 입은 로봇 등장
로봇의 손가락을 살아있는 피부로 덮는 시도가 지난 6월 일본에서 성공을 거뒀다. 로봇을 감싼 피부는 상처가 차차 치유되는 놀라운 기능까지 갖췄다.

일본 도쿄대학교 타케우치 마사하루 교수 연구팀이 만든 손가락 형태의 로봇은 놀랍게도 인간의 피부 세포를 활용한 배양 피부를 입고 있다.

연구팀은 사람들 틈에 완벽하게 스며드는 휴머노이드를 만들기 위해 사람 피부 세포에 주목했다. 고도의 사실감을 표현하기 위해 특수 배지에 사람 피부 세포를 배양해 만든 진짜 피부를 덮기로 결정했다.

진피세포를 섞은 콜라겐 용액에 로봇 손가락을 넣고 배양한 결과물 [도쿄대학교]이미지 확대보기
진피세포를 섞은 콜라겐 용액에 로봇 손가락을 넣고 배양한 결과물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휴머노이드 등 로봇의 겉모습이 정말 인간답다면 원활한 소통이 촉진되고 친밀감도 느껴질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대부분의 인간형 로봇은 실리콘 피부를 사용해 발한이나 열 배출, 자가 복구 등 인간 피부의 특징을 재현하지 못한다.

로봇용 피부는 콜라겐 용액과 결합이 핵심이다. 고정 장치에 로봇 손가락을 장착하고 진피세포를 섞은 콜라겐 용액에 담근다. 진피 조직들은 콜라겐 용액에서 배양되는 과정에서 로봇 손가락에 딱 달라붙는다. 이는 페인트 초벌 작업처럼 균일한 토대가 돼준다. 이후 고정 장치를 천천히 회전시켜 표피세포를 로봇의 손가락에 잘 들러붙도록 했다. 배양된 피부로 둘러싸인 손가락은 로봇에 생동감을 더해줬다.

이렇게 배양된 피부는 튼튼하고 유연성이 뛰어나 손가락을 완전히 구부리는 동작에도 찢어지지 않고 견뎠다. 인간의 피부 조직의 특성인 발수성도 그대로였다. 특히 이 피부는 실제 사람처럼 치유도 가능하다. 상처가 날 경우 콜라겐 반창고를 붙여두면 저절로 낫는다. 메스로 배양 피부에 상처를 내고 콜라겐 시트를 붙이자 세포가 이동‧분열해 7일 정도면 복구되는 것이 실험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배양 피부가 살아있는 피부로 뒤덮인 로봇 개발의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진짜 조직에 비해 상당히 약한 점, 배양액에서 빼내면 1시간 정도 뒤에 자연 손상되는 점 등 단점을 보완하고 감각 뉴런과 손톱, 땀샘 등 보다 사실적이고 기능적인 피부 구조를 만들면 사람 같은 로봇 완성도 머잖았다고 학계는 평가했다.

■학습능력 활용, 통증 느끼는 로봇 등장
최근에는 통각을 학습하는 인공 피부까지 등장했다. 올해 초 한국에서 강한 자극에 반응하는 반도체가 등장한데 이어, 영국에서는 맞거나 찔리면 아픔을 느끼는 전자스킨(전자피부)이 탄생했다.

글래스고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6월 논문에서 인간과 흡사한 촉각과 통각을 느끼는 전자스킨(e-skin)을 공개했다. 인간다움을 최대한 모방한 휴머노이드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전자스킨은 사람처럼 웃고 찡그리며 걷는 요즘 로봇에 통증을 느끼고 움츠러드는 동작까지 구현하게 만들었다.

전자스킨의 핵심인 센서는 인간의 말초신경에서 힌트를 얻었다. 말초신경은 접촉에 의한 자극이 있으면 그것을 일단 처리하지만 뇌에 전달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정보뿐이다.

물리적 아픔은 물론 슬픔 같은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 개발될지도 모른다. [영화 '에이아이' 스틸]이미지 확대보기
물리적 아픔은 물론 슬픔 같은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 개발될지도 모른다. [영화 '에이아이' 스틸]
연구팀은 로봇 센서를 사람 말초신경처럼 설계하면 컴퓨터가 정보를 취사선택할 것으로 봤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168개 시냅스 트랜지스터로 구성된 그리드다. 시냅스 트랜지스터는 로봇 통각 구현에 이용되는 산화아연 나노와이어를 채택, 부드러운 표면에도 배치할 수 있게 했다.

이 전자스킨은 하드웨어 차원의 분산 학습도 가능하다. 때문에 뭔가 행동하기 위해 중추 프로세서와 일일이 정보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다. 당연히 로봇의 반응은 학습을 반복할수록 빨라진다.

인간 말초신경처럼 필요한 계산만 하므로 접촉 반응 처리가 대폭 빨라진 전자스킨의 활용은 향후 다양할 전만이다. 특히 자극에 대해 적절히 반응하는 대규모 신경 형태학적 전자스킨을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전진이라고 학계는 반겼다.

zaragd@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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