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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새로움으로 가득찬 한 여름밤의 축제-베하 필 열 번째 공연

이신재 | 2022-07-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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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하 필하모닉 오케스타라 공연은 늘 기다려진다. 공연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떨 땐 국악이 등장하고 어떨 땐 어린 예인이 나타난다. 또 어떨 땐 창조적인 악기가 선을 보인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지 않는 그들의 핵융합적인 실험정신과 미래지향적인 자세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변화와 새로움은 예술총감독 김봉미 지휘자의 머리와 가슴에서 나온다. 아버지의 지휘 모습을 보며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했던 그는 러시아와 독일에서 피아노와 지휘를 배우고 익혔다. 머릿 속에 음악 정보가 가득차 있어서 기획만 하면 바로 원하는 걸 꺼낼 수 있다.

‘클래식 박사’ 김봉미로 인해 베하필은 국내에서 가장 친절한 오케스스트라가 되었다. 지휘 틈틈이 돌아서서 마이크를 잡고 짧지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클래식 정보를 던져준다. 관객들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보고 들으며 그가 원하는 대로 박수를 치고 ‘브라보’를 외치면 된다.

김봉미는 ‘클래식은 점잖아야 한다’는 틀 마저 깨버렸다. 박수와 함성이 클래식의 진짜 감상법이며 연주자들의 기량을 최고조로 올리는 촉매제라고 생각한다. 힘찬 박수가 쏟아져야 공연의 흥미 오르고 그래야 졸던 사람들도 깜짝 놀라 정신을 가다듬게 된다는 이야기지만 클래식 공연장에선 졸아도 좋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얼마나 편안했으면 그 ‘시끄러움’ 속에서도 잠을 들수 있겠느냐며 그 역시 클래식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힐링이라고 했다.

늘 새로움에 도전하는 베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열 번째 정기공연 ‘AGAIN’은 7월 12일(화) 저녁 8시 롯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처음으로 예술의 전당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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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세상을 희망하며 풀어놓는 한 여름 밤의 음악 축제로 드보르의 ‘카니발 서곡 Op.92’, 스메타나의 ‘ 나의 조국 중 2번 몰다우’, 라벨의 ‘볼레로’가 김봉미 지휘자의 따뜻한 가슴과 부드러운 손끝에서 새롭게 피어난다.

카니발 서곡 Op. 92는 민족주의 작곡가 드보르의 3부작 연주회용 서곡 3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다. 자유와 사랑의 보헤미안들이 펼치는 축제의 흥겨움, 넘치는 생동감이 속속들이 스며있다. 리듬이 활기차고 선율이 신선하다. 잠들어 있던 흥을 일깨운다.

몰다우는 체코를 가르지르는 강 볼타바의 독일식 발음.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6곡중 두 번째 곡이다. 흐르는 물처럼 선율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2부를 시작하는 오페라 카르멘의 하이라이트 서곡은 트럼펫이다. 지금껏 서곡은 모두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하지만 베하필은 다양한 빛깔의 에너지를 지닌 트럼피스트 김완선을 등장시킨다. 분명 색다른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카르멘은 대한민국 최고의 카르멘 주역 최승현과 이승묵(호세 역)이 원조 이상으로 열연하다.

볼레로는 ‘클래식인 듯 클래식 아닌 클래식’. 게임 음악으로 쓰일 정도로 지금은 극히 대중적인 클래식이 되었지만 틀을 깬 기상천외한 작품이다. ‘도~시도레도 시라 도도라도~시도라솔미파솔’의 리듬이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같은 줄 알겠지만 같지 않다. 매번 다른 악기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플루트에서 클라리넷, 바순, 오보에가 연이어 뛰어 들고 트럼펫, 테너 색스폰, 소프라니노 색스폰, 호른, 트롬본이 합세한다. 목관악기끼리 따로 놀기도 하고 현악기들도 무리를 짓는다. 더러는 친한 몇몇 악기가 모여 첫 번찌 선율이나 두 번째 선율을 읊는다.

따로 또는 조금씩 함께 어울리던 그들은 15분여가 흐른 마지막엔 모두 한꺼번에 소리를 내며 합주한다. 졸졸 실개천이 시냇물이 되었다가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되는 모습이다. 169번 되풀이 되니 연주를 듣고 나면 귀에 박혀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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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의 공연도 뛰어나다. 협연의 첫 머리는 김지윤의 바이올린. 김지윤은 차세대를 이끌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생상의 서주와 카프리치오소에 담긴 화려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표현한다.

캄머 쟁어(궁정 가수) 작위의 베이스 전승현은 세빌리의 이발사 중 ‘험담은 미풍처럼’과 케른의 올드 맨 리버, 오페라 카르멘의 대표 성악가 테너 이승묵은 ‘그대가 던져준 이 꽃은’, 최승현은 ‘사랑은 길 들지 않은 새’를 들려준다.

공연을 기획, 지휘하는 김봉미 예술총감독은 독일 에센 국립음대 수석입학자이며 졸업자로 데트몰트 국립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했다. 모든 곡을 완전히 마스터, 악보를 보지 않고 지휘하는 이 시대의 가장 핫 한 여성 지휘자로 여성 최초로 헝가리 국제 지휘 콩쿨상을 수상했다. 콩쿨 심사위원장은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극찬했다. 해설하는 지휘자로도 잘 알려진 그는 여성 지휘자로선 드물게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무대위에서 빛나는그의 카리스마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전승현은 독일 정부가 인정하는 대단한 성악가. 2011년 최고의 성악가에게만 수여하는 캄머쟁어(Kammersaenger) 작위를 받았다. 왕정시대부터 시작된 전통으로 그들을 지칭할 때 반드시 KS를 앞에 붙인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국장 종신 베이스 주역 솔리스트 출신.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다.

이승묵은 한양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한 테너. 이태리 베르디음악원과 제네바음악원 최고 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제네바, 이태리 국제 콩쿠르 입상자로 독보적인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오페라에 최적화된 실력있는 성악가다.

최승현은 이태리 베네제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한 메조 소프라노. 2007년 독일 하노버 오디션에서 “이보다 더 카르멘 다울 수 없다”는 평가속에 오페라 카르멘의 주역으로 뽑혔다.

바이올린 김지윤은 예원학교를 수석 입학생이자 졸업생. 서울예고 재학 중 한예종에 조기 입학한 천재다. 제 10회 ‘International Yfrah Neaman Violin Competition’에서 1위와 청중상, 모차르트상을 모두 수상했다.

트럼펫 김완선은 서울예고, 한예종,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를 마친 전문 연주자. 성남시립교향악단 수석인 그의 트럼펫에는 특별한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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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미 예술총감독은 베하필의 열 번째 공연 ‘AGAIN’은 “전 세계를 어둠 속에 주저앉혔던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다시(Again) 희망을 노래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기획한 ‘즐거운 축제의 장’이라고 했다.

베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 2014년 사단법인 헤럴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출범, 2019년 ‘베스트 해피니스, 베스트 하모니’의 베하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하필은 음악나눔으로 조화로운 삶,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최고의 관현악단으로 다문화 어린이로 구성된 100인 오케스트라 ‘베하 무지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키우고 있다.

공연문의 국제문화공연교류회 02-543- 7352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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