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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특파원뉴스 -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고물가, 고유가에 비틀거리는 미국

치솟는 기름값에 지갑 닫아
경기 침체 우려에 해고 바람
고금리에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낙태법 폐지로 가계부담 가중

장성훈 특파원 | 2022-07-05 10:08
경기 침체 위기에 처한 미국 기업들의 직원 해고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장성훈 특파원]이미지 확대보기
경기 침체 위기에 처한 미국 기업들의 직원 해고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장성훈 특파원]
[장성훈 특파원] 미국 경제가 휘청거린다. 코로나19에 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는 하늘높은 줄 모르게 치솟는다. 특히 기름값은 자고 나면 새로운 기록을 세운다. 주유소 가기가 두려울 정도다. 노동시장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이 고용을 축소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4년만에 최고치를 경신, 부동산 버블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보수적인 인물들이 장악한 연방 대법원은 낙태법을 폐기해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싼 편인 오클라호마주 기름값도 5달러 내외로 치솟았다. [오클라호마시티=장성훈 특파원]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도 싼 편인 오클라호마주 기름값도 5달러 내외로 치솟았다. [오클라호마시티=장성훈 특파원]


◇무서운 기름값

오클라오마주의 기름값은 타주에 비해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1갤런에 2달러 내외였다. 그랬던 것이 러시아의 우크라아니 침공이 발발하면서 급등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갤런당 5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기름넣기가 두려울 정도다. 미국내 기름값이 이처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로 감축된 원유 생산량이 되살아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 감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름값 상승은 물가 상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소소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3개월 간 연방 유류세를 면제해 줄 것은 의회에 요청했다. 비상 처방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으로서는 40년만에 최악을 기록중인 고물가에 고유가라는 악재가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민주당 텃밭인 주에서는 여전히 민주당 후보들이 공화당 후보보다 앞서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4개월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와 기름값을 잡지 못하면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안한 고용시장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국 고용시장은 비교적 활발했다. 경제 침체기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새로운 일자리가 매달 수십만 개가 창출됐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현실이 되자 기업들이 고용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들의 고용 축소 방법은 한국 기업들과 다르지 않다. 신입 사원 모집 일정을 대거 늦추고 신규 채용 자체를 동결한다 .이것은 좀 나은 편이나 최근에는 아예 대량 해고로 직원수를 크게 줄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의 경우 앞으로 3개월동안 전체 인력의 최대 3.5%(약 6천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완성차 업계 4위인 스텔란티스도 미시간주 스털링에 있는 스탬핑(금형) 공장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에 돌입했다. 메타(전 페이스북)는 신규채용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으며, 넷플릭스는 지난 5월 150명을 해고한데 이어 다시 한번 정리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직원수가 3800명인 모바일 주식거래 서비스 로빈후드는 전체 직원의 9%를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온라인기반 중고차 기업인 카바나는 최근 전체 고용인력의 12%인 2500명을 해고했다. 테크업계에서는 5월에만 1만7000명이 직장을 잃었다. 미국최대은행 JP모건체이스는 이번 주 주택담보대출 부문 직원 수백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하는 등 고용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미국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장성훈 특파원]이미지 확대보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미국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장성훈 특파원]


◇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미국의 주택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미국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자 주택담보대출(주담보) 업체인 프레디맥도 최근 30년만기 고정금리 주담배 평균 금리를 5.81%로 인상했다. 이는 2008년 11월이후 13년7개월만에 최고치다. 이에 제롬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금 집을 사지 말라고 조언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모기지 금리가 다시 낮아질 때까지 (집 구입) 하지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미국 집값은 좀처러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사상 최초로 40만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5월에 팔린 기존 주택 중위가격이 40만7600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5% 가까이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규주택 착공 실적이 한 달전보다 15% 줄었고, 대규모 부동산 회사들은 대규모 인원 감축을 시작했다.

오클라호마 주민들이 26일(한국시간) 주 청사 앞에서 낙태법을 철폐한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장성훈 특파원]이미지 확대보기
오클라호마 주민들이 26일(한국시간) 주 청사 앞에서 낙태법을 철폐한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장성훈 특파원]


◇ 낙태법 철폐

오클라호마주 의회는 지난 달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임신 개월수에 관계없이 '수정'된 이후에는 아예 낙태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또 누구나 낙태 수술을 하거나 돕는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연방대법원은 6월25일(한국시간) 49년만에 낙태금지판결을 내려 불난 집에 기름을 퍼부었다. 낙태법이 폐기됨에 따라 오클라호마 등 26개주에서 여성들의 원정 낙태와 불법 낙태, 의료비 상승 등 각종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 우려되고 있다. 낙태관련 의료기관이 문을 닫게 돼 대량 실직 사태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낙태를 허용하는 주까지 '원정 낙태'를 해야 하는 저소득층 및 유색인종 여성들에 대한 비용 부담도 커지게 된다.
낙태를 인정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대법원 판결이후 낙태 클리닉을 찾는 여성이 3,000%나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여성정책연구소의 분석결과를 인용하며 "현재 13~44세 미국 여성 중 4000만명 이상이 제한적 낙태권을 가진 주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이 '원정 낙태'를 하면 연간 1,050억 달러의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92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으로 열세였던 판세를 뒤집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이러니학도 지금은 되레 민주당이 경제 문제로 발목이 잡혀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에 정권을 내줄 위기에 처했다. [오클라호마시티=장성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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