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단상 1
하늘이 훌쩍 올라갔다.
다른 느낌의 푸르름.
햇살은 여전히 따갑지만 끈적이진 않는다.
가볍게 스치는 바람에도
맺힌 땀방울이 뚝 떨어진다.
기운 되찾은 뽀송뽀송한 살결.
힘들게 서있던 들풀도 꼿꼿이 고개를 들었다.
그 지독했던 더위,
아득한 옛날인가 싶다.
하늘거리는 시골길 코스모스.
아, 가을.
9월 단상 2
가고 오는 계절.
북쪽 하늘에 기러기 뜨자
처마 밑 제비 떠날 채비 차림다.
우수수 갈바람, 창가에 머무는데
이별이 아쉬운가
귀뚜리 울어 밤을 지샌다.
풀잎에 맺힌 백로 흰이슬
코 끝을 간질이는 국향
먹이를 집어 나르는 산새
멀잖아 기울어질 풍경
그러다 달빛 소리 없이 스며드는
머리맡에 한권의 시집.
정인이 떠나도 가을은 외롭지 않다.
9월 단상 3
창문을 때리고 지나간 바람,
감나무를 휘감아 돈다.
막 물들기 시작한 감이 소리내어 떨어진다.
툭, 심장 내려앉는 소리.
산비탈 아카시 잎도
한칼 바람에 비명을 내지른다.
엊그제만 해도 시원했던 바람,
오늘 왜 이리 스산한가.
가을 병이 또 도지려나.
난 누구인가.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
가을 상념은 사람을 슬프게 한다.
생각을 접고
햇볕 드는 베란다에 색 고운 꽃 한송이 키워야지.[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