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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9월 단상 1

하늘이 훌쩍 올라갔다.

다른 느낌의 푸르름.

햇살은 여전히 따갑지만 끈적이진 않는다.

가볍게 스치는 바람에도

맺힌 땀방울이 뚝 떨어진다.

기운 되찾은 뽀송뽀송한 살결.

힘들게 서있던 들풀도 꼿꼿이 고개를 들었다.

그 지독했던 더위,

아득한 옛날인가 싶다.

하늘거리는 시골길 코스모스.

, 가을.

9월 단상 2

가고 오는 계절.

북쪽 하늘에 기러기 뜨자

처마 밑 제비 떠날 채비 차림다.

우수수 갈바람, 창가에 머무는데

이별이 아쉬운가

귀뚜리 울어 밤을 지샌다.

풀잎에 맺힌 백로 흰이슬

코 끝을 간질이는 국향

먹이를 집어 나르는 산새

멀잖아 기울어질 풍경

그러다 달빛 소리 없이 스며드는

머리맡에 한권의 시집.

정인이 떠나도 가을은 외롭지 않다.

9월 단상 3

창문을 때리고 지나간 바람,

감나무를 휘감아 돈다.

막 물들기 시작한 감이 소리내어 떨어진다.

, 심장 내려앉는 소리.

산비탈 아카시 잎도

한칼 바람에 비명을 내지른다.

엊그제만 해도 시원했던 바람,

오늘 왜 이리 스산한가.

가을 병이 또 도지려나.

난 누구인가.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

가을 상념은 사람을 슬프게 한다.

생각을 접고

햇볕 드는 베란다에 색 고운 꽃 한송이 키워야지.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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