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명의 목소리로 읽는 이어령의 ‘말로 찾는 열두 달’
이어령 선생의 에세이 ‘말로 찾는 열두 달’은 1972년에 창간, 1987년까지 주간을 맡은 순수 문예지 ‘문학사상’에 권두언으로 연재한 글을 엮은 산문 시집이다.
선생의 권두언은 시대를 투영, 시적인 강렬함과 밀도로 깊은 감동을 준 것으로 회자되는데, “창 끝 같은 도전의 언어. 불의 언어, 지루한 밤이 가고 새벽이 어떻게 오는가를 알려주는 종(鐘)의 언어가 될 것”이라는 권두언은 유명하다.
국립국어원이 이 산문집을 2022년을 살고 있는 365명의 목소리를 담아 소리책(오디오북)으로 출간한다. 오는 10월 개최하는 ‘2022 세계 한국어 한마당’을 여는 ‘2022 함께 읽다’의 소리책 만들기 행사를 통해서다. ‘2022 함께 읽다’는 한국어, 한국 문화와 관련된 책 한 권을 선정, 2022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소리책(오디오북)으로 만드는 행사이다.
올해는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한국어, 한국 문화 발전의 초석을 다진 고 이어령 선생의 ‘말로 찾는 열두 달’이 선정됐다.
이에 오는 9월16일까지 낭독 참가자를 모집한다.15세 이상으로 이 소리책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은 누구나 낭독에 참여할 수 있다. 2022 세계 한국어 한마당 누리집에서 참여 신청을 하고 낭독 음성을 녹음하여 제출하면 된다.
365명이 낭독한 음성으로 완성한 소리책은 오는 10월 6일부터 10월 9일까지 ‘2022 세계 한국어 한마당’ ‘한글·한국어 산업전’이 열리는 국립한글박물관 행사장에서 들을 수 있으며, 한국어 낭독 자료로 국어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국립국어원 장소원 원장은 이번 행사의 취지를 “책 한 권을 여럿이 함께 읽는 문화적 경험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훈 ‘하얼빈’ ‘문재인 효과’? 판매 78% 늘어
김훈의 ‘하얼빈’이 지난 주에 이어 베스트셀러 1위(교보문고 집계)를 차지했다. 남성독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광복절의 시의성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추천 등 책에 대한 관심으로 지난 주 대비 판매가 78.7% 신장했다.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2’가 출간과 함께 종합 2위에 올랐다. 전작 ‘불편한 편의점’의 인기에 힘입어 높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신작 구매 독자층은 여성 독자가 높고 특히 40대 여성 독자가 34.9%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얼빈’의 독자와 대비, 소설 독자층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소설은 전편의 시간으로부터 1년 반이 흐른 여름날의 이야기로 위트와 이웃들을 향한 따뜻힌 시선을 이어갔다.
소설 강세가 두드러져 조예은의 ‘트로피컬 나이트’가 출간과 함께 소설분야 8위로 진입했다. 작가는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 수상작 ‘시프트’,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등 장르소설로 독자층을 형성했다. 허태연의 ‘하쿠다 사진관’도 출간 후 첫 진입했다.
‘파친코1’은 한 단계 내려앉아 5위에 머물렀다.
‘살을 빼려면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한다?
살을 빼려면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할까?’‘달걀을 하루에 한 개 이상 먹으면 성인병에 걸릴까?’‘근육이 아파도 계속 운동해야 할까?’…
날씬하고 탄력있는 몸매를 원하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이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는 제각각이다. 수많은 건강 정보가 떠돌아 다니지만 대체로 과장 혹은 허위 광고이거나 잘못된 정보들이 많다. 살을 빼준다는 수많은 다이어트 약과 의심스런 시술도 횡행한다.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정보 홍수 속에서 연세대 의과대 학술회(ARMS)가 다이어트와 몸만들기의 잘못된 속설과 상식을 정리, 올바른 이해를 돕는 ‘몸 만들기 처방전’(플루토)을 펴냈다.
저자들은 매월 건강 관련 주제를 정해 관련 논문을 분석· 검증한 뒤 그 결과를 SNS와 웹매거진에 공유해왔다.
저자들은 우선 올바른 건강정보를 얻기 위해선 잘못된 정보는 거르고 스스로 명확하고 근거있는 정보를 찾는 헬스 리터러시를 갖추라고 권한다.
무엇보다 다이어트에 대한 대표적인 잘못된 지식은 다이어트=굶는 것이라는 오해다. 섭취 열량을 소모 열량보다 꾸준히 적게 유지할 수만 있으면 체중은 자연스레 줄어들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다이어트의 최대의 적은 다름 아닌 배고픔이기 때문이다. 보다 현명한 방법은 열량 결손이 생기는 다이어트 식단, 포만감이 큰 다이어트 식단이다. 영양소 중 가장 쉽게 포만감을 주는 성분은 단백질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류신이 열량 섭취량을 조절하는 데 영향을 준다. 또한 음식을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이 커진다.
밤 8시 이후에 먹는 음식은 다 살로 간다는 말은 사실일까? 실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사시간은 비만이나 과체중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밤늦게 먹는 음식의 경우 고열량인 경우가 많아 총 열량 섭취량이 높아지는 게 원인이다. 또한 스트레스 등 부정적 감정이 고열량 음식을 부른다.
채식위주의 식사는 당장 포만감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몸이 채소가 주는 포만감에 적응해 더 부피가 큰 음식을, 더 많이 먹고 싶도록 만들 수 있다.
다이어트 식단으로 주목받는 저탄고지 식단인 케토제닉 다이어트와 간헐적 단식의 특징과 효과, 주의할 점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유행하는 단백질 보충제와 관련한 올바른 활용법도 들어있다. 단백질은 빨리 흡수되면 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에 빠르게 흡수되는 유청 분리 단백질은 체내 아미노산 농도를 빨리 높이고 떨어뜨린다. 일반 식사가 아닌 단백질 보충제만으로 단백질을 섭취한다면 조금씩 자주 먹는 게 좋다. 논란이 많은 달걀과 심혈관질환과의 관련성은 낮다.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들에게 6주간 매일 달걀 2개를 먹도록 한 연구에서 혈중 수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책은 운동이 어떤 근육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작용 원리와 해부학적 모습을 일러스트로 제시, 이해를 돕는다. 운동 중 근육이 성장하는 원리, 프리웨이트 운동과 머신 운동의 장단점, 공복 운동의 효과, 운동 전 카페인 섭취의 실제 효과 등도 들려준다.
AI로 경영하라(이준기 지음,인플루엔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는 보는 모든 것을 사진처럼 기억한다. 몇 페이지 몇 째줄에 있는 내용을 기억하는 천재다. 우영우가 AI변호사와 겨룬다면 어떨까? 최근 법률자동화회사 로긱스가 개발한 인공지능시스템이 20명의 변호사들과 대결해 큰 차로 승리했다. 과제는 다섯 개의 비공개 협약서에서 문제가 될 만한 법률 이슈 30개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AI가 기계적인 단순작업 외에 전문가의 영역까지 장악하게 될까? 국내 최고의 디지털 전략 전문가로 통하는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대변환을 맞고 있는 시대에, 인공지능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미국 방사선학 저널에 소개된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이다. 손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뼈 나이를 맞히는 것으로, 인공지능의 정확도는 69퍼센트, 전문의의 정확도는 63퍼센트, 수련의의 정확도는 49.5퍼센트로 나타났다. 시사적인 건 두 번째 실험이다. 의사들에게 인공지능이 판단한 것을 보고 최종적으로 예측하게 했더니 전문의의 정확도는 72.5퍼센트까지 올라갔다. 디지털화와 함께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책은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올바로 이해하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원리부터 적용까지 실용적 지침을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 다양한 사례를 들어 쉽게 풀어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도입하며 겪은 실패 및 성공 사례를 담아내 인공지능과의 이상적인 협업 모델을 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성냥과 버섯구름(오애리·구정은 지음, 학고재)
모바일의 이동성을 완성시키는 건 배터리다.그런데 고대에도 배터리가 있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때문에 벨기에 레오폴트2세의 동상이 훼손됐다? 얼핏 뜬금없어 보이는 시공을 달리한 사건이 사실은 연결돼 있다는 건 흥미롭다. ‘콩고의 학살자’로 불리는 벨기에 레오폴트2세는 식민지 콩고의 원주민들에게 고무 채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손을 자르는 잔학 행위를 일삼았다. 그런 채찍과 고문 등 콩고인의 희생 덕에 벨기에의 고무 생산량은 1890년 100톤에서 1901년에는 6,000톤에 달할 정도로 폭증하고, 엄청난 부를 축적, 수많은 건축물을 세우는데, 그 배경에 1800년대 말 유럽에서의 자전거 대중화가 있다.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인종차별 반대론자들이 왕의 동상을 가만두지 않았다. 세계사 이면의 연결성을 살핀 책은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내 일상에, 고대의 문명이 현대의 야만으로 나타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한 코로 꿰어낸다. 얼마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민간인 공격에 쓰인 금지 무기 백린탄은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의 그 성냥으로도 쓰였다. 성냥이 대량 생산되면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유럽과 미국의 성냥 공장 노동자들은 백린 독성 때문에 턱뼈가 변형되는 장애를 떠안았다. 기술 혁신의 이면에는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말라리아 백신도 마찬가지다. 30년간 국제뉴스를 다루면서 세계적인 사건들을 세심히 살펴온 저자들이 놓은 연결고리는 역사와 세상을 이해하는 따뜻한 공감을 일으킨다.
지그문트 바우만(이자벨라 바그너 지음, 김정아 옮김, 북스힐)
‘유동하는 근대’라는 개념으로 현대 서구사회의 역동적이며 불안정한 삶을 설명해온 바우만의 최초 전기, 특히 포스트모던 시대 사상적 토대를 제공한 바우만은 세계화와 근대성, 신식민주의와 이주, 소비주의와 상품화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발표한 시대의 지성, 아이콘이다. 유대인 출신이었던 그는 평생 두 번의 난민 생활을 했다. 사회가 민족을 구분하는 행위, 개인에게서 주체성과 자율권을 앗아가는 극단 경험을 겪으며 그는 여러 체제 안에서 투쟁하는 삶을 살았다. 저자에 따르면 바우만의 주요 지식 활동은 폴란드, 영국, 국제 시기 등 셋으로 나뉜다. 폴란드 시기, 사회학자로서 바우만은 학문 전통의 다양성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교조적 마르크스주의 접근법에 반대했다. 1971년 영국 정착 이후엔 현대성과 홀로코스트간의 연관성, 근대성과 탈근대성에 주력했다, 2000년에 나온 ‘액체근대’는 바우만의 사회변화 분석이론을 통합한 걸작으로 꼽힌다. 바우만의 통찰은 몸소 겪은 역사적 경험에서 나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쟁 전 차별, 2차 세계대전과 나치 점령과 피난, 폴란드군 입대, 스탈린주의 시절과 해빙기 대학 교육자, 1968년 반유대주의 숙청, 이스라엘 강제 이주 등 파란만장하다. 저자는 바우만의 삶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왜곡되기까지 했다고 강조한다. 바우만의 기록물 보관소 문서를 비롯, 개인기록물까지 꼼꼼하게 챙겨 인생 궤적안에서 사건과 지적 활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했다.
[제공=헤럴드경제 이윤미부장]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