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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김치찌개에 내 소울을 맡기다

[중구 직장인의 맛점 유랑기] 중구형, 맛집 좀 알려주오

김선영 기자 | 2022-10-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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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니아타임즈 김선영 기자] 원래 소울푸드는 관념적인 뜻이 아니라 검보, 잠발라야, 프라이드 치킨, 맥앤치즈, 바비큐윙 등을 통칭하는 단어다. 미국 남부에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의 식문화에 당시 유행하던 ‘soul’이라는 말을 붙여 탄생한 것이 소울푸드인 것이다.

지금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음식,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소울푸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위안 음식’이라는 순화어를 권장하고 있다.

젊은 여자들의 소울푸드라면 떡볶이를 꼽거나, 남자들의 소울푸드로 제육볶음이나 돈가스를 내세울 수 있겠지만 한국인의 공통적인 소울푸드라면 얼른 김치찌개나 된장찌개가 떠오를 것이다.

김치찌개를 끓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아삭하고 새콤하게 익은 김치를 들기름이나 식용유에 볶다가 육수를 붓고 푸욱 끓여 마무리하는 것이다. 부재료로 참치나 어묵, 돼지고기나 스팸 등을 넣고 끓이면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김치찌개가 탄생한다.

직장인이 밀집한 중구와 인접 구에는 쇠털처럼 많은 김치찌갯집이 있다. 작은 분식집이나, 회식 전문 고깃집도 점심 메뉴로 김치찌개를 내놓을 정도다. 그렇기에 유명한 김치찌갯집도 많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김치찌개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집들을 소개한다.

은주정이미지 확대보기
은주정


쌈 싸 먹는 김치찌갯집, 은주정

을지로 4가 방산시장 안에 위치한 은주정은 쌈 싸 먹는 김치찌개로 유명하다.

긴 줄을 피해 아무리 이른 시간에 달려가도 테이블 위에 김치찌개 솥단지가 먼저 올라가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이곳의 냄비뚜껑은 아주머니 관할이다. 충분히 끓기 전에 섣불리 건드려 조리 시간이 길어질까 걱정하는 탓이다. 건드리기만 해보라는 아주머니의 눈을 피해 몰래 뚜껑을 열어보면 익지 않아 발그레한 생돼지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찌개가 다 익으면 아주머니께서 뚜껑을 걷어가신다. 먹으라는 신호다.

테이블 위에 놓인 쌈 채소에 고기와 버섯을 듬뿍 넣고 쌈을 싼다. 입이 미어지게 밀어 넣고 씹다가 얼큰한 김치찌개 한 숟갈 떠 넣으면 개운하게 마무리된다.

은주정은 밥도 공깃밥이 아닌 대접밥을 준다. 찌개 건더기를 건져 밥 위에 얹고 비벼 먹으면 집밥 부럽지 않은 한 끼가 완성된다.

위치 : 서울 중구 창경궁로8길 32
영업시간 : 11:30~22:00 (일요일 휴무)
가격 : 점심 김치찌개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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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없는 김치찌개집


인사동 간판 없는 김치찌개집

인사동 천도교 중앙대교당 앞에는 간판이 없는 김치찌개집이 있다.

건물 외관 반 바퀴를 돌며 훑어도 상호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김치찌개, 칼국수, 콩국수 전문’이라고 크게 쓰여있을 뿐이다. 그래서 ‘간판 없는 김치찌개집’이라고 불린다.

그나마도 가게 내부로 들어가면 메뉴는 김치찌개 단일메뉴다.

사리로 칼국수와 어묵, 라면을 선택할 수 있는데 칼국수와 라면은 취향껏 고르면 되지만 어묵 사리는 대부분 하나씩 시키는 분위기다.

처음 나온 김치찌개 냄비를 살짝 열어보니 이미 적잖은 양의 어묵이 들어있었다. ‘괜히 추가했나’하는 후회는 잠시 후 어묵 맛을 본 뒤 말끔히 사라졌다. ‘더 시켜도 되나?’

종잇장처럼 얇고 쫄깃쫄깃, 고소한 게 옛날에 먹던 어묵 맛이다.

국물은 깔끔하고 칼칼했다. 묵직하고 얼큰한 찌개 국물은 아니지만 가벼운 육수에 어묵 기름이 녹아 나오며 풍미를 더 한다. 해장으로 제격일 국물이다.

위치 :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3-14
영업시간 : 10:00~16:00
가격 : 김치찌개 8천 원, 각종 사리 2천 원

대독장이미지 확대보기
대독장


대독장 서울시청점

서울시청 옆, 무교동에 위치한 대독장은 프랜차이즈 김치찌개 전문점이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엄청난 수의 밥솥들이다. 이곳은 주문하면 테이블당 밥솥 하나씩을 통째로 준다. 물론 사람 수대로 나눠 담고 나면 보기보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일단 시각적으로 압도되는 느낌이다.

김치찌개는 평범한 느낌이다. 적당히 익은 김치와 적당한 양의 고기를 적당한 맛의 육수에 넣고 인덕션에 졸여가며 먹는다. 너무 졸았거나 라면 사리를 추가하면 테이블에 있는 육수를 추가해 부으면 된다. 프랜차이즈가 주는 안정적인 맛이지만, 이곳을 소개하는 이유는 셀프로 부쳐 먹을 수 있는 달걀후라이의 영향이 크다.

넓적한 대접에 솥째 나온 밥을 나눠 담고, 프랜차이즈 맛의 김치찌개를 한 국자 얹은 후 김 가루와 참기름을 뿌리고 솜씨가 좋거나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부쳐온 반숙 달걀을 얹으면 나도 모르게 십여 년 전의 자취생 시절로 날아가는 추억의 맛이 완성된다.

위치 : 서울 중구 남대문로9길 40, 2층
영업시간 : 10:00~22:00 (토, 일요일 휴무)
가격 : 김치찌개 정식 8천 원

[김선영 월간마니아타임즈 기자 /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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