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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특별 기고] 육사이전 문제는 정치적 · 경제적 논쟁거리가 아니다

김학수 편집국장 | 2022-11-07 11:16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모습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호국의 요람 육군사관학교가 이전문제로 개교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1945년 해방이후 현재의 위치인 태릉 일대에서 창설된 육사는 사관생도들을 국가의 간성으로 키워내 6·25 전쟁에 참전했고, 이후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을 막아내며 자유대한민국를 지켜낸 안보의 상징물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육사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흔들며 학교 이전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태릉골프장 개발 정책에 따라 육사 이전을 추진했다가 육사 동문들과 국방 관계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았다.

당시 문 정권에서 서주석 국방차관이 밀명을 받아 정책실현을 목적으로 검토를 하였으나, 국가안보의 중요성, 안보세력의 반대, 경제적 실익 부재 등의 이유로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육사 졸업식에 참석하여 “이곳 화랑대는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상징이며 호국의 요람”이라고 천명함으로써 수면 아래로 잦아드는 듯했다. 당시 양승조 충남지사가 지역균형발전을 핑계로 육사를 논산으로 유치하겠다고 많은 노력과 의지를 보였으나 실현되지 못했던 것이다.

헌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육사 이전문제는 또 고개를 들고 있다. 충청남도에서는 ‘육사유치추진위원회’를 조직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논산시가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논산시에는 육군훈련소, 국방대학교, 육군항공학교,인근에 3군본부와 부사관학교 등 국군교육기관이 모여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이다 .

육사 교내에 세워진 ‘내 생명 조국을 위해’ 호국비이미지 확대보기
육사 교내에 세워진 ‘내 생명 조국을 위해’ 호국비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본격 논의가 시작된 육사 이전문제는 주로 좌파들이 국가안보 약화와 육사를 훼손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정치놀음이라고 본다. 육사의 역사성, 정통성을 생각한다면 육사 이전문제는 결코 이뤄져서는 안된다.

한국 육군과 역사 ‘미니 박물관’

육사가 위치한 태릉지역은 대한민국 국군의 시조인 제1연대가 창설된 국군의 발상지이고 역사적으로도 국가안보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곳이다. 태릉의 화랑대는 우리나라의 건국과 발맞추어 육사의 전신인 국방경비사관학교가 창설된 이래 76년의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호국 육사의 요람이다.

육사 영내에 위치한 92고지는 삼국시대 군사적 유적지이고, 6.25전쟁 때에는 육사생도들이 군번도 없이 소총 한자루에 의지한 채 북괴군과 싸우다 150여명이 전사한 곳이다. 육사의 앞산인 불암산은 국군이 지리멸렬 후퇴하던 때 육사생도 13명이 남하하지 않고 전방에서 후퇴하다 낙오한 병사들을 규합해 ‘불암산 호랑이’라는 유격대를 편성, 적과 싸우다 산화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육사 교정에서 열린 미국 웨스트포인트 졸업생도 6.25전쟁 전사자 추모행사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0월 육사 교정에서 열린 미국 웨스트포인트 졸업생도 6.25전쟁 전사자 추모행사


육사 교정에는 미 육사 출신으로 6. 25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한 73명의 명부를 모신 ‘미 육사출신 장교 6.25참전 추모비’가 있다. 이곳은 한국을 방문하는 미국 정부의 고위 인사 및 주한 미군 장병들이 수시로 찾아와 참배를 하는 한미 동맹의 상징적인 곳으로 훼손할 수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육사에는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거장 김중업이 설계한 육군박물관, 김수근이 설계한 교훈탑, 이광노가 설계한 학교본부 등 현대건축사적 가치가 높은 시설 및 건축물들이 산재해 있다. 또한 조선시대 합참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16호 청헌당, 서울시 유형문화재 34호 연령군 신도비 등이 자리하고 있어 문화재 법에 의해 보호되는 곳이기도 하다.

육사 인근 태릉골프장 내 연지이미지 확대보기
육사 인근 태릉골프장 내 연지


화랑대 지역은 태릉 강릉과 더불어 문화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육사와 울타리를 같이 쓰고 있는 태릉골프장엔 연지라는 연못이 있는데 이는 태릉 강릉 조성 당시 왕릉지역의 주요시설로 건축된 유적지여서 유네스코 인류문화 유산인 조선왕릉의 보존과 관리에 보존되어야 할 사적지이다. 즉 화랑대 지역은 태릉골프장과 더불어 개발하여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곳으로 현상을 유지해야 한다.

육사이전문제,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 포퓰리즘 따라가선 안돼

혹자는 화랑대는 건설한 지 오래되어 낡았고 아파트에 둘러싸여 비좁아 훈련을 위해서 다른 부대로 이동해 훈련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이유를 대는 이도 있다. 이러한 주장은 육군사관학교를 야외훈련과 전술훈련만 하는 야전부대로 오해한 무지의 소치이다. 육사는 평소 아카데미(대학)로서 이공계와 인문학 등을 공부하고 전사와 역사를 탐구하고 군이 필요로 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교이다. 넓은 훈련장과 많은 교관이 필요한 야외훈련은 학년별로 여름방학 시즌에 부대훈련과 전술훈련을 가르치는 훈련 및 교육 전문부대(기관)으로 위탁하여 훈련하는 체계는 당연한 것이다. 세계 어느 국가라도 육사는 유사한 대학 학위 교육과정과 위탁 훈련과정을 거치며 장교를 양성하고 있다.

일부 육사 지방 이전론자들의 주장에는 지방균형발전이니 육사 유치가 지역경제에 크게 도움될 것으로 호도하고 있으나 이는 정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주장이다. 육사는 전체 인원이 대략 2천여명으로 영내생활하는 생도와 병사를 제외한 영외거주자는 400명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학교기관이다. 따라서 이렇게 소수의 인원이 지역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육사가 들어서게 되면 최소한 40여만 평에 이르는 지역토지를 내놓아야 하고 수조원에 이르는 육사 이전비용을 유치하는 지자체에서 대부분 부담해야 해 오히려 지역경제에 크게 부담을 지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는 국방대학교를 유치한 충남 논산시에서 증명이 된 결과이다. 국방대를 유치한 논산시에서는 지자체 부담이 자꾸 커지는 상황에 애초 약속한 골프장 건설도 못하는 등 장병들의 생활여건을 보장하지 못해 국방대의 자질하락을 시킨 주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8년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7회 대학생 안보토론대회 모습. 이미지 확대보기
2018년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7회 대학생 안보토론대회 모습.


앞에 언급한 바대로 육사의 지방이전 문제는 안보를 경시한 좌파 정부의 바램이었다. 그러나 안보를 중시하고 호국육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육사를 이전할 계획도 의도도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고 그 어디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가 없다. 오히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그의 청문회에서 ‘육사는 현 위치에 존속하는 것이 좋겠고 자신은 절대로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가 있다. 또한 현재 육사가 위치하고 있는 서울시에서도 육사를 타 지역으로 빼앗길 생각이 전혀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는 태릉지역은 개발을 할 수 없는 문화재 지역임을 잘 알고 있기에 경제적 실익이 없고, 수도 서울의 위상에 전혀 도움이 안되기 때문인 것이다.

지방자치 단체장 중 일부가 지역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적 정치성향으로 육사를 자기 지자체로 유치하겠다고 선언하고 여론몰이를 하는 현상을 보면서 착잡함을 금할 수가 없다. 그 정치인은 왜 허구에 찬 육사유치 논란으로 지방정부의 노력을 허비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일까? 왜 그는 자기 도민의 눈을 가리며 거짓 선동을 하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노이즈 마케팅이거나 능력이 부족한 자신의 실력을 감추기 위해 엉뚱한 곳으로 지역민을 선동하는 선동가적 기질을 발휘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전 육사교장, 예비역 중장 박종선
전 육사교장, 예비역 중장 박종선

<글=전 육사교장, 예비역 중장 박종선>

[김학수 월간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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