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훈 기자 재벌 자녀들의 해외 유학은 이제 필수를 넘어 엘리트화하고 있다. 재벌 1세대는 ‘우물 안 개구리’식으로 경영했다. 정신을 강조하면서 ‘하면 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시대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주먹구구’식 경영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1세들은 그래서 재벌2세들을 해외로 보내 선진 경영 기법을 배워오게 했다. 재벌 2세들은 보통 고등학교 졸업 후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국내대학을 졸업한 후 해외 석사를 따는 경우도 있었다. 그랬던 것이 재벌 3세로 넘어가면서 유학 시기는 점차 빨라졌다. 중학교만 졸업하고 유학 길에 오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국의 명문 사립인 세인트폴 고등학교가 좋은 예다. 2세들의 유학 국가는 일본, 미국이 많았으나 3세들은 거의 미국에서 유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도 경영학이 많았다. 창업주에서 3세의 유학 변천사를 살펴본다.
◇ 창업주 유학은 선택
창업세대들의 학력은 들쭉날쭉했다.
정주영 현대 그룹 명예회장은 소학교 출신이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중퇴했다.
SK그룹의 기틀을 닦은 최종현 회장은 서울대학교를 자퇴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위스콘신 대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친 유학파였다.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은서울중앙고등보통학교 2년 수료가 최종 학력이다.
또 신격호 롯데그룹 총수는 일본 와세다대학화공학과를 졸업했다.
◇ 2세들 유학은 필수가 압도적
하지만, 이들의 뒤를 이은 2세들은 창업주들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그룹을 이끌어야 했기 때문에 학력도 수직 상승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65년 와세다대학교 경제학 학사를 수료했다. 이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원 에서 MBA과정을 공부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63년 한양대학교 공업경영학 학사를 수료했다. 해외 유학은 하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미국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았다.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애슐랜드대학교에서 학사과정을 마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콜롬비아대학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 3세 유학은 '엘리트 코스'
경영대경영이 점점 전문화되자 재벌3세들의 학력도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삼성의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학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부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게이오대학 경영대학에유학했다. 그런 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MBA를 공부했다. 이어 하버드대학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3개 나라 최고 대학을 섭렵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정의선 부회장은 휘문고등학교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에서 MBA를 전공했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 바이오팜 전략팀 책임 매니저는 베이징국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이어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SK 하이닉스에서 일하고 있는 차녀 최민정 씨는 중국 베이징대학 강화관리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경영정책학 석사를 전공했다.
SK E&S에서 근무 중인 장남 최인근 씨는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구광모 LG 그룹 회장은 서울 영동고 졸업 후 미국 로체스터공대를 졸업하고 귀국, LG전자 재경 부문 대리로 입사했다. 1년 후 다시 미국 유학길에 올라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다 중퇴했다.
효성의 조현준 사장은 세인트 폴 고등학교 졸업 후 예일대학에서 공부했다. 이후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유학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은 모두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 대학을 졸업했다. 장남 김동관 상무는 세인트 폴 고등학교를 나와 하버드대학을 졸업했다. 동생인 동원씨 역시 예일대학을 졸업했다.
한진 그룹의 3세인 조양호 회장의 삼남매가 미국의 서던캘리포니아 대학(USC)에서 공부했다.
OCI의 3세 경영인인 이우현 사장은 미국의 와튼 스쿨에서 MBA를 공부했다.
재벌가 3세 여성 경영인들 역시 대부분 유학 경험을 갖고 있다.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은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공부했고, LG가의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은 보스턴 대학에서 MBA를 전공했다.
반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연세대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했을 뿐 해외 유학 경험이 없다.
이들 여성들도 과거와는 달리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미국)=장성훈 특파원>
장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