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에 가면 꼭 해봐야 하는 레포츠가 있다. 서핑은 우리나라에서는 파도타기라 불리는 운동 종목으로, 보드를 이용하여 수면 위를 내달리며 각종 묘기를 부리는 해양 스포츠다.
서핑이 근대적인 스포츠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1920년대 파오아 듀크 카하나모크의 노력에 의해서다. 그는 당시 하와이에 서핑클럽을 열고 서핑을 보급해 나가기 시작했다. 1956년 호주에서 제1회 국제서핑축제가 열렸는데 많은 나라에서 참가하여 성황을 이루었으며, I960년대 초부터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1974년 국제서핑협회가 창립되었으며 현재는 많은 나라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스포츠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반에 소개되었으나, 파도가 크게 치는 곳이 별로 없어서 크게 활성화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서핑을 좋아하는 동호인들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윈드서핑과 같은 유사 종목에 대한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점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핑의 가장 중요한 용구는 바로 보드다. 서핑보드는 주로 나무나 폴리우레탄폼제로 만드는데, 이는 서핑보드의 부력이 좋아야 하고 단단해야 하는 요구에 잘 맞는 재질이기 때문이다. 서핑보드는 일반적으로 길이 1.5~2.7m, 너비 50~60cm, 두께 7~10cm이다.
서핑을 즐기는 방법은 우선 해안에서 보드에 엎드려 파도가 일어나는 곳으로 나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100~400m 정도 나가서 적당한 파도를 만나게 되면 파도가 보드를 들어 올릴 때 무게 중심을 앞발에 모으고 일어선다. 그 다음, 몸에 균형을 유지하면서 해안 쪽으로 질주해 나가면 된다. 서핑의 관건은 얼마나 오랫동안 서핑보드 위에서 자세를 잡고 긴 거리를 빠르게 질주하느냐다. 물론, 파도를 갈아타는 등의 기술을 구사하게 되면 더욱 즐거운 서핑이 될 수 있다.
사실 서핑은 대표적인 여름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예년 기온보다 높은 기온이 유지되면서 11월에도 서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한국은 여름에 비교적 파도가 낮아 다이나믹한 서핑을 즐기기 어렵다고 한다. 가을에는 북동쪽 스웰의 영향을 받아 파도가 높고, 자주 들어오는데, 프로 서핑대회가 주로 9월과 10월에 있는 이유다.
에디터가 다녀온 양양 죽도해변은 서핑의 성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는 서핑 숍과 각종 식음료 가게가 즐비하며, 서핑부터 숙박, 식사까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더욱이 죽도 해변은 비교적 수심이 낮고, 지대가 고운 모래로 되어있기 때문에 입문자가 다칠 위험 없이 서핑하기 좋다는 평을 받는다.
우리가 이번에 픽! 한 샵은 나루서프라는 곳으로, 나루서프에서 운영하는 데스커 워케이션 테라스는 데스커와 제휴를 맺고 워케이션 참여자에게 카페 및 서핑 강습, 장비 렌탈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토요일 오전 10시 장비를 대여하고 고운 모래해변에서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강사의 시범에 맞춰 하나 둘 하나 둘 열심히 머릿속으로 외우지만 몸이 따라오질 않는다. 보드 위에 서기까지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할까.
패들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각인하면서 본격적으로 바다에 뛰어 들었다. 오늘은 파도가 좋아서 서핑하기에 좋은 날이라고 했지만 막상 눈 앞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공포 그 자체였다.
열심히 패들링을 하면서 앞으로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돌아보면 제자리에서 허우적 거리는 꼴이라니. 우리 외에도 30여 명의 젊은 친구들도 함께 있었는데 시원시원하게 나가는 모습을 보니 왠지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파도를 무서워하면 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심기일전하고 초보자가 많이 간다는 중간 지점까지 열심히 패들링으로 나아갔다.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보고 보드를 앞으로 향하게 하자! 머리에선 열심히 몸에게 전달하지만 역시나 이 몸은 그 전달을 깨끗하게 무시하고야 만다.
그렇게 셀 수 없을 만큼의 바닷물을 먹고 나서야 조금씩 파도가 무서워지지 않게 됐다. 눈앞에서 파도를 가르며 완벽한 서핑을 보여주는 프로들의 모습에 기가 죽을 만도 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세상 이치를 잘 알고 있기에 보드와 그리고 파도와 친해지는 연습을 했다는 자기 위로를 뒤로하고 아쉬운 1일 체험의 작별을 했다.
열심히 바닷물도 먹었으니 이제 진짜 음식을 먹을 차례다. 양리단길은 맛집들이 너무 많아서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곳 중의 하나다. 우리는 꼭 먹어봐야 한다는 ‘양양 버거’집을 찾았다.
죽도의 서핑 숍 사이에 있는 이곳은 양양의 현지인들도 찾는 맛집으로 소문났다. 수제 버거라 대기 시간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바로 나왓다. 기다리는 동안 죽도 해변에서 산책이나 간단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여기는 먹기 어려운 다른 수제 버거와 달리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배가 부르면 꼭 잠이 오는 경향이 있다. 따로 게스트하우스나 펜션을 잡진 않았던 우리는 캠퍼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해변가에 텐트를 구축하고 달콤한 휴식을 취한 뒤 바다의 밤을 맞이했다.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람, 옹기종기 모여 앉은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일주일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내는 활력소다.
2014년 기준 약 4만 명이던 서핑 인구가 올해 100만 명까지 늘면서 바다 앞은 한겨울을 제외하곤 늘 시끌벅적하다. 젊음의 에너지가 항상 넘치는 이곳은 서퍼들의 천국 죽도해변이다.
계획만 하고 실행하지 못한 독자들이 있다면 꼭 한번 경험해보길 추천드린다. 에디터도 넘어지면 이제 뼈가 잘 안 붙는 나이에 들어섰지만 그들의 열정을 통해 새로운 도전 의식과 파이팅을 가져왔으니 보드에 서지 못했더라도 만족한 서핑 체험이었다고 자부한다.
이경호 월간마니아타임즈 기자 report@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