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김학수의 사람 人 - 태권도 선수의 못다한 꿈, 대통령 경호원을 거쳐 강소기업 대표로 이루었다...조한봉 HDS 시큐리티 대표
김학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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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15:16
조한봉(64) 에이치디에쓰(HDS) 씨큐리티 대표와는 40년 지기이다. 군대시절 처음 만나 누구보다 인간 조한봉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가 현재와 같은 사업을 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군대시절과 깊은 연관이 있다. 40여년전, 서울 거여동 제3공수 특전여단 소속의 조한봉 중위와 제대 이후 진로 문제를 놓고 터놓고 얘기했다. ROTC 장교로 제대 이후 사회에서 어떤 생활을 할 것인가에 대해 서로 고민을 털어놨다. 태권도 선수출신인 조한봉 중위는 태권도 전문 특성을 살리고 특수부대인 공수부대 경험을 바탕으로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했다.
2년 4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조한봉 중위는 자기의 계획대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청와대 대통령실 경호관, 말쑥한 양복 정장 차림에 단정한 머리를 하고 날카로운 눈매와 단단한 몸매가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당시 모두 부러워할만한 화려한 출발이었다. 1984년 6월30일 군 제대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대통령 경호원으로 일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셨다. 노태우 대통령 때는 경호실 수행과장으로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따라 붙었다.
경호원 시절에는 경호원의 인생 로맨스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 ‘보디가드’을 꿈꾸며 최고의 경호원임을 자부했다. 이 영화는 전직 대통령을 경호했던 보디가드(케빈 코스트너)와 세계적인 톱스타 여가수(휘트니 휴스턴)의 이뤄질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것이었지만 경호원으로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에 매료됐다.
대통령 경호원으로 있을 때 대통령의 세계 순방이나 지방 시찰을 수행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 세상을 배우고 경험했다. 각 국의 정상 수반부터 시민까지, 국내에서는 대기업 회장부터 시골 촌부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접했던 것이다. 경호원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중대한 변화의 순간이 찾아왔다. 1990년대 말 대통령 경호의 중압감에서 벗어나면서 경호원 보다 좀 더 자유로운 삶을 구가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된 것이다. 경호원으로 자부심이 컸던만큼 여러 대통령을 모신 것으로 만족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로 했던 것이다.
대통령 경호실 출신으로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경호실 후배들을 가르치며 얻은 지식들을 바탕으로 2001년 에이치디에스(HDS) 씨큐리티라는 경비·보안회사를 차렸다. 대기업의 시설보안 및 인력경비 사업을 하는 회사이다. 회사설립 이후 한동안 어려움을 겪던 회사는 2003년 본격적으로 시설보안과 신변보호 분야를 기반으로 도약의 길을 걷게 된다. 회사 설립 20여년이 지난 현재 현대자동차 그룹의 주요 경비 용역과 함께 다양한 기업체와 협력 사업관계를 맺었다. ‘블루캅’이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HDS 씨큐리티는 2020년대 이후 신용보증기금에 의해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연매출 250억 규모의 인천공항 경비용역을 수주하기도 했다. 나이스 기업정보에 다르면 지난 해 에이치디에스는 종업원 1030명에 총매출액은 658억여원이었다. 조한봉 대표이사는 공수부대 장교를 거쳐 대통령 경호실에서 많은 경호업무를 맡았으며, 경비 보안 관련 사업으로 자신의 사업을 이루며 대통령 경호원 출신으로 가장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해보긴 해봤어” 故 정주영 회장의 현대가, HDS의 모태이다
경호실에 있을 때 좀 더 많은 전문지식을 쌓기위해 석사과정에서 민간 시큐리티 분야를 접했다. 방대한 자료 수집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큐리티 산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조 대표는 IT와 결합된 시큐리티 산업의 발전에 놀랐고, 시큐리티 분야가 아직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또 한 번 놀랐다. 이때 한 대기업에서 시큐리티 컨설팅을 부탁받았다. HDS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었다.
조한봉 대표가 현대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였다.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와 함께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일약 국민적인 스타로 부상한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그는 ROTC 선배이기도 한 정 회장의 경호실장을 자비로 맡겠다고 했다. 직접 경호차량도 구입하고 대통령 경호원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대선 기간 중 전국을 돌며 대선후보 정 회장의 선거 유세 경호를 책임졌다. 하지만 정 회장은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 경쟁에서 밀리며 대선 후보에서 고배를 들었다.
현대가에서 조 대표의 진성성과 책임성을 인정하고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경호와 현대자동차 공장과 사옥 경비 용역을 맡도록 했다. 그의 사업의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기회였다. 사실 그는 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존경해왔다. 평소 정주영 명예회장이 자주 언급했던 ‘해보긴 해봤어?’라는 말로 대변되는 실천적인 자세를 본받아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경영자상을 추구했다.
대기업 지배 환경에서 뿌리 내린 강소기업
시설보안 및 인력경비 사업은 대기업 업종으로 자리잡은 지 꽤 오래됐다. 삼성그룹 에스원, SK 쉴더스, KT 텔레캅 등 대기업 관련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HDS 씨큐리티는 비록 이들 대기업 관련사들보다 규모는 작지만 나름대로 뛰어난 전문성을 인정받는 강소기업이다.
HDS는 본격적으로 시설보안과 신변보호 분야를 기반으로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SI(시스템통합), 방범 시스템 구축사업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해 2003년 무인기계경비사업(H112), 2006년 환경안전사업(레드캣츠)과 특수경비사업을 확대하는 등 활발한 사업활동을 펼쳤다. 특히, 환경안전사업을 시작하면서 수도권과 지방대도시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업기반을 확대했다.
또, 보안 시스템 분야의 진출도 추진해서 내부자 보안강화를 위한 문서보안 시스템인 ‘이지스랙’을 개발해 각 기업에 보급했고, 하나의 카드로 근태관리, 식수관리, 출입통제, 신용카드, 교통카드, POS 시스템 등 회사에서의 개인인증을 받을 수 있는 통합사원인증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사업확대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Automatic 사의 스피드 게이트 국내 총판계약을 체결했다. 조 대표는 “HDS는 단순한 출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아닌 다양한 물리적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종합 시큐리티 회사”라며 “이지스랙과 스피드 게이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보안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지스랙은 기업의 기밀문서나 보안문서, 설계도면 등 기밀문서 등의 보관을 보다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제품이다. 컴퓨터가 발전을 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직접 작성한 서류를 사용하는 회사들이 많다. 하지만 컴퓨터를 위한 보안 프로그램은 많아도 기밀문서 등의 서류는 캐비닛이나 금고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 비록 시건장치를 한다고 하지만 열쇠 복제가 쉬울뿐더러 누가 자료를 열람했는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이지스랙이다. 이 제품은 기존의 캐비닛에 시스템을 보강하여 이중인증에 의한 보안(비밀번호+사원증)과 자동으로 데이터화되는 개폐기록, 등급제어로 사용자에게 부여된 등급에 따라 열람을 제한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갖췄다. 또 내부에 장착된 침입감지 센서는 이상 작동이나 단선시 서버실이나 상황실에 바로 자동 통보되어 긴급대처를 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무인기계경비 시스템과 연동되어 직원들이 퇴근한 야간에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내부에 내장된 카메라를 이용해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고, RFID를 사용해 문서의 이동을 시간대로 확인할 수 있어 보안성을 강화했다.
스피드 게이트는 자동화된 출입통제 시스템으로 높은 효율성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보안 제품이다. 특히 HDS가 국내 총판을 맡은 벨기에 Automatic 사의 스피드 게이트는 내구성과 보안성은 물론 세분화된 센서로 이미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제품이다. 유럽제품의 특성상 실용성을 앞세운 투박한 디자인도 에이치디에스씨큐리티가 직접 디자인을 해 본사에 의뢰하여 세련된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뛰어난 성능과 안전성은 마음에 들었지만 국내 특성상 약간 투박한 디자인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직접 디자인 회사에 의뢰해 세련된 디자인으로 제작했고 이를 본사에 요청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디자인을 의뢰한 제품이 유럽 전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어 본사에서도 만족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HDS는 안정된 제품설치와 운용지도, 그리고 유지보수 업무를 위해 직원들을 벨기에 Automatic 본사로 파견해 기술교육을 받는 등 제품의 설치에서 사후관리까지 고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람을 중시하는 인간주의 철학
조 대표는 고객을 위한 희생정신을 직원 모두에게 지켜야할 원칙으로 강조한다. 내부적으로는 업무에 대한 열정, 직원간의 화합,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외적으로는 고객을 지향하는 기술혁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고, 고객이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감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사람을 중시하는 인간주의 철학에서 나온 가치관이다. 그는 사업을 단지 돈만 벌기 위해 몰두하지 않았다. 모든 일에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 경호실에 근무할 때도 모든 일이 사람에 의해 잘 되는가 하면 못되기도 한다는 것을 업무 처리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테러 공격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테러 예방도 사람이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상관으로 모셔던 모 경호실장은 아예 대통령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며 ‘심기 경호’를 강조한 이도 있었다. 실제로 경호실에서 경험했던 대인 관계 기술이 사업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HDS를 성원해준 고객과 사회를 위해 시큐리티 전문학교를 세워 사회에 환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론은 물론 실무교육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을 갖춰 시큐리티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료교육을 제공하고 싶어한다
태권도 선수의 못다한 꿈
그는 원래 태권도 선수 출신이었다. 중고교 시절 태권도 선수로 활약해 명지대를 태권도 특기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공교롭게도 대학에서는 체육학과가 아닌 국문학과를 전공했다. 일반 체육보다는 좀 더 폭넓은 인문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1m80의 큰 키로 발차기가 일품이었으며 전국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을 하기도 했다. 대하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ROTC에 입단한 뒤에도 태권도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군에 입대, 3공수 특전여단으로 가게 된 것은 태권도 선수출신이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랬지만 당시 3공수 특전여단은 국군의 날 시범행사 등 육군 태권도 시범부대로 선정됐다. 그는 3600여명이 임관한 ROTC 20기 동기회장을 수년 전 맡아 모범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의 삶 속에 태권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 운명공동체이자 운동공동체라고 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