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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거문고를 타면서 흥겹게 노래하는 영계기에게 무엇이 그리 즐거운가 물었다.

영계기는 ‘하늘 아래 만물 중 귀하디 귀한 사람으로 태어나서 즐겁고, 남자라서 즐겁고, 햇빛도 못 보고 죽는 사람도 있는데 아흔까지 살았으니 무엇이 못 마땅해 마음을 괴롭히겠느냐’고 했다.

배우고 때로 익히는 것, 벗이 멀리서 찾아오는 것,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 군자가 된 것 등을 꼽은 공자의 인생삼락보다 더 유유자적하다.

조선 중기의 문인이며 정치가인 신흠의 인생삼락도 썩 좋다.

문 닫으면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문 열면 마음에 맞는 손을 맞이하고, 문 나서면 마음에 드는 산천경계를 찾는다.

자질구레한 삶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의 체취가 물씬 느껴지지만 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고비를 넘고 넘어 능선에 올라야 맘껏 맛볼 수 있는 느긋함이다.

그들 역시 젊어 한때 고민하고 번민하고 분노하고 미워하고 슬퍼하면서 고빗길을 더듬은 후 일가를 이루었다. 멀리서 보기엔 평탄하게 산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다 나름의 열병을 앓았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지독하게 아픈 뒤에 성숙했다.

인생에는 ‘거저’가 없다.

한 번 뿐인 삶이니 치열하게 살아 볼 가치가 있다. 고비를 넘고 한 숨 쉬려고 하면 언제나 마주치게 되는 아슬아슬한 순간의 고빗사위.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견딜 수 없는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으면 삶에서 가장 황홀한 희열과 상쾌함을 맛 볼 수 없다.

고비 바로 뒤에 잔뜩 웅크리며 숨어있는 짜릿한 쾌감. 딱 한 걸음만 더 옮기면 만날 수 있다.

반드시 이루어야 할 꿈임을 잊지 말고 열정으로, 끈기로 견디고 버티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새 날이다. 새 고비다. 또 무너지고 넘어질 터.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다시 일어서서 넘어보자. 고비도 힘이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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