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드디어 눈 속 복수초 사진을 찍었습니다.
벼르고 별렀던 사진입니다.
우선 눈이 와야 하고,
그 속에서 꽃이 펴야 하니 쉬운 조건은 아닌 터죠.
꽃 사진 찍기를 시작한 사람에겐
눈 속 복수초 사진 찍는 게 '로망'입니다.
그만큼 만나기 힘들기 때문에 오매불망합니다.
만나기도 힘든 터에
더군다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제대로 찍는다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저 또한 세 번 실패 후,
네 번째 만에 제대로 만났습니다.
서울 홍릉수목원엔 여느 복수초와 달리 일찍 핍니다.
눈 소식에 홍릉수목원으로 두 번 갔습니다만,
눈이 온 듯, 아니 온 듯하여 제대로 찍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서울 남산에도 제법 있습니다만
눈이 왔을 땐 애들이 땅속에서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늘 맘에만 담고 있다가
강원도 정선군 함백산 눈 소식에 조영학 작가와 함께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조 작가도 복수초를 오매불망하고 있었습니다.
서울, 동해, 대관령 등의 복수초를 내내 마음에 담아두고
기회만 오기를 바라던 터였습니다.
만항재에 당도하니 꽃이 눈 속에서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오매불망하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탄성이 절로 났습니다.조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눈 속에서 피는 꽃이라 하여 '눈색이꽃'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얼음 속에서 핀다고 하여 '얼음새꽃'이라고도 하고요.
눈 속에 핀 연꽃이라 하여 '설련화'라는 이름도 있답니다.
햇빛을 잔뜩 모으고 금빛을 내는 모습이 금잔 같다고 '측금잔화'로도 불립니다.
음력 정월 초하루면 피기 시작한다고 하여 '원일초'라는 이름도 있고요.
이름에 얽힌 이야기 하나하나가 정겹고 의미 있습니다.
.이 복수초가 언 땅을 뚫고,
얼음과 눈을 녹이며 필 수 있는 비밀이 뭘까요?
주변 보다 복수초의 체온이 6~7도 더 높은 게 이유라고 조 작가가 설명했습니다.
그렇기에 자기 체온으로 눈과 얼음을 녹이며 꽃을 피울 수 있는 겁니다.
조 작가의 설명을 듣고 꽃을 보면 더 복수초의 삶이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피어난 복수초 꽃을 자세히 보면 잔처럼 오목합니다.
햇빛을 많이 모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목하게 빛 받은 꽃잎은 화사한 금빛을 서로 반사합니다.
이렇듯 금잔 같은 꽃은 추운 날 벌레들에겐 놀이터가 됩니다.
한참 머물며 놀던 벌레들이 꽃가루를 나르면서 종족 번식이 되는 것이고요.
언 땅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결국 이러한 진화로 이어진 겁니다.
"눈 속에 묻힌 복수초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묻혀있으니 대체로 눈보다 꽃이 어둡습니다.
꽃을 밝히려 노출 값을 밝게 조절하면 상대적으로 눈이 더 밝아집니다.
그러면 눈의 질감이 싹 사라져 버립니다.
이때 눈과 얼음의 질감이 함께 살게끔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와 반대로 꽃이 어두운 바위틈에 있으면
휴대폰에선 꽃이 대체로 더 밝게 찍힙니다.
꽃의 질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허옇게 찍히기에 십상입니다.
꽃의 질감을 살려 찍는 법, 꽃이 피는 것 만큼이나 긴 과정이 필요합니다.
권혁재. 포토 컬럼리스트
*곤충 이야기 대신 새로 들어가는 꽃이야기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