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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빅테이터속 윤석열 대통령 2년차 이야기 | 갈등] 검수완박-이태원 참사, 번번히 발목 잡힌 ‘여소야대’

정태화 | 2023-01-11 12:14
여야 충돌로 ‘허니문 기간’ 없이 출범한 윤석열 정권

보통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은 국정 장악력이 가장 큰 시기로 새 정권의 성패를 가름짓는 잣대가 된다고들 한다. 이 기간 동안은 언론이나 야당, 그리고 전체적인 여론의 향방도 새 정부에 우호적이어서 흔히들 ‘허니문 기간’이라 부른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10일 이후 이런 ‘허니문 기간’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용산 시대’를 열면서 출근길마다 기자를 만나 질문을 주고 받는 61차례 ‘도어스테핑’을 통해 국민들과 격의없는 소통에 나섰지만 이런저런 부작용들만 초래하면서 갈등을 부추긴 양상이 짙었다. 덩달아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검찰 후배들을 장관으로 임명하자 “검찰 대통령으로 검찰 국가로 가려고 한다”며 반발하는 등 아예 새 정부가 시작하기 전부터 발목을 잡고 나섰다. 이를 두고 여당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 놓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지만 반대로 야당은 “전 정권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정치보복”이라며 맞섰다. 여야 갈등이 시작된 셈이다.

여론의 따가운 질책이나 국가 원로들의 우려에도 여야의 대립은 그치지 않았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사에 서로 부딪쳤다. 여와 야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다.

2022년 3월 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돼 여당과 야당이 자리바꿈을 하면서 갈등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다. 정권과 국회 과반 이상 의석으로 거대 여당이 졸지에 정권을 잃고 거대 야당으로 바뀌면서 ‘여소야대(與小野大)’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갈등이었다.

검수완박으로 시작해 이태원 참사로 최고조 달해

그 갈등의 첫 표출은 ‘검수완박’으로 시작됐다. ‘검수완박’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최종 목표로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을 의미한다. 정권을 잃고 야당으로 바뀐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을 강행했다. 바로 전 정부가 정권을 잃고 새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 2개월 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한동훈 후보자와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갈등의 중심에 선 이상민·한동훈 장관

한 장관 후보자는 4월 15일 기자회견에서 “할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범죄자 뿐이다” “지난 5년 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극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들께서 많이 궁금해 하실 것”이라며 검수완박에 포문을 열었다. 이렇게 시작한 갈등은 한동훈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해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법 절차와 내용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검찰수사 범위를 복원하는 시행령을 고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이후 기회 있을때마다 한동훈 장관에 딴지를 걸었지만 그 때마다 한 장관의 명쾌한 논리에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하고 물러서면서 “169석의 거대야당이 한동훈 장관 한명을 못 이긴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어떤 갈등도 여운은 남기지만 오래 가지는 못한다. 거대야당과 한동훈 장관과의 갈등이 조금씩 사그러들 즈음 이번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갈등이 슬금슬금 피어 올랐다.

이상민 장관과의 갈등 시작은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국 설치와 이를 두고 잇단 신중치 못한 발언이 빌미가 됐다. 그리고 10월 29일 밤 10시 15분쯤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윤석열 정부와 거대야당의 갈등은 절정에 이르렀다.

‘해임안 건의’에 윤 대통령 거부로 맞서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지 172일만에 나온 국가적 재난상황이다. 할로윈을 앞두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나온 많은 젊은이들이 이태원의 좁은 길에서 한데 엉키면서 압사사고로 번져 사망 158명, 부상 196명 등 360여명의 사상자를 낸 그야말로 문명사회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참사였다. 사망자 가운데는 외국인도 26명이나 됐다.

서울 도심에서 일어난 사고로는 502명이 사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처음이며 대형참사로는 2014년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 침몰로 304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8년만에 일어난 대형 사고였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사고 원인에서부터 사후 대책까지 여야가 맞붙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그 과정을 두고도 매끄럽지 못하면서 갈등만 일었다. 윤석열 정부는 참사 다음날부터 일주일 동안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합동분향소를 차렸지만 영정이나 위패를 놓지 않은데다 분향소 명칭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로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다 정부와 경찰청 등 관련기관 책임자들은 책임 회피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분노를 더 키웠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상민 장관이 “코로나로 풀리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이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다”는 등의 발언에 비판이 집중됐다.

또한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갈등의 골은 깊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상민 장관이 물러나지 않으면 ‘윗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단독으로 12월 11일 이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고 대통령실은 “해임은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 판단할 문제”라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서는 진상 확인과 책임소재 규명이 중요하다”고 맞서 갈등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정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당초 45일로 예정돼 오는 1월 7일까지가 기한이지만 이상민 장관 해임 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2023년도 예산안은 늦장 처리하면서 실제로 국정조사를 늦게 시작해 야당측은 연장을 요구하고 있고 여당은 끝난 뒤 결과를 보고 다시 논의해 볼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여기에서 마저 서로 갈등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 재난사태인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 참사’처럼 정략적으로 이용하면 안된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여야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조그만한 흠집이라도 찾아내 이를 침소봉대하면서 국민의 눈을 현혹시키며 갈등만 더욱 증폭시키는 꼴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는 아니더라도 여야 협치로 국가 중대사에 갈등없는 날이 윤석열 대통령 2년차에는 과연 볼 수 있을까?

[정태화 월간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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