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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 [특파원 뉴스] 미국 자본주의의 아이러니...프로풋볼(NFL)이 공산주의?

● 중계권료 등 전체수입 32개 팀에 똑같이 분배

● 작은 도시 프랜차이즈 팀도 결코 파산 안 해

● 자본주의 논리로 벌어 공산주의식 운영을 할 뿐

장성훈 | 2023-01-11 12:10
미국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슈퍼볼은 단일 종목으로는 세계최대의 스포츠 대회이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슈퍼볼은 단일 종목으로는 세계최대의 스포츠 대회이다.
미국 프로풋볼(NFL)은 천문학적 중계권료를 챙긴 후 32개 회원 팀에게 시즌이 시작되기 전 똑같이 분배한다. 슈퍼볼 우승팀이건 시즌 성적이 제일 나쁜 팀이건 관계없이 같은 액수의 중계권료를 받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자본주의인 미국에서 공산주의가 성공한 모델이라며 NFL의 운영 방식을 극찬한다. 미국 자본주의의 아이러니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편집자주)

올해 슈퍼볼은 2월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소재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마이크로노믹스 이코노믹 리서치&컨설팅(MERC)에 따르면, 지난해 슈퍼볼이 열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는 약 5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얻었다. 이에 따른 세수입은 2천200만 달러에 달했고, 4천400개의 고용이 창출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2022 슈퍼볼이 2021년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슈퍼볼에 비해 2~3배 가량 더 많은 경제효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슈퍼볼이 열린 로스앤젤레스 지역 호텔 객실 요금은 평소보다 3~4배 비싸게 책정됐다. 경기 입장권은 8천~1만 달러에 팔렸다. TV로 슈퍼볼을 시청한 사람은 1억110만 명에 달했다. TV 광고 수입도 엄청났다. 30초당 스팟 광고 한 개 값이 700만 달러였다. 내기 판돈은 총 76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슈퍼볼이 열리는 글렌데일 역시 천문학적인 경제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NFL은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입각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NFL이 공산주의 경제 논리로 성공한 케이스라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NFL의 성공은 공산주의 경제 논리 때문이라기보다는 상업주의 극대화가 낳은 극자본주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슈퍼볼 경기 장면.이미지 확대보기
슈퍼볼 경기 장면.


유튜브는 최근 NFL과 14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다음 시즌부터 7년간 매년 20억 달러를 지불하고 NFL 일요일 경기를 중계하는 조건이다.

이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애플과 아마존, 월트디즈니 등 세계적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승자는 베팅액이 가장 높았던 유튜브였다. ‘입찰’에서 승리한 셈이다.

‘입찰’은 자본주의에서 행해지는 가장 기본적인 경쟁 방식이다. 공산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NFL은 이렇게 벌어들인 중계권료를 32개 회원 팀에게 시즌이 시작되기 전 똑같이 분배한다는 점에서 공산주의적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처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다.

따라서, 인구 10만 명의 소도시를 연고지로 하는 팀이 수백만 명의 대도시 팀에 결코 위축되지 않는다. 모든 팀이 공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계권료는 NFL의 수입원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OTT 업체들을 제외한 ESPN, FOX, CBS, NBC 등과의 기존 공동 TV 계약으로 매년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NFL은 다른 리그와 달리 어느 팀도 자체적으로 TV 계약을 협상할 수 없다. 미국 프로농구(NBA)도 TV 계약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지만,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와 같이 TV에 더 자주 등장하는 ‘빅마켓’ 팀에 수익이 더 많이 돌아가는 복잡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MLB는 팀이 TV 수익의 34%를 다른 팀과 공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빅마켓’ 프랜차이즈가 ‘스몰마켓’ 팀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NFL은 이 같은 자본주의 모델을 피한다. NFL은 이를 엄격한 급여 상한선(샐러리캡)과 결합해 어떤 팀도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NFL의 전체 모델은 자본주의적이다. 32명의 억만장자는 프랜차이즈를 소유하면서 프랜차이즈를 통해 사익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리그의 내부 모델은 대부분 공산주의적이다. NFL처럼 모든 TV 수익을 동등하게 공유하는 리그는 없다. 또 NFL의 급여 상한선도 타 리그에서는 볼 수 없이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NBA에도 페이롤 상한선이 있지만 이를 초과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 북미아이스하키(NHL)는 선수 보너스가 연봉 상한선을 초과하도록 허용하고 있고, MLB 역시 팀 샐러리캡을 상회하면 사치세를 내게 하고 있다.

슈퍼볼 경기장. 이미지 확대보기
슈퍼볼 경기장.


구단 가치 측면에서도 NFL은 자본주의 요소를 갖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2021년 말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가치는 65억 달러로 NFL 32개 팀 중 가장 가치 있는 팀이었다. 반면, 버팔로 빌스의 가치는 댈러스 카우보이스에 3배나 적은 22억 7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NFL에서 가장 가치가 낮은 팀이었다.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NFL 수익 구조는 전체 수익과 구단 자체 수익으로 나뉜다. 2023년부터 2032년까지 NFL은 미디어 파트너인 ESPN/ABC로부터 272억 달러를 받고, 폭스로부터는 252억 달러, CBS로부터 236억 달러, NBC로부터 226억 달러, 아마존으로부터 132억 달러의 중계권료를 챙긴다. 이를 10(계약 기간)으로 나누면 연간 111억 8천만 달러가 된다.

다른 전체 수익원은 유튜브와의 NFL 일요일 경기 중계권료, NFL 네트워크와 NFL닷컴을 통해 판매되는 상품 등이 다.

팀 자체 수익 구조의 경우, 홈팀은 티켓 판매의 60%를 가져 가고 나머지 40%는 리그의 모든 팀에 배분된다. 이 때문에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구단주 제리 존스는 티켓 수익을 다른 팀과 나눌 필요가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티켓 이외의 수익은 타 팀과 분배하지 않고 바로 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럭셔리 박스 판매, 경기장 후원, 경기장 네이밍, 주차장 영업 수입 등이 그것이다.

댈러스 카우보이스는 경기장 후원 및 경기장 네이밍으로 연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것이 댈러스 카우보이스가 다른 팀들보다 더 가치가 있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NFL은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로 돈을 벌어 공산주의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장점들을 극대화한 셈이다.

NFL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풋볼 자체가 미국인은 삶 자체이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의 시골에서도 주민들은 풋볼을 그들의 자존심으로 여긴다. 다른 종목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미국인들이 풋볼에 열광하는 것은 풋볼이 가장 미국적이기 때문이다.

경기 진행방식이나 룰이 다른 종목에 비해 단순하다. 세 차례 공격을 해 10야드를 전진하면 공격권이 다시 주어진다. 그렇게 계속 전진해 상대 진영 엔드라인을 넘으면 점수를 얻는 구조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폭력적인 몸싸움은 미국인들을 열광케 한다. 더 자극적이고 더 폭력적인 장면이 미국인들의 구미에 딱 맞는 활력소다.

풋볼은 또 TV를 만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경기 포맷을 TV에 딱 맞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기 중 중간에 휴식시간을 자주 넣어 TV 방송국들이 광고를 내보낼 수 있게 한다. 광고는 TV 방송국들의 ‘생명줄’이다.

미국 내 스포츠 중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된 풋볼은 영국 등 다른 나라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풋볼의 글로벌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오클라호마시티(미국)=장성훈 특파원]

장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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