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의 바람꽃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천마산은 좀 특별합니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온갖 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군데서 여러 꽃을 볼 수 있으니
산들꽃을 찾는 이에겐
가히 꽃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면 먼저 꿩의 바람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영학 작가가 들려주는 꿩의바람꽃 이야기,
흥미진진합니다.
"바람꽃 중에서 꽃이 제일 큽니다.
보통 바람꽃은 꽃받침 잎이 다섯 개인데
꿩의 바람꽃은 꽃받침 잎이 아주 많습니다.
얘의 꽃잎이 사실 꽃잎이 아닙니다.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 거죠.
대개 곤충이 드문 이른 봄에 핍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곤충을 유혹해서 수정하고 씨방을 맺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런 식으로 자기 모습을 탈바꿈한 겁니다.“
조 작가의 설명처럼
곤충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꽃받침이 변한,
꽃잎 아닌 꽃잎의 유혹에 끌려 온 겁니다.
삭막한 봄 산의 언 땅을 헤집고 꽃을 피운 봄꽃,
그들은 나름 다 계획이 있는 겁니다.
꿩의바람꽃은 왜 이러한 이름을 얻었을까요?
뒤태가 꿩이 날아가는 모습 같다고 해서 그렇답니다.
뒤태, 꿩이 날아가는 모습 같나요?
제 눈엔 꿩보다 공작이 날개를 펼친 것 같습니다.
바람꽃에는 으례 ‘아네모네’라는 학명이 따라붙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바람의 신 제피로스를 사랑한 죄로 저주를 받아 꽃이 된 여성 아네모네.
바람꽃인 이유는 봄이 되면 제피로스가 따뜻한 바람을 보내 꽃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서양의 아네모네는 노랑, 빨강 등 색이 화려하지만 우리나라의 바람꽃은 백의의 나라답게 대부분 흰색입니다.
그래서 더욱 소박한 아름다움울 뽐냅니다.
꿩의 바람꽃은 바람꽃 중에서도 제일 만나기 쉬운 꽃입니다.
서식지를 별로 가리지 않기도 하지만 다른 꽃 보다 크고 때때로 군락을 이루기도 합니다.
수백송이가 한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광경을 본다면 그날의 행운의 날입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