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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이야기 1] 왜 골프 용어를 제대로 알아야 하나 ?

김학수 편집국장 | 2023-02-09 11:50
골퍼들이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이미지 확대보기
골퍼들이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골프가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운동인 줄 몰랐다.”

골프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분이었다. 처음 찾아간 골프장은 한마디로 ‘낙원’이었다. 잘 관리된 드넓은 잔디위에서 하얀 공을 치면 노는 모습은 신선 노름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공원이나 학교 잔디밭 정도, 좀 더 크게는 야구장 잔디밭 정도에 익숙했다가 처음으로 골프장을 보면서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실제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스포츠 기자로 선배를 따라간 첫 골프장 모습이었다.

골프채를 막 잡던 1993년쯤이었다. 스포츠 기자 생활 10년 정도 지나 골프 종목을 담당하게 되면서 골프에 처음 입문하게됐다. 처음에는 흥미도 있고 새롭게 배운다는 기분도 들어 재미있게 시작했다. 좀 하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힘들었다. 볼 때와 할 때는 너무나 달랐다. 일을 겸해서 하는 운동이지만 나름대로 쉽게 보아서 좀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하길래 우습게 봤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

치면 칠수록 마음대로 대지 않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보기와는 달리 정말 어려운 운동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절절히 느꼈다. 가볍게 들어갔다가 갈수록 힘들어졌던 것이다. 학생시절 골프선수 출신으로 아마추어 대회서도 우승을 한 바 있던, 많은 언론인들의 위대한 표상이었던 전 뉴욕 타임스의 명 칼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의 유명한 말이 실감이 났다. “골프는 인간의 죄를 벌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칼뱅교도들이 창조해낸 전염병이다‘ 그만큼 골프를 많이 이들이 즐기지만 결코 쉽지 않은 운동이라는 의미였다.

고수 실력의 언론계 선배한테 귀동냥으로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고, 동네 레슨 프로들에게도 간간히 지도를 받았다. 또 골프대회서 만나는 프로들의 스윙을 직접 보고, 취재를 하면서 간간히 스윙의 매커니즘과 치는 요령에 대해 조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그 때뿐이고 스윙은 우왕좌왕, 갈팡지팡 하기만 했다. 역시 치는 것보다는 보고 듣는 게 전문이라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골프를 배우면서 전혀 소득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골프를 직접 치면서 다양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스타플레이어, 대학교수, 예술가, 행정가, 기업가, 친구, 선후배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렸다. 이들을 통해서 서로의 친분을 쌓았고, 사회 생활에 필요한 경험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골프를 하는동안 자연스럽게 많은 골프 용어도 접했다. 골프에서 사용하는 어휘들은 다른 종목에 비해 생소한 것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골프 용어는 그야말로 ‘멀티 언어’였다. 골프가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미국에서 널리 퍼져 나갔고,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온 복잡한 역사적 요인 때문에 여러 언어가 섞여 사용됐다. 특히 일본 강점기의 영향으로 일본어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용어를 알고 익히는데도 상당히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용어를 잘 모르면 어울리는 동반자들에게 설명을 들었고, 부족한 것은 골프 책도 들여다 봤다. 사전적 정의와 함께 여러 속설과 뒷담화를 전해줬다. 골프 용어는 대부분 영어로 된 것이 많았으며, 일본식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적지않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는 모습이었다.

언젠가 명색이 골프 기자를 하면서 용어에 대한 이해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고민없이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스포츠 저널리즘 박사과정을 마치면서 골프 용어에 대해 제대로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5년전인 2018년 11월 한국체육기자 연맹이 주최하는 ‘바림작힌 스포츠 용어 정착을 위한 스포츠 미디어 포럼’ 토론 사회자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스포츠 용어에 대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게됐다. 이 세미나를 하면서 공정하고 소통력 높은 언어가 스포츠에서 얼마나 중요한 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기회가 되면 무분별하게 국적없는 스포츠 용어를 사용하는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여러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누군가가 한번 정리해야 되는 일이라고만 알았다. 하지만 내가 그 일을 직접 하리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스포츠 기자 생활을 오랫동안 해왔고, 스포츠 저널리즘과 관련한 박사 학위 공부를 마치면서도 우리가 쓰는 스포츠 용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했다. 그냥 정해진 대로 쓰니까 아무 생각없이 썼던 것이 대부분 스포츠 용어를 접한 많은 이들의 공통적인 경험이었다.‘ 나두 그 중의 하나였다. 막연히 외래어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지 더 깊이 알아보려고 했던 것이다. 눈에 보이는대로, 듣는대로 그냥 써 왔다.

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코로나 19로 모든 스포츠 대회가 전면 중단된 2022년 3월 중순때였다. 인터넷 스포츠매체 편집국장을 맡으면서 경기가 전면 취소돼 새로운 기사감들이 필요했다. 마땅히 쓸 거리가 없어지면서 기사꺼리가 궁해졌다. 평소 스포츠 언론인으로 존경하던 선배 이영만 마니아타임즈 사장이 “스포츠 박사까지 했는데 스포츠 용어를 학술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한 번 써보야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주었다. 내가 평소 생각으로만 갖고 있던 것을 제시했던 것이다. 스포츠 용어에 대해 언어와 역사, 철학 등 인문학적으로 기원과 유래, 현재의 유형과 특성 등을 살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사용된 많은 스포츠 용어들은 그냥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각국의 역사적 상황과 문화가 스포츠에 녹아들아 스포츠 용어로 탄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깊은 고민을 거치지 않고 대체적으로 외국에서 들어온 스포츠 용어들을 그냥 퍼와서 외래어로 사용한 것들이 많다. 골프 용어만 하더라도 그랬다. 특히 일본에서 만든 잘못된 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했다. 그동안 출간된 수많은 골프 서적 들은 골프 용어의 의미를 깊이 탐색하는 내용은 별로 없었고, 백과사전식 용어 풀이로 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골프 용어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영어와 일본어, 한국어가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한 것을 다룬 책은 없었다. 골프 용어의 역사적 진화를 살펴보면서 조금이나마 학술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려고 한게 첫 시작의 의도였다.

그동안 스포츠용어의 출처와 기원, 유래 등을 밝히기 위해 인터넷 구글, 국어사전, 영영 사전 검색 등과 골프 관계자들의 의견도 들었다. 골프 용어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 글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또 용어들을 처음 듣는 독자들은 이 글이 개략적인 소개에 불과할 수도 있다.

글을 쓰면서 골프 용어에 대해 더 많이 알게됐고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소득이었다. 앞으로도 많은 전문가들이 좀 더 체계적인 지식과 분석으로 골프 용어에 대한 총체적인 학문적 접근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김학수 월간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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