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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우리은행이 촉발한 횡령, 금융권으로 '일파만파'... 차기 금융회장에 '촉각'

조기성 기자 | 2023-02-0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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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니아타임즈 조기성 기자] 지난해 자금 관리 체계가 가장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에서 이례적으로 700억원대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금융감독원은 오랜 기간에 걸쳐 거액의 회삿돈이 사라졌음에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고자와 관련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7월 26일 발표한 우리은행 횡령사고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은 지난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총 697억3천만원을 횡령했다.

이 직원은 팀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도용해 무단 결재하고 외부 공문을 거짓으로 만들어 은행장 직인을 요청한 후 이를 출금에 이용하는 식으로 주도면밀하게 범죄를 저질렀다. 범행 도중 1년간 파견근무를 간다고 거짓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파견 기관에 출근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무단 결근, 출자전환 주식 임의 출고 등 추가 횡령 사실 등이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직원은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하던 A사의 출자전환 주식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팀장이 공석일 때 OTP를 도용해 무단 결재한 뒤 인출했다.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직인을 도용해 출금하거나 공·사문서를 위조해 횡령했다.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원을 출금 요청 허위 공문을 발송해 4회에 걸쳐 빼돌렸다. 횡령액 3분의 2가량이 이 직원의 동생 증권계좌로 유입돼 주식이나 선물 옵션 투자에 사용됐고, 나머지는 친인척 사업 자금 등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됐다.

금감원은 은행 직원의 주도면밀한 범죄행위가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이지만, 사고를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은행의 내부 통제 기능 또한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내부 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면서 "사고 관련자는 팀장, 부서장이 될 수도 있고 임원, 행장, 회장까지 갈 수도 있지만 관련자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는 법적인 검토가 끝나봐야 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이 직원이 같은 부서에서 10년간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해준 데다 명령 휴가 대상에 한 번도 넣지 않았다. 명령 휴가는 사고 위험이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에게 불시에 의무휴가를 부여한 뒤 직무 내용을 점검하는 제도로 2014년 의무화됐다. 횡령 직원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1년 넘게 무단결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이 통장·직인 관리자를 분리하지 않은 점과 대내외 문서 등록과 관리를 부실하게 한 점도 지적됐다. 이 직원은 8차례 횡령 중 4번은 결재를 받았으나 모두 전자결재가 아닌 수기결재 문서라 사전 점검과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이 직원이 꾸민 출금 전표와 대외 발송 공문 내용이 결재 문서 내용과 다름에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역대급 횡령 이후 은행 등 금융사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임직원들의 지난 6년간 횡령액이 17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8월 2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78개 금융기관에서 총 327회, 1704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액은 2017년 144억원에서 2018년 112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2019년에는 131억원, 2020년 177억원, 지난해 261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우리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고가 터지면서 8월까지 876억원으로 2017년 대비 6배 이상 늘었다.

규모가 가장 큰 금융권은 은행으로 894억원에 달했고 상호금융 256억원, 자산운용 167억원, 저축은행 149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별 임직원 횡령액은 우리은행이 716억원으로 최다였고 그 다음으로는 단위농협 153억원, 하나은행 69억원, 수협 68억원, 신협 61억원, NH농협은행 29억원, IBK기업은행 27억원, KB손해보험 12억원, 삼성생명 8억원, 신한은행 7억원 순이었다.

횡령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금융권은 신협·단위 농협·수협 등 상호금융사들로 파악됐는데 6년 동안 총 136건이 발생했고 은행(94건), 보험사(67건), 증권(15권)이 그 뒤를 이었다. 아울러 개별 금융사 중 하나은행과 단위 농협, 신협이 2017년부터 올해까지 연이어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횡령 발생 건수만 따지면 단위 농협이 59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협 58건, 수협 19건, 하나은행 17건, 농협은행 15건, 신한은행 14건, 기업은행 10건, 우리은행 9건, KB국민은행 7건, 삼성생명 5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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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역대급 횡령사건에도 직원 평균 연봉이 모두 1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비례대표)이 1월 15일 공개한 '주요 시중은행 총급여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직원 평균 총급여(성과급 포함)가 처음으로 각사 모두 1억원을 넘어섰다.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1억1074만원) △신한은행(1억529만원) △하나은행(1억525만원) △우리은행(1억171만원) △농협은행(1억162만원) 순이었다. 상위 10%의 평균 연봉은 △국민은행(1억9784만원) △하나은행(1억9553만원) △신한은행(1억9227만원) △우리은행(1억8527만원) △농협은행(1억7831만원)이었다.

금융권에서는 2022년의 평균 급여는 2021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 상황에서 '이자 장사'로 거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들이 성과급을 속속 올리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상훈 비대위원은 "가계와 기업, 자영업자들은 급증한 대출이자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며 "은행권은 국민의 고통을 담보로 사상 최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가 단기 성과에 너무 치우쳤다며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편,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손태승 현 회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우리금융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데다 최근 소유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원칙) 주문까지 커진 만큼 우리금융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새 회장 후보를 확정하고 논란을 일단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월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3일 차기 회장 숏리스트(2차 후보)에 포함된 4명을 대상으로 추가 면접을 진행한다.

앞서 임추위는 지난달 27일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을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 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4명으로 압축했고, 지난 1일 이들을 대상으로 1차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임추위는 3일 후보별 맞춤 질문을 중심으로 추가 면접을 진행, 빠르면 당일 최종 후보를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은 내부와 외부 출신 간 경쟁으로 요약된다. 4명의 후보 중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은 우리은행 내부 출신이다. 외부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금융권에서는 2차 후보에 우리금융 내부 인사와 외부인사가 모두 포함된 만큼 최종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내부 출신 인사가 차기 회장 자리에 오르면 기존 손태승 회장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받으면서 조직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존 핵심 사업 추진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가 이뤄진 만큼 내부 출신 CEO 선임 관례가 확립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이들은 기존의 내부 파벌 갈등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만큼, 외부 출신이 인사 및 조직 개혁에 있어서는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펀드 사태와 횡령사고 등 기존에 불거진 내부통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외부 출신 CEO가 낫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주현 금융위원회장은 지난달 말 대통령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선임 과정을 겨냥해 "주인(지배주주)이 없는 주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어느 조직이나 CEO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주인이 없는 조직에서 CEO를 어떻게 선임하는 게 맞는지 질문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지금의 시스템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이 6억달러 ESG 선순위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이는 올해 첫 시중은행 달러채권 발행으로 흥국생명 사태 전의 가산금리 수준이며, 2015년 이후 국내 금융기관 외화채권 발행 중 사상 최대 주문량인 81억달러 수준으로 끝났다.

오전 아시아 시장 개장 이후 우리은행 채권에 대한 주문이 쌓이기 시작해 정오경 주문량은 이미 45억달러를 넘어섰고, 저녁 무렵 미국 투자자의 주문까지 합쳐서 총 81억달러의 주문이 쌓였다. 특히 과거 미국 및 유럽계 투자자의 비중이 16%이었던 것이 이번 발행에는 약 45%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투자자 다변화에 성공했다.

조기성 월간마니아타임즈 기자 ok760828@mani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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