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 돌고
, 돌고
’
1980년대 청춘들 가슴을 들끓게 했던 록밴드 들국화의 전인권이 목 놓아 부르던 노래 중 이런 게 있었다
.
‘운명처럼 만났다가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 속에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돌고
...’
계속
‘돌다
’ 끝이 나는 이 노래가 애절하기도 하였지만, 아무튼 뭔지 모르지만 돌고 돈다니까
, 좋은 날도 올 것이야
, 하는 근거 없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던 것이다
.
돌지 않는 게 없다
. 해도 돌고 달도 돌고
, 지구도 돌고
, 돈도 돈다
. 우리들 머리도 돌 때가 있다
. 유행도 그렇고 노래도 그러하다
.
아득한 시절 쉰내 나는 노래라며 뒷전으로 밀렸던 노래가 어느 날 마치 등 푸른 생선처럼 펄떡 튀어 올라 사람들 가슴을 설레게 한다
.
솜털 보송한 어린 아이돌이 아득한 시절의 노래를 불러 젖힌다
.
너희들이 이런 노래를 알아
? 희한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싶은 표정으로
, 올드들은 어린 청춘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
올드한 것들을 다시 불러들여 즐기는 것
, 하품 난다던 노래를 다시 듣고
, 흑백 사진을 다시 꺼내는 드는 것
, 저런 걸 어떻게 입지 하던 옷을 그냥 한번 쓱 입어 보는 것
, 그런 따위가
‘레트로
(Retro)’다
.
올드들에게는 흘러간 시절을 다시 부여잡고 세월을 한탄케 하고
, 어린 청춘들에게는 비록 촌스럽지만 왠지 신선하다 싶은
, 그 세대들 나름대로 기분을 그럴싸하게 만들어 주는 것
, 그게 레트로다
.
3월 봄소식과 함께 서울 대학로에 ‘레트로’ 감성을 제대로 느껴볼 만한 공연이 열린다.
‘응답하라
8090 릴레이 콘서트
’.
짧게 줄여서 그냥
‘응팔 콘서트
’다
. 3월
4일
~4월
16일
7주간 대학로 더굿씨어터
(대표 장태홍
)가 그 무대다
.
‘잊혀진 가수로 살고 있지 않은
’ 가수와 그들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 무대다
. 메타체인그룹
(대표 이태희
)이 주최한다
.
향후
‘시즌
2, 시즌
3…
’로 계속 이어진다
. 80년대와
90년대
‘맹활약
’ 했던 뮤지션들을 다시 한 번 만나 보자
, 그래서 추억을 넘어
, 새로운 레트로
, 즉
‘뉴트로
(Newtro)’ 문화를 일으켜보자는 것이다
.
시즌
1에는 육중완 밴드
, 임지훈
, 김현철
, 김광진
, 권인하
, 김장훈 등 나름 빛나는 시절을 간직하고 있는
‘개념 아티스트들
’이 매주말 배턴을 주고받는다
.
‘응팔 콘서트
’가 열리는 더굿씨어터는
20년 만에 새로 단장했다
. 그 기념으로 열리는 첫 번 째 행사다
. 300평 넓이에
320석으로 소극장보다는 조금 큰 규모다
. 옆 사람과의 여유 공간이 꽤 편안하다
. 로비는 고급스런 커피숍 분위기다
.
육중완 밴드가
3월
4일
(토
) 오후
5시 서울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응답하라
8090 릴레이 콘서트 시즌
1’의 첫무대를 장식한다
.
육중완 밴드는 지난달
6일 티켓 공식 오픈과 함께
, ‘육춘기
’ 팬들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보냈다
.
“’흔들리지 말고
, 포기하지 말고
, 다시 한 번 더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
‘육춘기
’는 어깨 쳐진 중년이 되었지만
, 사춘기처럼 꿈을 갖고 적극적으로 살자는 의미로 발매한 앨범 타이틀이다
.
‘육중완 밴드
’의 육중완과 강준우는
“80년대 생 입장에서
8090세대와
MZ세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더욱 풍성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고 의욕을 보였다
.
또
“5인조밴드 구성으로
8090 타이틀에 부합하는 그 시대 그 음악들과 육중완 밴드만의 음악으로 재미나게 꾸며 볼 것
”이라고 말했다
.
“올해에도 꾸준히 앨범내고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뮤지션이 되는 게 목표다
. 아직 정규앨범을 발매하지 못했는데
, 올해에는 기필코 앨범을 발매하여 단독공연까지 진행 하겠다
”며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
‘응답하라
8090 릴레이 콘서트 시즌
1’ 두 번 째 무대 주인공은
‘사랑의 썰물
’의 싱어송라이터 임지훈이다
. 3월
11일
(토
) 오후
6시 대학로 더굿씨어터
.
공연 타이틀은
‘다시 우리
’. 5년만의 단독 콘서트다
.
‘다시 우리
’는 데뷔시절 청춘이었던 팬들이 이젠 중년이 되어
, 다시 만나 인생 동반자가 되자는 의미다
.
임지훈은 최근 어려운 안과수술을 받았다
. ‘망막분리
’라는 심각한 안질환으로 낙담했으나
, 수술을 받고
, 기적적으로 회복 했다
. 가수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
.
그래서 지난
1월
4일 발매한 신곡
EP앨범 타이틀곡이 세상을 다시 보게 된 감동을 담은
‘좋다
’라는 노래다
.
‘늘 곁에 있어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사람과
, 살갗에 스치는 바람
, 하늘
, 나뭇잎 모든 것들이 너무 좋다
’는 노랫말이 밝고 경쾌한 모던 포크에 실렸다
.
임지훈은 이 일을 겪으면서
, 가족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졌다
.
임지훈에겐
90년생 임윤식
, 92년생 임현식 두 아들이 있다
.
윤식은 일본 유학을 한 만화 전문가로 최근 아빠의
EP앨범과
10집 앨범 등 여러 디자인 작업을 돕고 있다
...
현식은
‘비투비
’의 리드 보컬로 잘 알려져 있고
, 아빠와의 듀오 곡
, 피쳐링으로 부자간 케미를 과시한 바 있다
.
이번 공연에도 늠름한 두 아들이 아빠를 열심히 응원할 예정이다
.
임지훈의 오랜 팬클럽
‘하얀 마음
’ 등 아날로그 세대와
‘비투비
’ 임현식을 통해 친근해진 스마트 세대들이 함께 객석을 채울 것으로 기대된다
.
임지훈은 하모니카와 어쿠스틱 기타를 걸치고
, 기타
2, 베이스
, 신디
, 드럼 등
6인조 밴드를 구성해 무대에 오른다
.
레퍼토리는 신곡
‘좋다
’ ’기억의 가닥 중에 너가
’ 두 곡과 자화상 같은
10집 앨범 노래들로 꾸며진다
. 젊은 층들까지 공감 할 수 있는 노래들이다
.
임지훈은 내년이 데뷔
40주년이다
. 1984년 김창완과 꾸러기들 멤버로 이름을 알렸고
, 1987년 솔로로 활동을 시작했다
.
코로나로 활동이 멈춘 기간에는 미디 음악 공부를 열심히 해서
, 32곡이나 되는 곡을 작편곡했다
.
과거에는
‘사랑과 이별
’이 주제였다면
, 앞으로 인생을 관조하는 노래를 많이 부르겠다고 한다
.
‘춘천가는 기차
’의 김현철이
‘응답하라
8090 릴레이 콘서트 시즌
1’ 세 번째 무대 주인공이다
. 3월
17일
(금
) 오후
7시
30분
, 18일
(토
) 오후
6시
. 대학로 더굿씨어터
.
조금은 지쳐 있었나봐/쫓기는 듯 한 내 생활/아무 계획도 없이/무작정 몸을 부대어 보며/힘들게 올라 탄 기차는/어딘고 하니 춘천행/지난 일이 생각나/차라리 혼자도 좋겠네/춘천가는 기차는/나를 데리고 가네 5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차창 가득 뽀얗게 서린/입김을 닦아내 보니/흘러가는 한강은/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그곳에 도착하게 되면/술 한 잔 마시고 싶어/저녁때 돌아오는/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춘천가는 기차는/나를 데리고 가네 5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그리운 모습
‘춘천 가는 기차’는 김현철이 1989년 8월에 발표한 첫 번째 음반 <춘천 가는 기차>의 타이틀곡이다. 작사 작곡 노래까지 다 했다.
경춘선 열차를 타고 춘천으로 가는 길에 옛 사랑이 그리워진다는, 청춘시절의 그 춘천 가는 기차 생각에 마음이 아려오는 노래다. 보사노바 리듬이 더없이 감미롭다.
‘달의 몰락’은 또 어떤가.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가사와 록풍의 멜로디로 큰 인기를 모았던 곡이다.
‘탐스럽고 예쁜 달을 좋아하는’ 그녀가 날 버리고 떠났고, 달이 지는 것을 보면서 그녀와의 어긋난 사랑을 회상한다.
‘몰락하는’ 달은 버림받은 자신일 수도 있고, 달덩이처럼 예뻤던 그녀일 수도 있다. 아니면 사랑 그 자체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슬픔을 희극적으로 승화한 재치가 묘미다.
영화 주제곡으로 만들어졌다가 크게 사랑을 받았던 ‘그대 안의 블루’도 김현철의 대표작 중 하나다. 몽환적인 사운드에다 이소라와의 세련된 보컬이 멋지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그대안의 블루’는 이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차원이 다른 발라드로 각광 받았다. 도회적이고 감각적인 노랫말과 고급스러운 작곡 편곡 등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명곡으로 남아 있다. 이 노래로 김현철은 팝 아티스트로서의 클래스를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이번 무대에서 김현철은 풀잎 같은 순수함과 낭만, 세련되고 도회적인 분위기의 음악으로 팬들이 마음을 적실 것으로 기대된다.
김광진은
‘응답하라
8090 릴레이 콘서트 시즌
1’ 네 번 째 무대를 장식한다
. 3월
24일
(금
) 오후
8시
, 25일
(토
) 오후
6시
. 대학로 더굿씨어터
.
김광진은 싱어송라이터, 밀리언셀러 가수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이렇게 말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마법의 성’이라고 하면, 아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김광진은 키보디스트 박용준과 그룹 '더 클래식'을 결성하고, 1994년 7월 1집 ‘마법의 성’을 발표했다. 김광진이 작사 작곡, 박용준이 편곡을 했다. 이 음반은 100만 장 넘게 팔렸다. 곳곳에서 ‘마법의 성’ 노래가 울려 퍼졌다.
김광진은 많은 가수들에게 곡을 만들어 주었다. 이소라의 ‘기억해줘’ ‘처음 느낌 그대로’, 이승환의 ‘덩크슛’ ‘내게’ ‘Radio Heaven’ ‘흑백영화처럼’,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 등이 대표적이다.
더 클래식은 1997년 3집 <해피 아-워>를 마지막으로 더 클래식은 해체하고, 솔로 활동에 집중했다. 2집 <My Love, My Life>, 3집 <It's Me>, 4집 <Solveig>, 5집 <Last Decade>를 발표했다. 2014년 10월 더 클래식으로 미니앨범 Memory & A Step을 내놓았고, 2017년 4월에는 신곡 ‘지혜’ ‘배다리’를 발표했다.
유재하를 존경한다는 김광진은 데뷔 앨범에도 유재하에게 헌정하는 곡 ‘너를 위로할 수가 없어’를 실었다. 1997년 유재하 추모 앨범에 더 클래식으로 참여해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부르기도 했다.
김광진은 담담하면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현란한 창법과 사운드 대신 마음을 울리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감동을 안긴다.
자극적이지 않고 그저 슴슴하다 싶은데 오래토록 여운이 남는, 그래서 또 찾게 되는, 깊이 맛이 밴 장인의 음식 같은 느낌이다.
음악으로 위안 받고 싶으면, 대학로에 가 볼 일이다.
공연 문의)인터파크 1544-1555
[전경우 월간마니아타임즈 기자/ckw862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