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VOL.10]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이야기 2] 골프와 갤러리는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김학수 편집국장 | 2023-03-09 11:08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픽사베이]
'골프(golf)'의 어원은 '클럽(club)'과 연관이 있다

과거 이름있는 회원제 골프장은 ‘금녀(禁女)의 벽’이었다. 남자골프 4대 메이저의 하나인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대표적이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2012년에야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여성 사업가 달라 무어 등 2명을 첫 여성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골프발상지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 로열에이션트 골프장 앞에는 '개 또는 여성은 출입 금지(No dogs or women allowed)' 라고 쓰인 푯말이 260년 동안이나 붙어 있었다.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을 주관할 정도인 이 골프장은 논란 끝에 2014년 9월, 남성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처음으로 여성회원들을 받아들였다.

골프 어원과 관련해서 일반적으로 오해하는 대표적인 예가 있다. ‘Golf'가 ’Gentlemen Only Ladies Forbidden(남성 전용, 여성 금지)의 약자라는 것이다. 이는 확실히 사실이 아니다. 한때 여성들의 출입이 금지됐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나왔던 오해가 아닌 가 싶다. 요즘 골프장에 가보면 여성 골퍼의 수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비슷하다. 전체 골프 활동 인구는 남자나 여자나 거의 같다고 봐야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골프라는 말을 영어 그대로 쓴다. 일본에서도 공은 ‘타마(たま)’라고 부르지만 골프는 ‘고루흐(ゴルフ)’라고 원음에 가깝게 발음한다. 한문에는 골프라는 단어는 없고, 현대 중국어에서 ‘가오얼푸츄(高儿夫球, gaoerfuqui)'라고 말한다.

골프의 어원은 몽치라는 뜻의 ‘클럽’ 옛말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골프라는 단어가 최초의 문서에 등장한 것은 1457년 3월 6일 에든버러에서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2세가 'ye golf'를 금지한다는 포고령에서였다. 잉글랜드로부터 전쟁 위협을 받았던 스코틀랜드는 남자들이 활쏘기 훈련을 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골프에 정신이 팔리자 방치되고 있던 활쏘기 연습을 장려하기 위한 시도였다.

골프에 대한 왕실의 금지는 1471년 제임스 2세의 아들 제임스 3세와 1491년 그의 손자 제임스 4세에 의해 다시 반복되었다. 이러한 금지는 해변가 골프 링크에는 적용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도시의 거리나 교회당에서 강력하게 행해졌다고 한다.

골프라는 말은 사전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어떤 단어의 표준화된 철자도 없었다. 사람들은 음성적으로 글을 썼다. 스코틀랜드 옛 문서에서는 ‘Goff, gowf, golf, goif, goiff, gof, gowfe, gouff and golve’라는 말들이 발견된다고 골프역사가들은 전한다.

문서화된 첫 번째 참고문헌인 제임스 2세 포고령에서 '골프'라고 기술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우페(gowfe)'라는 오래된 단어가 '고우프(gouf)'라고 발음된 것으로 믿는다. 'gouf'라는 단어는 골프가 인정된 후 여러 텍스트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일부는 골프가 순전히 스코틀랜드어로 'golf', 'golfand' and 'golfing''에서 유래한 용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때리다’, ‘친다', ’폭력을 휘두른다‘ 등의 의미이다. 훨씬 후에야 'to golf'라는 동사의 뜻으로 18세기 이후 사전에 기록되었다고 한다.

영국과 유럽 대륙에선 중세시대 '스틱 앤 볼' 게임의 이름이었던 ‘golf, colf, kolf, chole’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이들은 모두 음성적 유사점을 갖고 있는데 문법적 법칙에 따라 전근대 유럽어의 공통어로부터 분명히 파생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단어들은 모두 원래 뭉치를 표현하는 '클럽'을 의미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클럽을 뜻하는 중세 독일어 '‘콜베(kolbe, Der Kolben)’, 네덜란드어 '콜벤(kolven)‘'과 연관되어 있다.

유럽에서 골프라는 단어는 결코 어떤 경기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대륙에서 행해지는 게임을 묘사하기 위해 골프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지금 골프와는 다른 운동일 수 있다고 한다. 오직 스코틀랜드만이 현재와 같은 골프채를 만들고 클럽과 공을 갖고 링크스 코스에서 경기를 가졌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동호인 모임인 '클럽'은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언급됐으며 언어적 의미에서 ‘동호회’와 같은 뜻으로 발전했다.
2월 미국 PGA 투어 제너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7개월만에 필드 복귀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경기를 지켜보는 수 많은 갤러리들. 이미지 확대보기
2월 미국 PGA 투어 제너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7개월만에 필드 복귀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경기를 지켜보는 수 많은 갤러리들.


갤러리는 미술관과 관련있는 말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관중을 의미하는 단어로 ‘’갤러리(gallery)‘라는 말을 쓴다. 필자가 스포츠 기자를 막 시작할 무렵, 골프 외신을 처음 번역하면서 갤러리라는 단어를 보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 ’갤러리가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다 선배에게 물어봐 관중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골프를 처음 하거나 골프 용어를 새롭게 배우는 이들은 한번쯤 이와같은 경험을 했을 법하다.

원래 갤러리는 말 그대로 화랑 또는 미술관을 뜻한다. 영국에서는 극장의 맨 윗층 구석자리에 서서보는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집합 명사로는 미술관의 관객, 골프에서는 관중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그럼 골프에서 갤러리의 어원은 어떻게 유래됐는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미술관이라는 뜻이 골프에선 관중이라는 말이 됐을지 말이다. 골프에서 갤러리라는 말은 골프 대회를 보는 게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로프 바깥에서 관람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사실 미술과 골프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골프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한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에 골프를 구경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귀족 스포츠’로 치부됐던 골프는 대회를 열더라도 극히 일부 선수들이 참가했으며 관중들도 거의 없었다. 드넓은 필드에서 관중의 모습은 그림 속의 한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골프대회에서 갤러리들은 한 장소에 설치된 스탠드에서 보기도 하지만 실제 선수들이 하는 코스를 따라 다니며 경기를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대회 주최측은 보통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중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코스를 따라 로프를 설치한다. 자원봉사자들은 로프 안으로 갤러리들이 들어오지 않도록 제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에 손을 대지 않도록 로프를 쳐 놓고 찬찬히 그림을 보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광경이다. 골프장에서 관중을 보면서 미술관이 충분히 연상됐을 법하다.

사실 골프장 갤러리 문화는 미술관 정도로 엄격하게 정숙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나름대로 특색이 있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플레이를 할 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갤러리가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선수들이 샷을 하거나 퍼팅을 할 때는 최대한 조용히 해야 한다. 무리하게 잔디를 밟고 다니는 것도 삼가야 한다. 많은 갤러리들이 모이는 경우 가급적 경기 진행 요원들의 요청에 잘 따라주어야 하는 게 갤러리들이 지켜야 할 원칙이다.

유명 선수들은 많은 갤러리들을 몰고 다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는 대회마다 갤러리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든다. 수년전 작고한 전설의 골퍼 아놀드 파머도 많은 갤러리들이 따라 다녀 그의 갤러리는 ‘Arnie's Army'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학수 월간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월간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