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4월 페퍼저축은행은 여자배구 제 7구단을 창단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여자배구단 창단 이유로는 기업 인지도 상승을 내세웠다. 호주계 자본인 페퍼그룹이 2013년 늘푸른저축은행과 한울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설립한 페퍼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업계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기업 인지도였다.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다. OK저축은행이 남자배구단을 창단해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올린 것을 보고 치밀한 시장조사를 통해 홍보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여자배구단 창단을 하게 된 것이다.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의 창단과정을 보면 OK금융그룹이 배구단을 창설했을 때 고리대금업 이미지를 꺼리는 각 구단들과 배구팬들이 당시 배구계 진입에 한목소리로 반대하던 시절과 비교되어 상전벽해를 느끼게 한다. OK저축은행 배구단과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의 창단 당시 상황과 모기업을 보면 이 둘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K금융그룹이 배구판에 뛰어들기 위해 드림식스 배구단의 네이밍 스폰서를 할 때와 신생팀 창단을 할 당시에는 2금융권인 OK저축은행이 아니라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의 이름을 달았다. 이미지가 좋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금난으로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드림식스 배구단의 운영을 위한 대안이 없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러시앤캐시의 스폰서십을 허락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네이밍 스폰서를 맡은 2012-13시즌, 경기 내적으로는 당시 최고 성적을 기록했으며, 경기 외적으로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운영과 유소년 배구 후원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어느 정도 좋은 이미지를 쌓는 데 성공했다. 다음 시즌 간신히 신생팀 안산 러시앤캐시 베스피드의 창단에 성공했다. 이후 2014-15시즌 새로 인수한 OK저축은행의 홍보효과를 위해 구단명을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케시로 변경했다. OK저축은행이 창단하고 난 후, 프런트가 제대로 투자를 하면서 우승과 더불어 V리그 흥행에 도움이 됐다.
반면 페퍼저축은행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인지라 특별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 앞선 OK금융그룹의 성공 과정을 통해 제2금융권 저축은행을 마냥 배척할 이유는 없다는 인식이 생긴 것 역시 한몫하며 큰 반대 없이 창단에 성공할 수 있었다.
페퍼저축은행은 2011년 IBK기업은행 구단이 출범한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새로운 여자배구단으로 선보였다. 페퍼저축은행은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 김형실 감독을 선임하고 광주광역시와 연고지 협약을 맺는 등 배구단 창단에 속도를 냈다. 배구단을 창단하기 이전 페퍼저축은행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활약 중인 유수연, 김예린 등 5명의 프로골퍼를 후원하고 있었다. 페퍼저축은행의 행보는 자연히 스포츠 관계자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큰 관심을 모았다.
저축은행들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스포츠를 활용한 이미지 개선과 인지도 상승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 종목을 활용한 상품을 출시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2018년 SBI골프단을 출범해 현재 5명의 프로골퍼를 후원하고 있다. 특히 소속 골퍼인 김아림 프로는 지난해 말 세계 최대 여자 메이저 골프대회인 US여자오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SBI의 이름을 전 세계에 노출시키기도 했다.웰컴저축은행은 프로 당구팀인 ‘웰뱅피닉스’를 운영해 PBA 2020-21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다. 프로 선수평가시스템인 ‘웰뱅톱랭킹’도 주요 방송사에 제공해 인지도 상승에 힘쓰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가 이처럼 스포츠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대중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실제 페퍼저축은행은 배구단 창단 소식이 나오자마자 포털 사이트 검색량이 대폭 늘었다. 창단 다음 해인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의 페퍼저축은행 검색량(평균 76875건)은 창단해 하반기(7~12월) 검색량(평균 44257건)과 비교했을 때 약 7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에 대한 TV광고 심의가 까다로운 것도 업계가 스포츠 마케팅에 열중하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은 무분별한 고금리 대출광고를 규제하기 위해 방송광고 시간과 내용을 제한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스포츠는 대중적인 광고를 하기 어려운 저축은행이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마케팅 요소”라며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중성과 긍정적 이미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라도 스포츠 마케팅은 계속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스포츠 마케팅을 시작한다고 해서 곧바로 실적이 증가하는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마케팅 효과를 실적과 연계해 통계를 내기도 어렵겠지만, 인지도가 상승한 것만큼 실적이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학수 월간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