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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 김도영박사의 '한단어' 칼럼-일기일회(一期一會)

김도영 박사 | 2023-03-09 11:07
‘이 순간’은 지금 이 순간 뿐이다. 흘러가버리면 다시 만날 수 없다.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기회이다. 그건 만남도 마찬가지다. 모든 만남도 생애 단 한 번이다.

‘일기일회(一期一會)’. 중국 동진(東晉)의 학자 원언백(袁彦伯)의 ‘만세일기 천재일회(萬歲一期 千載一會)’에서 나온 말이다. ‘만년에 단 한번, 천년에 단 한차례뿐인 귀한 만남’이란 뜻이다.

일기일회(一期一會)’는 무소유의 삶을 살았던 법정(法頂)스님이 생전에 쓴 수필집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길상사와 명동성당, 뉴욕 맨해튼 등에서 행한 스님의 말씀을 모아 놓은 법문집이다.
책을 읽다보면 스님의 주옥같은 법문을 생생히 듣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님은 ‘일기일회(一期一會)’에서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번 지나가 버린 것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감사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일기일회입니다.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단 한 번의 인연입니다.”

일본 다도(茶道)도 일기일회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전국시대 다도 명인 센노 리큐(千利休)가 남긴 말로 그는 이전의 화려했던 차 문화를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음으로부터 오는 여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다도로 변화시켰다.

리큐의 그 정신을 제자 야마노우에 소우지(山上宗二)가 ‘일 평생 단 한 번의 만남(一期に一度の会)’으로 정리, 후세에 전했다.

일본 교토(京都) 여행 중 들렀던 어느 고찰(古刹)에 리큐의 다실이 복원되어 있는 것을 봤다. 짚을 섞은 흙으로 만든 작은 초막으로 가로세로 60cm 정도의 작은 문 니지리구치(躙口)가 특이했다. 칼을 벗은 채 허리를 구부려 손과 무릎으로 기어들어가야 하는 문이다. 다실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는 리큐의 철학이 깃든 것으로 당시 일본 최고 권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한다.

로마의 대표적 서정시인 호라티우스(Horatius)는 ‘송가’에서 일기일회와 같은 맥락의 ‘까르페 디엠(Carpe Diem)’을 말했다. 모든 것은 생애 단 한번이니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3월이 되면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간 법정(法頂)스님이 생각난다. 스님은 ‘단 한번의 삶’을 이야기 하면서 ‘우리가 몸 담고 있는 가정과 일터가 진정한 수행 도량’이라고 했다.

오늘 누구를 만날지, 그와 어떤 얘기를 나누게 될지 모른다. 그 만남은 일생에 딱 한 번 찾아오는 최초의 순간이자 최후의 기회이다. 단 한 번의 소중한 인연이라 여기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

어느 구름에 비 들어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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