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VOL.10] 수학 교육 단상 "선행보다 심화"

서정우 원장 | 2023-03-09 11:07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연합뉴스]
서정우 원장 수학은 사고력 향상을 위해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과목이다. 단순히 대학을 잘 가기 위한 도구로의 역할이 아닌 논리적 사고력 향상이 수학 공부의 목적이다.

교육청에서 원하는 수학 교육의 방향성은 초등=>계산력, 중등=>이해력, 고등=>통찰력, 이 세 가지가 가장 궁극의 방향성이라 보면 되는데 12년간 위 과정을 얼마나 잘 숙달했는가의 레벨 차이로 수능 등급이 형성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신과 수능은 공부의 방향성이 다르다

수능은 1번에서 언급한 기본에 충실한 공부를 진행하면 충분히 대비가 가능하다. 1~2문제 나오는 고난도 문제는 사실 일반 학생들이 대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 외 준킬러 문제나 쉬운 4점 등은 기본에 충실하기만 하면 모두가 맞을 수 있는 문제라 보면 된다.

하지만 내신은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사실상 내신은 암기과목이라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이글을 읽는 현직 학교 선생님들이 발끈할 수 있지만 전국 단위 내신 기출을 보면 학교마다 선호하는 문제, 교사 개인의 성향이 너무 달라서 수능처럼 기본에 충실한 공부만으로는 대비가 불가능하다.

내신은 기본적으로 8주 전 더 자세히는 직전 학기 방학 때부터 대비해야 한다. 엄밀히 수학은 방학 때 끝내는 과목임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대비가 중요하다. 방학 기간은 1주에 문제집 한 권씩 공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너무 어려운 문제의 경우 시간 소요가 많겠지만 학생 수준에 맞는 문제집 2~4권 정도는 충분한 학습이 가능하다.

학기 시작 후 꾸준히 문제집을 레벨업하며 공부를 시키면 1학기에 대략적으로 5~10권 사이 풀이가 가능하다. 5권이 목표인 학생은 각 권당 횟수독을 올리는 방식이 더 좋고 10권이 목표인 학생은 1~2회독 수준으로 진행하면 내신 준비는 끝난다.

그리고 제발 기출 문제는 방학이나 학기 시작할 때 공부해야 한다. 기출은 똑같이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 학교 문제 스타일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존재이다. 아쉽게도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기출을 시험 1~2주 전에 풀어보는데 공부에 대한 기본 접근이 잘못된 경우라 할 수 있다.

잘못된 선행은 독이다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 이유다. 내신은 잘 따야겠고 시간은 없고 그래서 상당수 학생들이 선행에 신경을 쓰고 실제로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대로 된 선행은 바람직하지만 90% 이상의 학생들은 헛짓하는 중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공식의 유도나 개념적 이해 없이 무분별한 암기식 선행은 아이의 학습 의욕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본인이 알고 있다는 착각까지 유발시켜 훗날 더 안 좋은 영향을 많이 준다.

학생이 이해할 수 있고 본인이 설명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선행 시켜야 한다. 본인이 전체 개념의 70% 이하만 설명할 수 있다고 하면 그 학년 그 학기 선행은 멈춰야 한다. 학생의 이해도가 70~90% 정도는 돼야 선행이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선행이 어찌 진행이 되느냐 짧게 말하자면 대부분 사교육 관계자들이 공포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다른 학생과 비교해서 진도가 많이 늦다 지금 늦으면 다신 못 쫓아 간다 등등 각종 근거 없는 괴담을 나열하는데 여기에 속으면 안된다.

속이는 사람도 잘못이지만 속는 사람도 문제가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대부분 문제는 해결된다. 본인 학년 수준도 못 쫓아가는 학생이 선행한다고 수학이 좋아질까? 선행은 간단히 본인 학년 공부가 다 해결돼서 다른 무언가를 더 추구하는 게 선행인 것이지 막연한 유토피아처럼 모두가 추구하는 목표는 아니다.

수학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개념과 공식 유도라 보면 된다. 이 둘이 탄탄하게 기초가 완성된 상태에서 문제 풀이로 등급 혹은 백분율 점수 등을 올리는 거라 보면 된다.

그래서 결론은 “선행보다 심화가 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선행은 심화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문제집별로 난이도 조정이 잘 돼있기 때문에 학생 수준에 맞는 책을 선별해서 매일 학습만 시키면 된다.

여담이지만 내 초등학생 아이는 매일 50~60문제 사이를 풀고 있다. 내가 알려주는 거나 고쳐주는 거 없이 본인이 풀고 틀린 문제를 다시 푼다. 수학과 물리는 본인이 땀 흘리고 고생해봐야 실력이 느는 과목이지 국어나 영어처럼 잘하는 사람 설명을 꾸준히 들어서 성적이 향상되는 과목이 아니다.

무조건 본인이 도전하고 틀린 거 다시 풀리고 이것만 반복하면 된다. 사실 과외나 학원 안 보내도 된다. 아이가 기본이 약하면 쉬운 문제집부터 실력이 좋은 학생이면 고난이도 문제집부터 풀리면 된다. 포인트는 ‘매일과 본인이 한다’에 있다.

국영수 세 과목 모두 중요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저학년 기초가 중요하고 등등 수많은 입시 정보가 돌아다니지만 내가 보는 공부의 본질은 ‘본인 힘으로 매일 매일 꾸준히 한다’이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시적으로 우리 아이가 잘하게 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일시적이 아닌 인생이란 마라톤에 있어서 아이가 잘할 수 있게 잘 이끌어줄 부모가 된다면 이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면 길이 보인다. 주변의 대다수 사람들이 하는 소리는 그냥 그렇구나 정도로만 여기고 본인의 기준으로 아이의 인생을 빛나게 만들 수 있는 현명한 부모이자 조력자가 되길 기원한다.

우리 모두 우리의 욕심으로 아이에게 상처 주는 학부모가 되지 말자!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연합뉴스]


서정우 원장

저작권자 © 월간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