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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1] [컬처 앤 피플] "퍼큐~~!“ 자본주의와 상업 예술에 ‘엿 먹인’ 자유로운 영혼

전경우 | 2023-04-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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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나는 '케빈 웬달'의 기이하고도 신비로운 얼굴들


“예술은 강박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며, 숨 쉬는 것과 같다."

뉴욕 전역이 그의 캔버스였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마약 중독으로 10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 지옥 같은 수감생활 중 예술이 자유를 위한 유일한 통로였다.

케빈 웬달(Kevin Wendall, 1956-2010)의 이야기다. FA-Q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그의 삶과 작품을 한 번 만나 보시라. 이런 삶도 있구나 싶어지고, 이런 그림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재미나다.

‘Kevin Wendall : FA-Q EXIT’(케빈웬달 : 파큐-엑시트)().

33()부터 49()까지 서울 동교동에 있는 갤러리 네버마인드에서 무료 전시로 진행된다. 갤러리 네버마인드와 국내 1세대 대표 화랑 진화랑이 기획했다.

케빈 웬달 (Kevin Wendall, 1956-2010)의 파란만장한 삶과 자유분방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웬달은 본명보다 FA-Q로 더 많이 불렸다. “FA-Q.” 직접 발음해 보자. 당신이 생각하는 그 단어와 음이 비슷하게 느껴지는가? 사실 그 뜻이 맞다!

그는 1980년대 중반 그림 1점을 당시 2,500달러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880만원)에 판매하며, 화단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를 주목했던 이탈리아의 초현실주의 현대미술가 엔리코 바이 (Enrico Baj)는 그의 작품들을 더 많이 소장하고, 함께 공동 작업을 추진했다. 그의 잠재성을 볼 때,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아티스트 반열에 오를 것이라 알아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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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에서 태어나 뉴욕의 이스트빌리지 길거리에서 시작한 그의 그림의 세계는 이탈리아 핀란드 오스트리아 독일 일본 홍콩까지 확장되었다. 개인전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 세계로 이름이 퍼져나갔다. 2007년에는 “Americans are Clowns”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웬달의 작품에는 얼굴이 자주 등장한다. 그가 그린 얼굴은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다양한 동물들의 얼굴도 볼 수 있다. FA-Q얼굴 작가라고 불러도 될 만큼 얼굴 형태의 초상화 작품이 많다. 얼굴을 그리지 않은 작품들을 볼 때면, “이것이 과연 누구의 얼굴일까?” 하고 호기심을 느끼게 할 정도다.

조용필 노래 중에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는 가사가 있다. 파큐, 그의 그림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웃고 있는 것 같은데, 가만히 보니 울부짖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반대인 것도 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며 시선을 붙들어 잡는다.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기쁘게 보이기도, 또 울적해 보이기도 한다. 희한한 것은 한 번 보고 나면 좀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FA-Q의 작품은 마치, 희극과 비극의 전혀 다른 차원의 감정을, 한 얼굴 안에 공존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어딘가를 응시하는 동그란 눈,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찢어진 입술 사이로 이빨을 드러내는 모습은 흡사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영화 ‘조커(Joker) 2019’ 속 광대의 모습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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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자신의 표정을 꾸며 우스꽝스러워 보이게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가지고 살았던, 케빈 웬달 작가 본인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얼굴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고 했다. 얼굴은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하나의 큰 세상이다.

그렇다면 FA-Q는 누구의 세상을 그린 것일까? FA-Q의 수많은 작품 속 얼굴이 자신인지, 다른 사람의 것인지, 그것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의 인생처럼 각자의 독보적인 세상과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소용돌이치는 듯 과감한 붓 터치와 얼룩덜룩 섞여 있는 색감은 얼굴 형상을 넘어, 작가가 빚어낸 또 다른 공간 속으로 이어진다. FA-Q는 두께와 깊이가 없는 평면적인 얼굴을 캔버스에 담아냈지만, 관람객의 눈에는 그것들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얼굴의 전체 형태에서 색깔로, 색깔에서 예사롭지 않은 붓 터치로, 예측 불가능한 붓의 움직임으로 시선이 따라 가다 보면, 무한한 입체감과 새로운 차원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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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vin Wendall : FA-Q EXIT’전(展)은 총 3개의 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2층부터 시작해서 지하 1층으로 연결된다.

지하 2층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흰색 감옥(White Jail)으로 연출된 화이트존(White Zone)에서는 케빈 웬달이 감옥에 투옥 중일 때 자투리 종이에 휘갈기며 그렸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어 그레이존(Gray Zone)에서는 거친 느낌의 캔버스천 (Cloth) 위에 그린 대형 아크릴 작품이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초대형 인피니티 미디어 월을 지나 지하 1층으로 올라오면 Gallery Bar 벽면과 장식장을 빼곡히 채운 2호 사이즈에서 4호 사이즈까지, 작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얼굴과 글자가 낙서처럼 쓰여 있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다 보면 특별한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바로, 케빈 웬달이 오직 한국만을 위해 한지(Korean Paper)위에 그린 작품들과 우리에게는 친숙한 서울 지하철 노선도 위에 그린 작품이다. 생전에 직접 한국을 찾아와 그가 보인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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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열리는 네버마인드(neverm!nd. 서울 마포구 동교로2214)는 특별한 공간이다.

공연장(Stage) · 갤러리(Gallery) · (Bar)가 결합된 독특한 공간이다. 작품을 감상하며 음식과 음료를 즐기고 여유와 힐링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갤러리다.

블랙과 화이트가 만들어낸 심플하지만 깊이가 있는 그레이스케일(Grayscale) 공간이 흑백 사진 속에 있는 듯 신선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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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들은 대개 오후 6~7시면 문을 닫는다. ‘네버마인드는 오후 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열린다. 늦은 시간에도 작품을 감상하며 카페 공간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420인치의 초대형 인피니티 블랙 스크린을 캔버스로 삼아 최고의 미디어 아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도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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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웬달 : 파큐-엑시트전시 기간 중에는 인터렉티브 영상 설치 작업을 기반으로 하는 김해인 미디어 아트 작가의 2023년 신작 감정의 재질을 압도적인 크기의 스크린을 통해 즐길 수 있다.

네버마인드의 윤상진 대표는 케빈 웬달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가능성을 국내에서도 선보일 수 있어서 기대 된다국내 컬렉터들에게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케빈 웬달의 원화들을 감상하고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게 되어 뜻 깊게 생각 한다고 전했다.

케빈 웬달의 전시가, 매일 습관처럼 거울을 통해 마주했던 자신의 얼굴 속에 숨어 있는 세상을 발견하고, 소중한 사람의 얼굴 속에서 또 다른 상대의 세상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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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웬달이 남긴 말들

“Make Shit Happen – FA-Q”

그의 좌우명은 "Make Shit Happen - FA-Q"였고, 그는 진심을 다했습니다. 그는 머리 뒷주머니에 총처럼 차고 다니던 두꺼운 검은색 마커로 마을 곳곳의 벽에 이 문구를 썼습니다.

The Art of FA-Q, Prison Life Magazine ㅣ by John Ittner ㅣ November 6, 1996

FA-Q의 강제 감금은 그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유를 가장 사랑할 것 같았던 사람들이 자유를 잃는다는 게 이상하죠.

감옥에서 FA-Q의 유일한 자유는 예술뿐입니다. 그림은 나선형 노트의 작은 페이지, 찢어진 봉투 조각, 라이커스 화장실 벽에서 뜯어낸 간판 뒷면 등 가까이에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그렸습니다.

The Art of FA-Q, Prison Life Magazine ㅣ by John Ittner ㅣ November 6, 1996

"예술은 강박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며, 숨 쉬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예술은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일이며, 예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rt’s Hard Man, Weekly Standard ㅣ by Simon Song ㅣ May 21-22, 2005

"우리는 상업적 예술에 반대하고 자본주의에 반대하며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예술을 옹호했습니다."라고 FA-Q는 말합니다.

Art’s Hard Man, Weekly Standard ㅣ by Simon Song ㅣ May 21-22, 2005

제가 '비엔날레'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자본주의의 병폐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미국 사회에서 '탈퇴'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FA-Q by Pirtola ㅣ by Erkki Pirtola, Ex Vandals ㅣ January 6, 2011 Press

FA-Q의 역사는 화장실 벽에서 시작되어 1978년부터 제가 태어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가 거리의 공공 벽으로 발전했습니다.

FA-Q by Pirtola ㅣ by Erkki Pirtola, Ex Vandals ㅣ January 6, 2011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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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우 월간마니아타임즈 기자/ckw86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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