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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1] 아름다운 사람- BTS 리더 RM

이신재 | 2023-04-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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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단언컨대 최고의 인터뷰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이라도 그토록 완벽하고 현명하게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터뷰는 악의적인 기획 인터뷰였다. 흠집을 내기위한 나쁜 질문 투성이였다. 물은 대로 대답하면 ‘그럴 줄 알았다’고 쓸 것이고 발끈해서 심하게 부정하면 ‘그러니까 그렇지’ 하면서 또 어깃장을 놓았을 터였다.

‘우문현답’.

BTS의 리더 RM은 현명했고 그 바람에 스페인 1등 매체 엘 파이스(El Pais)의 기자는 바보가 되어 버렸다.
지독한 공세를 가볍게 피하면서 카운터를 날린 RM은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중남미를 비롯 전 세계인으로부터 대중문화의 스타가 아니라 뛰어난 외교관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 ‘K-’ 수식어가 지겹지 않은가“

-스포티파이가 우리 모두를 K-POP이라고 부르는 것에 질릴 수도 있지만 그건 프리미엄 라벨이다. 우리 선조들이 싸워 쟁취한 품질 보증서 같은 것이다.”

기자는 일단 간을 보았다. 본격적인 공격을 위한 일종의 잽이었다. RM은 큰 모션 없이 가볍게 피하며 작은 경고를 날렸다.

“K팝의 눈부신 성공이 아티스트를 비인간화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 개인을 위한 시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K-팝을 빛나게 한다. 20대부터 30대까지 우리는 BTS에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했다. 아, 질문이 뭐였지“

“비인간적인...”

-부분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회사에선 이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이) 특별한 산업으로 만드는 것도 있다. 그리고 계약서나 돈, 교육적인 측면에서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 심리 상담 선생님도 있다.

기자를 대우하면서도 아닌 건 아니라며 질문자를 머쓱하게 했다. 그래도 기자는 집요했다. 한번은 원하는 대답을 듣기위해서 준비한 ‘나쁜 질문’을 또 던졌다.

“젊음에 대한 숭배나 완벽주의, K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한국 문화의 특성인가”

-서양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뿐이다. 한국은 침략당하고 황폐해지고 둘로 나누어진 나라이다. 불과 7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고 UN과 IMF로부터 원조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겠는가. 모두 자신을 향상하기 위해 정말 열심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떤 일을 이루는 방법이고 K팝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부분이다.

RM은 이해를 돕는 척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스페인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서도 스페인의 식민 국가였던 중남미의 사람들을 열광하도록 만들었다.

-수 세기에 걸쳐 식민지를 만들어 온 프랑스나 영국과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내게 와서 ‘스스로에게 너무 부담을 많이 주고 있다. 한국에서의 삶은 너무 스트레스가 많은 것 아닌가’고 묻는다.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K팝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림자가 있지만 빠르고 강하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곧 군에 입대한다는 RM. 그는 기자에게 군대에 갔다오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굳이 복싱을 예로 들자면 RM의 거침없는 KO 한 판이었다. 기자는 넉아웃 보다는 자신들의 편견이나 선입견을 훨씬 더 부끄러워 했을 것이고.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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