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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2] 마니아 갤러리/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세계적인 작가 차일만

| 2023-05-09 16:05
어느 날 그는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시시때때 달라지는 빛과 풍광들을 보며 그 속에 빠져든 까닭이다.

여수의 평화이미지 확대보기
여수의 평화


그렇다 해도 굳이 눈물을 흘릴 것까지는 없었다고 훗날 생각했지만, 빛에 대한 그날의 외경과 감성이 그의 한평생이 되었다. 그날 그는 하루 종일 그곳에 그렇게 앉아있었고 어느덧 취미가 되고 작품 구상의 시공간이 되었다.

시련과 극복이미지 확대보기
시련과 극복


“자연은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아침 태양 빛은 사물을 흡수하고, 저녁의 태양 빛은 사물에 부딪혀 반사되면서 더 강해집니다. 해가 지기 직전까지 강렬한 빛을 발하다가 어느덧 어둠 속에 여운을 남기며 신비로운 공간을 연출할 때면 자연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을 갖게 됩니다.”

서양화가 차일만 화백. 경이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한 장면을 화폭에 옮긴 차일만화백의 그림은 그래서 실제의 그곳보다 더 아름다울 때가 많다.

그의 작품 소재는 바다와 넓은 하늘이다. 그의 그림 속에선 그래서 사람도, 집도 자연이 되고 일몰과 월출이 하나의 공간 속에 어울려 특별한 느낌을 준다.

임진강의 해빙이미지 확대보기
임진강의 해빙


분명 서양화임에도 보고 있으면 우리의 수묵화 같은 담백함과 여백의 미가 스며들어 있다. 그런 연유로 차일만 화백을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보다 넓은 세계적 보편성을 추구하는 작가’라고들 한다. 실제 그는 강원도 고성의 한적한 어촌에서 태어나 바다, 파도, 하늘, 수평선, 몇몇 사람들을 보고 자랐다. 그가 생활한 곳은 작은 마을이었으나 우주였고 대자연의 파노라마였다.

고향의 아침이미지 확대보기
고향의 아침


하지만 그는 결코 강원도에 머문 향토 작가가 아니다. 자연은 위치한 곳이 이곳이든 저곳이든 다르지 않고 그의 시선 역시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고성 어디쯤의 등대, 강진 바닷길의 일몰, 아프리카 오지의 외로운 장소, 프랑스의 몽생미셸이 같은 듯 다르게, 다른 듯 같게 여러 장 그려져 있다. 미국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창설한 ‘인간과 인간(People to People)' 상도 그래서 받았고 일본, 중국 등지에 많은 작품이 나가 있다.

몽생미셀이미지 확대보기
몽생미셀

빛을 통해 자연과 인생을 그리는 화가여서 행복하고 삶의 마지막 날까지 그것을 탐구하겠다는 차일만 화백. 그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자연 속에 감춰져 있는 대자연의 비밀과 생명의 원천인 빛을 그릴 계획이다. 같은 장소라도 때에 따라 다르지만, 세월이 흐르다 보니 보는 사람의 연륜과 마음에 따라서도 사뭇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장호원의 봄이미지 확대보기
장호원의 봄

“마음의 눈이 진짜 눈이더군요.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편견 등 온갖 찌꺼기를 버리려고 노력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접근하니까 에메랄드빛 투명한 바다가 보이더군요. 동해의 거친 바다도, 남해 여수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바다도 모두 내 속의 감성이었습니다.”

회광반조(回光反照)-신비한 구도와 색채

회광반조 1이미지 확대보기
회광반조 1

회광반조는 해가 지기 직전에 일시적으로 빛이 더욱 강해지는 현상으로 비단 자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꺼지기 전의 촛불이 활활 타오르듯 인생도 역사도 지기 전의 마지막 모습에서 가장 아름답고 심오한 열정을 뿜어내곤 한다. 이를 보며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내면의 자아를 성찰하게 된다.
차 화백의 색채관은 색채를 인간의 감각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객관적인 실체로 파악하는 뉴턴의 기계론에서 탈피하여 감각과의 연관에서 파악하는 괴테적 관점에 바로 맞닿아 있다.

색채란 눈이 빛의 프리즘을 통해 인식하는 주관적인 존재이며, 인간의 마음에 다양한 느낌을 전해주는 심리학적이고 감성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괴테에 따르면 노랑은 빛에 가장 가까운 색이며 밝음의 성질을 수반하며 즐겁고 명랑하며 고귀한 느낌을 준다. 이에 반해 파랑은 어둠과 고요, 격리된 느낌을 부여한다. 차 화백의 작품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파랑과 노랑의 대조는 밝음과 어두움, 명랑한 기운과 침잠한 고요함이 교차하는 심리적ㆍ시간적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회광반조 2이미지 확대보기
회광반조 2

차일만 화백의 작가로서의 독자성은 시각적인 것을 정서적인 것으로, 그리고 이를 다시 의미론적인 것으로 자연스레 전환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즉, 그의 작품은 주정시(主情詩)이자 주의시(主意詩)이기도 하다. 그는 해와 달이 바뀌는 자연현상을 통해 물질주의적인 20세기에서 정신적ㆍ문화적인 21세기로의 전환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가 그려내고 있는 시간에 따른 빛의 성질 변화는 모든 것을 흡수했다가 이를 다시 반사한다는 점에서 젊은 날과 노년의 인생 모습을 닮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물의 극적인 변화는 한편으로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지만, 그는 등대를 통해 역사의 방향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글 김순옥/ 서양화가. 한국미술진흥원 원장

화가 차일만

[VOL.12] 마니아 갤러리/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세계적인 작가 차일만이미지 확대보기
1952년 강원도 고성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회 위원

1988년 잭슨빌 아트뮤지엄 공로상

1988년 미국 국회 문화상

1987년 제 1회 PEOPLE to PEOPLE 인터내셔널 국제미술작가상

개인전 20회 이상

1987년 제 1회 서울 갤러리 개인전

1993년 미국 Hilliard Gallery-Kansas 전

1996년 일본 오타루 문화원 초대전

2003년 경향Gallery 초대전

2012년 중국 태안시 황궁 박물관 초데잔

2017년 설림 미술관 초대전

국내외 단체전

1995년 UNESCO 현대 한국회화 초대전

2003년 빛과 색의 탐험전 (예술의전당)

2004년 Liu Hai Su Art Museum 초대전(세계 평화 미술대전. 상하이)

2012년 아주미술관 초대전-자연교향곡전

2013년 소피아갤러리 개관 초대전

2014년 국전출신작가 창립전(서울미술관)

2015년 중국,링보 국제 서화 정품전 (링보 국제 Conventio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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