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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2] 소설, 시 쓰고 노래에 그림까지…예술 창작하는 인공지능 'AI’

전경우 | 2023-05-09 16:05
AI는 인간의 반려자일까, 경쟁자일까?

예술가의 직업까지 위협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AI) 이용해 집필된 소설 '작가의 죽음' 오디오북 표지[반스앤드노블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이용해 집필된 소설 '작가의 죽음' 오디오북 표지[반스앤드노블 홈페이지]


인간의 팔다리 역할을 대신하던 기계가 이제는 인간의 뇌 기능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챗GPT 열풍이 불면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생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과연 그런 세상이 올까 싶었던 인공의 시대가 마침내 우리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맞이할지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지능은 쓰나미처럼 우리들 곁으로 몰려들 기세다. 인공지능(AI)이 예술과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는 소식이 세상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한 게 틀림없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소설이 정식 출간되고 인공지능이 교묘하게 베낀 그림이 전시장에 걸리고 인공지능이 기가 막히게 흉내 낸 노래가 음악 차트에 오르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좋아하면서도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해하고, 예술가와 전문 창작자들은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졸지에 거지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 소설가 겸 언론인 스티븐 마쉬가 3가지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작가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미스터리 중편 소설을 집필했다고 전했다.

이 ‘인공’ 작품은 푸시킨인더스트리라는 회사를 통해 이달 중 오디오북과 전자책(e북)으로 발간된다. 저자명은 '에이단 마신'(Aidan Marchine)이다. 마신은 마쉬의 이름(Marche)과 기계(machine)를 합쳐서 만들어졌다.

작품의 줄거리를 구상하고 구체적인 명령어를 입력한 것은 마쉬다. 그러나 그의 지시에 따라 세부 내용과 문장들을 만들어 낸 것은 인공지능이다.

마쉬는 NYT에 "내가 이 작품의 100% 창작자"라고 주장하면서도 "내가 문장들을 창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소설이라는 게 ‘문장’으로 이뤄지고 그 문장들의 배열과 느낌, 거기서 전해지는 인간의 여러 감정과 상황에 대한 이해 등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작품이 과연 마쉬의 순수한 100%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쉬는 지난 2017년부터 AI를 이용하거나 AI에 관한 집필 활동을 해왔다. 올해 1월 제이콥 와이스버그 푸시킨인더스트리 최고경영자(CEO)의 요청으로 AI 기술을 이용한 살인 미스터리 작품을 쓰게 됐다.

마쉬는 챗GPT를 이용해 전체적인 줄거리 개요를 구성했다. 다만 AI가 구체적인 문장을 쓰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줄거리 구성은 "끔찍했다"고 그는 전했다.

'수도라이트'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문장을 늘리거나 줄이고, 대화체로 바꾸거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문체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또 '코히어'의 AI 프로그램으로 생생한 묘사와 비유를 담은 문장을 창조할 수 있었다.

NYT가 소개한 소설 발췌본을 보면, AI는 작중 인물이 맛없는 나초를 먹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치즈는 굳었고, 칩은 질척한 데다 축축했고 마치 호수 위 거품 같은 기름막으로 얼룩졌다. 한입 베어 물 수밖에 없었지만, 상한 맛과 치즈를 흉내 낸 듯한 역겨운 맛이 느껴졌다. 그는 맥주를 벌컥 들이켜며 입을 헹궜지만, 햇볕에 너무 오래 놔둔 것처럼 그 맛도 엉망이었다."

마쉬는 AI가 작가들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알고리즘 글쓰기'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작가와 출판사는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까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책 표지[교보문고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책 표지[교보문고 제공]


국내 서점가에도 챗GPT 등 인공지능에 관한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독자들이 챗 GPT 관련서를 본격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출판사들도 관련 서적들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눈에 띄는 책으로는 우선 챗GPT가 쓴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을 비롯해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반병현 씨의 '챗GPT:마침내 찾아온 특이점' 등 올들어 챗GPT 관련 도서가 서점가 진열대를 점령하고 있다.

IT 솔루션 구축전문가 이세훈 씨의 '챗GPT 시대 글쓰기', 장민 포스텍 겸직교수의 '챗 GPT: 기회를 잡는 사람들'도 출간됐다.

'챗GPT 시대 글쓰기'는 챗GPT를 활용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나리오를 비롯해 자기계발서, 마케팅 콘텐츠, 각종 과학·철학·법률·종교 등 전문서를 마구 써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챗GPT: 기회를 잡는 사람들'은 챗GPT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전쟁에 사력을 다하는 배경 등을 설명한다.

'챗GPT 사용설명서', '챗GPT 새로운 기회', '챗GPT 질문하는 인간, 답하는 AI', '김대식 교수의 어린이를 위한 인공지능', '챗GPT: 세계미래보고서', '챗GPT 2023', '챗GPT 혁명', 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등도 출간을 준비 중이거나 시장에 나왔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장르소설 브랜드 네오픽션도 작가 7명과 챗GPT가 함께 쓴 소설집 '매니페스토'(Manifesto)를 출간했다. 책 표지도 AI와 함께 디자인했다.

문학을 인간 작가만이 성취할 영역이라고 선을 긋기보다는 AI와 함께 작업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창작의 영역에서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펴냈다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이다.

인간과 챗GPT가 공동 집필한 소설집 '매니페스토' [자음과모음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인간과 챗GPT가 공동 집필한 소설집 '매니페스토' [자음과모음 제공]


[전경우 월간마니아타임즈 기자/ckw86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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