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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2] 김도영박사의 한단어 칼럼 -마음

이신재 | 2023-05-09 16:05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을 때마다, 30년 전 갔었던 중국 소림사(少林寺) 생각을 한다.

지금은 교통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쿵푸의 발상지로도 유명한 소림사 가는 길은 꽤 멀었다. 베이징(北京)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9시간을 밤새 달려 허난성(河南省) 수도인 정저우시(鄭州市)에 도착한 후, 다시 역사의 고도(古都)인 뤄양(洛陽) 방향 중간쯤 있는 덩펑시(登封市)까지 갔다. 이곳에 동악 태산(東嶽泰山) 등과 더불어 오악(五嶽)의 하나인 중악 숭산(中嶽嵩山)이 있다. 72개 봉우리로 이루어진 코끼리 형상의 숭산은 예로부터 신선이 사는 땅이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신령스러운 산이다. 이 숭산에 소림사가 있다. 소림사 뒤로 경사가 심한 돌계단을 한 시간 가량 오르면 숭산의 정상 바로 밑 달마동(達磨洞)에 닿는다. 어른 서너 명이 앉으면 꽉 차는 이 작은 바위 동굴에서 중국 불교 선종(禪宗)의 초조(初祖)인 달마(達磨)가 9년간 면벽좌선(面壁坐禪)했다.

이 달마동으로 신광(神光)이라는 남자가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 어느 추운 겨울날 달마를 찾아왔다. 불혹(不惑)의 나이로 유교와 도교에 통달했던 그는 달마의 제자가 되기를 청했다. 달마는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다. 신광은 물러서지 않고 눈이 펄펄 내리는 동굴 밖에서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며 사흘 밤낮을 서 있었다. 꿈쩍도 하지 않던 달마가 드디어 “너는 무엇을 구하느냐?”고 물었다. “뭇 중생을 구해주십시오.” 달마는 “만약 하늘에서 붉은 눈이 내리면 법을 주리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신광은 칼을 빼 자신의 왼팔을 잘랐다. 그러자 주위의 눈밭에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결국 하늘에서 붉은 눈이 내린 셈이었다. 그걸 본 달마가 신광을 제자로 삼고 ‘혜가(慧可)’라는 법명을 주었다. ‘구법단비(求法斷臂)’ 일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과감하게 앞으로 나가려는 결심을 한 대장부의 용기를 볼 수 있다.

달마의 제자가 되긴 했지만 혜가는 마음공부에서 큰 진전이 없었다. 그래서 스승에게 말했다. “제 마음이 불안합니다.” 그 말을 들은 달마가 답했다. “불안한 마음을 내놓아라. 내가 너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겠다.” 자신이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이 불안을 스승께서 해결해 주시겠다고 하니 혜가는 기뻤다. 이 문답 후 혜가는 ‘불안한 마음’을 찾기 위해 몰두했다. 그렇지만 혜가는 “스승님. 아무리 마음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고 솔직하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불안이라는 것을 내놓아야 스승이 없애줄 텐데, 그러질 못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달마가 한마디 했다. “네 불안한 마음이 이미 없어졌느니라. 너는 보는가.” 불가(佛家)에서는 이 일화를 ‘안심법문(安心法門)’이라 부른다. ‘마음을 편안케 하는 법문’이라는 뜻이다. 짓고 부수는 내 안의 숱한 마음이 본래 없는 것임을 알라는 얘기다.

우리는 늘 밖에서 무언가를 구하려 애쓴다. 만족할 줄 모른다. 목이 마를 때 애타게 물을 찾듯이 몹시 탐내며 집착한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좌절하고 괴로워한다. 그렇지만 이제부턴 내 안에 있는, 써도 써도 다함이 없는, 어느 누가 빼앗아 갈 수도 없는 그런 보물을 찾아보자. 지금 그대의 마음이 어딜 향해 있는지, 무엇에 꽂혀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라. <법구경>의 게송처럼, “모든 것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자기야말로 자신의 주인이고 자기야말로 자신의 의지할 곳이다. 그러니 말장수가 좋은 말을 다루듯이 자기 자신을 잘 다루라.”

모든 일들이 다 잘될 것이다. 늘 안심(安心)하시고 잘 지내시기를 바란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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