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마니아타임즈 조기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관련 검찰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두했다가 거절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검찰은 피조사자가 일방적으로 출석 일정을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송 전 대표는 5월2일 중앙지검 1층 현관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은 후 돌아갔다.
앞서 연구교수 자격으로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던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4월22일 오후 4시(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을 탈당한 뒤 검찰 수사를 받고, 그 뒤에 민주당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송 전 대표는 4월24일 오후 3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귀국길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어려운 상황에 위중하게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런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 저 송영길은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절대 회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4월29일 오전 송 전 대표와 경선캠프 회계 책임자 등 관계자들의 주거지 총 4~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 소재의 송 전 대표의 옛 주거지와 서울 송파구 소재의 현 주거지가 모두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송 전 대표가 2015년 서울 여의도에 개소한 정책연구소 '먹고 사는 문제 연구소' 사무실에도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다. 검찰은 이 연구소가 외곽 후원조직으로 기능하며 선거 자금을 조달했다고 보고 있다.
먹사연은 송 전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정책연구소로, 2007년을 전후로 만들어진 송 전 대표의 전국적 지지조직 '동서남북 포럼'이 전신이다.
검찰은 이달 12일 민주당 윤관석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돈 봉투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먹사연 내에서 일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포맷 혹은 교체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연구소 회계직원인 박모씨를 증거인멸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박 씨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 전 캠프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송 전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또한,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 캠프가 현역 의원을 포함해 수십 명에게 9400만원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송 전 대표는 범행을 인지 또는 지시한 '윗선'이라는 의혹을 받는다.
이번 압수수색은 송 전 대표가 금품 살포에 관여·공모했는지 입증할 수 있는 회계 자료 등을 선제 확보하는 차원이다. 검찰은 지난 12일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피의자 9명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 개시했다.
한편, 검찰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윤관석 의원을 이르면 5월22일 비공개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돈을 주고 받은 현역 의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검찰은 윤 의원이 재작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당시 후보의 지지세를 유지하기 위해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마련된 6천만 원이 돈 봉투 20개에 담겨 윤 의원을 통해 현역 의원들에게 뿌려진 정황도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윤 의원에 앞서 지난주 13시간 넘게 검찰 조사를 받은 이성만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조기성 월간마니아타임즈 기자 ok760828@mania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