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호자’로 활동하던 김남국 의원이 5월 14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수십억원대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정치권을 뒤흔들면서 김 의원은 사태가 터진 지 약 9일 만에 탈당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김남국 코인 사태’는 탈당이후에도 더욱 파장이 커져만가고 있는 모습이다.
데이터앤리서치는 마니아타임즈 의뢰로 ‘김남국 코인 의혹’이 5월5일 조선일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작년 1~2월 가상자산의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최고 60억원어치 보유했다”고 단독 보도한 이후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12개 채널을 대상으로 온라인 포스팅수(정보량=관심도)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결과, 폭로 이후 기사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5일부터 23일까지 19일간 총 검색량은 14만6천588건으로 이 가운데 부정의견이 8만3천943건(57.3%)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긍정의견은 1만341건(7.1%), 중립의견은 5만2천305건(35.7%)로 집계됐다. 문제는 부정의견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여론이 더욱 나빠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놓고 보면 김 의원이 보유한 코인 가치는 한때 100억원 전후에 달했다. 조선일보는 “주로 작년 1~2월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지갑에 위믹스 코인 80만여 개가 있었고, 작년 2월 말~3월 초 전량 인출됐다”고 보도했다. 3월 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와 3월 25일 실시될 트래블 룰(가상자산 거래 실명제)을 앞둔 시점이다. 당시 위믹스의 가격은 5000원~1만원 사이였다. 가격 최고점을 기준으로 하면 약 60억원이 ‘지갑’에 들어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김남국 의원의 재산신고에 이 같은 내용은 전혀 없었다. 김 의원 재산신고 내역은 2021년 11억8100만원, 2022년 12억6794만원, 2023년 15억3378만원이다. 그동안 그 의원은 돈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가난 코스프레’를 유독 많이 했던 것과는 달리 이면에선 엄청난 규모의 코인 투자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상자산은 법적으로는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면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보유한 가상자산은 위믹스 외에 더 있는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김 의원이 신생 업체들로부터 관련 법 정비를 부탁받고 대가성으로 코인을 받는 등 ‘입법 로비’에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이어진다. 물론 김 의원 측은 입법 로비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개인적인 투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해 말 현재 10억이상 가상 자산 투자자는 900명 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에 가입한 627만명 중 0.014%에 불과하다. 김 의원과 같이 40대에서 10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은 그나마 200명에 불과하다. 김 의원의 코인 보유 규모는 거래소에 가입한 40대(177만명)의 0.01%였다. 코인은 주식과 달리 내재가치가 없다. 누군가의 이익은 거래 상대방의 손해로 돌아온다. 이른바 ‘제로섬’이라는 것이다. 그가 수십억원의 이득을 보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손해를 봤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두 가지다. 아직 국내에서 P2E 게임이 불법인 상황에서 굳이 P2E 코인에 거액을 투자한 이유, 그리고 젊은 정치인이 무슨 돈으로 거액의 투자를 했느냐다. 이 두 가지 점 때문에 일반적인 투자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김 의원은 2021년 1월 LG디스플레이 주식을 팔아 취득한 9억8268만원을 시드머니(종잣돈)로 위믹스 등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P2E 코인에 거의 전 재산(2021년 재산 공개 11억8100만원)을 이른바 ‘몰빵’한 것이다. 위믹스는 김 의원이 처음 위믹스를 거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2021년 10월 한 달 새 20배 가까이 폭등했다. 석 달 후 위믹스는 업비트에 상장됐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김 의원이 상장 시점과 법 제도 정비 계획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의원은 사태가 확대되면서 자금 흐름에 대해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위믹스를 어떤 정보를 통해, 또는 누구를 통해 취득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먼저 김 의원이 투자한 위믹스의 형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위믹스는 P2E 게임에서 생성되는 P2E 코인이다. 현재 국내에서 P2E 코인을 보유하고 거래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P2E 게임은 불법이다. 게임산업법 32조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 때문에 P2E 게임은 불법이다. 그러나 P2E 가상자산은 발행주체와 관계없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합법이다. 이런 이런 이중적인 구조로 인해 관련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특히 2020년 위믹스를 만든 게임회사 위메이드는 P2E 게임 규제 완화 및 합법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앞장서왔다. P2E 게임이 합법화되면 P2E 가상자산의 가치도 크게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P2E 가상자산 발행사 및 관련 기업들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법 개정을 위해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게임학회는 5월 10일 성명서를 내고 “P2E 기업과 협회, 단체가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만큼 관련 조사를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P2E 공약이 갑작스레 등장했고 최근까지 관련 업체들이 국회를 자주 드나들며 국회의원 및 보좌진과 밀접하게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위메이드는 이에 대해 “로비는 사실무근이며, 오히려 한국게임학회가 우리에게 행사 후원을 요청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시드머니는 주식을 팔아 마련한 9억8268만원이다. 김 의원 측은 초기 투자 자금에 대해 당시 전세금으로 투자하고 월세로 살았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코인 종잣돈이 김 의원이 후원금으로 모금한 액수보다 훨씬 큰 데다 총선 직전까지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라면만 먹고 산 적도 있다”는 등 서민 마케팅을 펼쳐왔음에 자금 출처를 소명하고 어떻게 재산을 증식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검찰은 김 의원의 정치자금법 관련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작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김 의원의 가상자산 거액 거래(이상거래)를 수사기관에 통보하면서다. 검찰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김 의원의 전자지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에 걸쳐 청구했지만 법원은 “거액의 가상자산을 보유했다는 것만으로 범죄 혐의점을 의심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정치자금법 제3조는 정치자금의 종류를 ‘정치 활동 등을 하거나 하려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또는 그 밖의 물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법원에서 가상자산을 ‘금전이나 유가증권’으로 인정한 사례는 아직 없기 때문에 모호한 면이 있다. 다만 검찰은 가상자산을 ‘그 밖의 물건’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김 의원은 국내 대체불가토큰(NFT) 프로젝트인 ‘메타콩즈’에도 4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탐색기 클레이튼스코프 등을 보면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중순 약 5만7000개의 메콩코인을 매수했다. 당시 거래가격은 6800원 수준으로 계산상으로 약 3억9000만원에 달한다. 이후 메콩코인은 2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매도에 나서면서 큰 이익은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수 월간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