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 요즘 MZ 세대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는 테니스다. 오죽했으면 ‘골린이 시대가 가고 테린이 시대가 왔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테린이는 테니스와 어린이를 합친 말로 테니스에 처음 입문한 초보자를 일컫는 말이다.
코로나 펜데믹과 함께 열풍이 일기 시작한 테니스가 코로나 엔데믹으로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이 정상화로 되돌아가면서 다소 주춤해 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테니스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가장 핫한 생활스포츠다.
특히 테니스 열풍을 주도한 곳이 바로 실내테니스다. 한때 아파트 단지에는 반드시 구비하고 있어야 할 필수 스포츠 시설로 야외 테니스장이 건설되었으나 특정인을 위한 전유물이라는 비판에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이 바람에 테니스 열풍과 함께 MZ 세대들의 ‘테니스 갈증’을 풀어 준 곳이 바로 실내테니스장이다.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과 길동에서 ‘바비테니스’(Bobby Tennis)를 운영하고 있는 장민호 대표(32)를 만나 실내테니스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테니스 엘리트 선수 출신의 MZ세대 경영인
장민호 대표는 테니스 엘리트 선수 출신으로 MZ세대다.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취미생활로 테니스에 입문한 장민호 대표는 건국대부속고등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전문 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각종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 고교를 졸업한 뒤 테니스 명문대교인 명지대에서 국가대표 스타플레이어 출신에다 국가대표 감독까지 역임한 노갑택 교수(현 명지대학교 스포츠학부 교수)로부터 사사를 받았다. 노갑택 교수는 국내 테니스계에서 국제 대회에 눈을 돌린 제1세대 선두주자다.
이처럼 클럽 아카데미에서 시작해 전문선수로 활동한 MZ세대인 장 대표가 실내테니스에 눈을 돌린 것은 당연한 수순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유소년부터 MZ세대들이 테니스를 통해 바라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그리고 건강을 위해 즐기는 생활스포츠로 테니스에 입문하는 장년층의 니즈(needs)까지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 대표는 지난 2021년 5월 강동구 천호동에 ‘바비테니스’ 1호점을 개장한데 이어 지난 5월초에는 길동에 ‘바비테니스’ 2호점을 오픈했다. 천호점에는 150평 규모에 레슨코트 2개면에 연습코트 2개면이 설치되어 있고 2호점인 길동점은 500평 규모에 레슨코트 3개면에 연습코트 3개면에다 피트니스룸까지 갖추었다. 특히 길동점에는 레슨코트 3개면 가운데 2개면은 풀코트와 길이가 같다.
회원수도 천호점이 150명, 길동점이 300명으로 총 450명에 이른다. 회원들은 말 그대로 어린이부터 유소년, MZ세대에다 50~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세태를 반영하듯 MZ세대가 가장 많고 혼자서 테니스를 배우기보다 커플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바비테니스’는 명지대 재학 중 종합스포츠센터 건립에 대한 수업과제 발표를 하면서 ‘바비센터’라는 이름을 붙인데다 대학을 졸업한 뒤 필리핀과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영어식 이름을 ‘바비 장’이라고 부른 것에 착안해 명명한 것이다. 이미 장민호 대표에게 실내테니스장은 대학시절부터 테니스장뿐만 아니라 수영장, 골프장까지 갖춘 자신의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
MZ들의 핫 플레이스 실내테니스 코트
실내테니스 붐은 코로나19 펜데믹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실내테니스장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경영난으로 아우성을 치는 곳도 많았다. 차지하는 면적에 대비해 즐길 수 있는 인원은 1~2명이 고작이다. 이런 형편에 많은 투자를 감수하면서 굳이 실내 테니스장을 갖출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야외테니스장도 많지 않았다. 대단지 아파트에 구색처럼 갖춰져 있던 실외테니스장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실외테니스장도 부킹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바람에 젊은 층들은 테니스와 함께 대표적인 귀족스포츠로 손꼽히는 골프와 승마로 눈을 돌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투어 승마 체험장을 만들어 젊은이들을 유혹했다. 골프는 젊은이들의 대세 스포츠가 됐다. ‘골린이’(골프를 처음 배우는 초보자라는 뜻)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은 이러한 스포츠 습관을 한꺼번에 바꾸어 버렸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다중 대면 생활에 제약이 생겼다. 덩달아 건강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일정 숫자 이상은 함께 모일수도 없었고 야외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했다. 당연히 야외 스포츠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조금씩 MZ 세대들 사이에서 실내테니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넓은 코트에 1~2명이 고작이다. 마스크가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에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중국발 황사현상으로 실내 스포츠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테니스가 귀족스포츠라는 점은 젊은 세대들에게 최고의 매력으로 다가오면서 어느새 대표적인 생활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이 덕분에 테니스 용품이나 테니스장 운영, 테니스 강습 등 테니스와 직접 연관이 있는 것에서부터 테니스 패션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테니스 산업’이 신산업으로 등장했다. 덩달아 실내 테니스장도 이곳저곳에서 신설되면서 과밀현상을 빚어지기 시작했다.
“테니스 붐은 사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어느 순간에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2018년 정현 선수가 한국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세계 4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호주오픈테니스에서 세계최강 노박 조코비치를 꺾고 4강에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았고 이때부터 조금씩 젊은이들 사이에 테니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과 함께 일상생활과 스포츠활동에 각종 제약이 따르면서 실내테니스가 붐을 이루었습니다”
장민호 대표가 천호동에 ‘바비테니스’ 1호점을 시작한 것도 코로나19 펜데믹이 한창이던 이때였다.
맞춤형 고급화로 진화한 바비테니스
장민호 대표가 천호동에 ‘바비테니스’ 1호점을 개장할때만 해도 기본 시설만 갖추면 회원 유치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소위 회원이 밀어닥쳤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조금 시설이 떨어지거나 서비스가 부족해도 문제될 게 없었다.
이런 가운데도 장 대표는 다른 실내테니스장과 차별화에 눈을 돌렸다. 대표적으로 다른 실내테니스장들은 20~30분의 개인 레슨이 끝나면 별도의 개인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없었다. 실내라는 제약에다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이 필요한 테니스장을 감안해 개인훈련을 할 공간을 마련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바비테니스’에서는 최소한 레슨 시간만큼 개인훈련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레슨코트와 똑같은 숫자의 연습코트를 마련한 이유였다.
그리고 개인훈련은 벽치기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연습코트마다 볼머신을 구비함으로써 혼자서도 다양한 구질을 연마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실내테니스장은 장소가 좁을 수밖에 없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이 최대한 쾌적하고 조금이라도 넓은 환경에서 레슨을 받고 개인훈련을 할 수 있도록 코트의 좌우 상하로 충분한 여유를 두었다. 회원들을 위한 이 작은 배려(?)가 오히려 회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더 많은 회원을 끌어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회원이 늘어나면서 애로사항도 있었다. 바로 지도자 부족현상이었다. 코로나19로 실내테니스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문선수 출신으로 제대로 된 코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고교를 졸업한 전문선수들이 대학이나 실업팀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코치로 전향하는 사례도 나왔다. 전반적으로 지도자 자질이 부족한 코치가 양산되기도 했다.
이 바람에 한때 ‘바비테니스’도 지도자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에 장 대표는 자신이 직접 코치로 나서 회원들을 지도하는 한편으로 MZ 세대와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코치를 선임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쏟았다. 회원들의 불평이나 불만이 나오면 즉각 이를 반영해 시정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후반기부터 조금씩 코로나19에서 일상생활이 조금씩 정상화로 돌아오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에서 자율화로 바뀌면서 실내테니스 사업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회원들이 줄어 들기 시작한 것.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실내테니스장을 폐업하는 곳도 속속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대표는 오히려 지난 4월 천호동의 1호점보다 3배 이상 큰 규모로 길동 2호점을 개점했다.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장 대표는 위축되기보다는 더 공격적인 경영을 선택했다. 더불어 ‘바비테니스’는 회원 맞춤형 고급화로 진화했다.
바로 장 대표가 MZ세대인 덕분에 MZ세대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덕분이었다.
‘바비테니스’ 길동점에는 무엇보다 풀코트 길이 2면을 갖추고 있다. 가로가 조금 좁아 정식경기까지는 무리지만 동호인들이 친선 경기를 하는데는 손색이 없다. 천정이 낮은 것이 굳이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지하와 지상으로 이루어진 코트에는 공기청정기 등을 비치해 놓았고 연습코트에는 최신형의 볼머신도 구비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훈련이 끝난 회원들을 위해 120평 규모로 최고 수준의 피트니스 시설도 갖추고 전문지도자가 상주하고 있다. 얼핏보면 실내테니스장이라고 하기보다 피트니스장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될 정도로 다양한 기구들을 구비해 놓았다. 즉 테니스+헬스를 통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운동인 테니스를 즐기고 난 뒤 마무리 운동으로 헬스를 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남녀 샤워실도 각각 다른 층에 배치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그야말로 최고급 시설이다.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원하는 것은 모든 회원들이 당연하지만 MZ세대들은 특히 쾌적한 환경과 어디서 사진을 찍던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 이를 자신의 SNS에 올려 자신이 최고의 환경을 갖춘 장소에서 귀족스포츠인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 대표의 이 말대로 ‘바비테니스’가 다른 실내테니스장과의 차별화는 포토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테니스의 라켓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라켓과 함께 우리나라 테니스 선수로 사상 최초로 ATP 2개 대회를 석권한 권순우의 사인이 된 테니스 공도 있다.
여기에 함께 쓰인 ‘땀은 지방의 눈물이다’라는 글귀가 재미있다. 테니스를 통해 많은 땀을 흘리면 몸 속에 쌓인 비만의 주범인 지방이 빠져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몸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이와함께 이런 글귀도 눈에 띈다.
“Only I can change my Life, No one can do it for me”(오직 나만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누구도 그것을 대신할 수 없다.)
장민호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 대학시절 꿈꾸어 왔던 스포츠종합센터를 향한 첫 발을 이제 갓 떼었을 뿐이라고
. 정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