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4] [김학수의 사람 '人'] 60대 이상에게도 농구가 좋다...농구를 통해 평생 친구가 된 두 치과의사의 농구 예찬론
김학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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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4 10:25
운동에는 정년이라는 게 없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성경에 나와있는 말로 일하지 않고 ‘무위도식’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이 문귀를 운동도 관계된 것으로 바뀌면 ‘운동을 하지 않는 자 건강을 지킬 생각을 하지 말라’라는 말이 될 것 같다. 그만큼 운동과 건강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젊었을 적부터 치열한 삶을 살면서도 건강을 위해 운동을 쉬지 않고 있는 이들을 보면 이 말을 실감하게 된다. 취미 활동으로 시작한 농구를 평생 운동으로 즐기는 치과의사로 63세 동갑내기 친구인 백재현과 임석중씨도 그런 사람이다.
전북 익산 남성고, 원광대 치대 동기동창인 둘은 30여년간 개업의로 일하면서도 매주말이면 60대 동아리 농구팀 ‘리바운드’에서 함께 ‘실전 농구’의 재미에 흠뻑 빠진다. 국가대표 최장신 센터 출신 한기범, 윤진구 등 선수출신 등과 어울려 정식 경기를 하는 것이다. 3점슛, 레이업슛, 자유투, 블록, 리바운드, 스크린 등 선수출신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농구 기본기를 잘 갖췄다는 얘기를 듣는다.
지난 6월17일 오후 과천 관문체육공원 실내체육관. 60-70대 20여명이 체육관으로 모였다. 우리나라 최고령 농구 동아리팀 ‘리바운드’ 소속 멤버들이다. 백재현, 임석중 씨도 물론 이들 멤버들 가운데 포함됐다. “한 주동안 잘 지냈는가” “자네도 별일 없었지‘ 등으로 붉게 웃으며 간단한 인사를 마친 둘은 코트 주위를 몇 바퀴 돌고 이내 몸을 푼 뒤 곧바로 경기에 들어갔다. 60대의 나이로 몸을 젊은 선수들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여유있게 드리블을 하며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백재현씨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백재현 치과‘를, 임석중씨는 경기도 파주에서 ’치과 어른과 i들‘을 각각 운영중이다.
농구를 최고의 운동으로 여기는 두 원장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연중 매주말 하는 팀 운동모임에는 빠지지 않는다. 농구의 운동 효과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농구는 좋은 운동이다. 점프나 달리기를 통해 심폐지구력과 순발력을 향상시키며 건강을 유지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화합과 단합을 이루며 책임감 등 사회성을 높일 수도 있다”고 둘은 말한다.
고교 때부터 농구로 소통한 친구
중학교때부터 친한 친구 사이였던 둘은 고등학교에서도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면서도 운동을 좋아했다. 백재현 원장은 농구를, 임석중 원장은 축구를 즐겨 좋아하는 운동이 서로 달랐다. 하지만 고3 들어서 운명처럼 농구를 통해 진짜 친구가 됐다고 한다. 임 원장은 고3 반대항 농구대회에서 백 원장이 멋지게 슛을 날리는 것을 보며 농구 매력에 빠졌던 것이다.
그전까진 같은 반이었지만 썩 그렇게 가깝게 지낸 사이는 아니었다. 말 동무 정도쯤이었다. 백 원장이 “내가 농구를 가르쳐줄테니 한번 안해볼래”라고 먼저 농구를 배워볼 것을 권했다.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지만 이내 백 원장의 권유로 점차 농구에 발을 들여놓았다. 드리블부터 시작해 슛 쏘는 동작까지 기본기를 배웠다. 그 해 10월까진 경기에 한 번도 못 뛰었다고 한다. 구경만 하다가 어느 날 기회가 왔다. 동아리에서 1년 선배가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처음 임 원장이 경기에 나섰는데, 데뷔전은 늦게 배운 것 치고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후 농구에서 백 원장과 임 원장은 단짝이 됐다. 영화 ‘친구’에서 유오성과 장동건이 학교에서 가장 싸움을 잘 하는 친구로 만난 것처럼, 두 사람은 농구를 통해 인생의 친구가 됐던 것이다.
고3 입시생이지만 시간만 나면 먼저 풀풀 날리는 운동장 농구 골대에서 슛을 날리며 시간을 같이 보냈다. 방과 후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기분 전환을 위해 같이 농구를 하며 기쁨과 희망을 나눴다. 뒤늦게 농구를 배웠지만 백 원장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승부 근성을 발휘하며 빠르게 실력이 늘었다. 몇 개월 후 학교 내에서 둘이 뛰기만 하면 그들을 이길 팀이 없었다고 한다.
농구에 푹 빠져들며 우정이 깊어진 둘은 ‘같은 대학, 같은 과’로 진학해서도 농구를 같이 하자고 결심했다. 그해 11월 예비고사를 본 뒤 대학별 시험을 치렀다. 임 원장은 모 대학 공대에 합격했지만, 백 원장은 예비고사가 생각보다 잘 안 나와 아쉽게도 낙방하고 말았다. 임 원장은 서로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같은 대학, 같은 과’로 진학하자는 약속을 지키고 백 원장과 같이 재수의 길을 선택했다.
서울로 올라와 노량진 대성학원 1기가 된 두 사람은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도 농구를 즐기며 힘든 재수생활을 이겨냈다. 이문동 부근에서 외대, 경희대 동아리 팀들과 매주말 경기를 하면서도 자신들의 뜻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했다고 했다. 어느듯 다시 입시철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백 원장이 예비고사에서 원하는만큼의 성적을 받아 서울 주요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었던데 반해 임 원장이 생각만큼 점수가 안 나와 고민을 하게됐다. ‘같은 대학, 같은 과’를 가기로 약속한 둘의 의리가 빛을 발했다. 백 원장이 원광대 치대로 방향을 정한 임 원장과 동행하기로 한 것이다. 백 원장은 원광대 치대에 수석 입학, 장학금을 받게 됐고, 임 웑장은 무난히 합격할 수 있었다.
전국 최강의 치대 동아리 농구팀
둘은 원광대 치대를 전국 최강의 농구 동아리팀으로 이끌었다. 입학하면서 전국 치과대학이 5개에서 10개로 늘어나며 체육, 문화 행사가 전국 단위로 활발하게 펼쳐졌다. 원광대 치대는 발굴의 활약을 펼친 둘로 인해 단연 최강팀으로 자리잡았다. 둘이 가는 곳마다 승리가 따라왔다. 날렵한 슛쟁이 백재현, 묵직한 파워포워드 임석중은 치대 동아리 농구팀에서 최고의 스타였다. 팀이 이길 때마다 동료 남학생에게 많은 칭찬과 격려를 받았다. 여학생들은 둘을 최고 멋진 남자라며 ‘엄지척’을 세웠다고 한다.
둘은 농구의 힘을 알고 있었다. 건강에도 좋고, 팀웍을 만드는데는 최고라는 사실을 말이다. 동아리 농구대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출전했다. 이길 때는 같이 웃고 떠들었으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보탰다. 남성고 농구 동아리팀 후배들과도 경기를 하며 동문들의 정을 깊게 나누기도 했다.
본과를 포함해 6년간 재학 중 원광대 농구대회에서 단 1패만을 기록했다. 한의대에게 반 골 차이로 진 것이 유일했다. 백 원장의 특기는 상대를 떼어놓고 3점슛을 쏘는 것이었고, 임 원장의 특기는 큰 체격을 앞세워 골밑을 파고들어 슛을 만드는 것이었다. 밖에서 슛을 날리고, 골밑에서 기회를 잡는 둘의 스타일이 대조적이라 상대 팀들을 혼란하게 하는데 안성마춤이었던 것이다.
농구로 다시 만났다
치과대 졸업 후 둘은 떨어져 지냈다. 병역 의무를 위해 백 원장은 보건의를 선택했고, 임 원장은 육군 군의관이 됐다. 병역을 마치고 사회로 나온 두 사람은 개업의가 됐다. 백 원장은 강동구에서, 백원장은 중구 금호동에서 병원을 열었다. 병원 일에 바빠 운동을 여유를 갖지 못하고 2012년 모임에서 둘은 다시 운동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학교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건강도 지키기 위해 둘이 선택한 건 당연히 농구였다. 2013년 창단한 농구 동아리 ‘리바운드’에 참여한 두 사람은 선수 출신과 함께 하게 됐다. 둘 모두 동호인으로서는 뛰어난 실력을 갖춰지만 정식 경기에선 선수 출신과 교대로 출전했다.
백 원장은 “아무래도 선수출신이 우리보다는 낫다. 우리는 그래도 같이 뛴다는 즐거움으로 경기를 하는데 만족한다”며 “워낙 전체적인 팀 분위기가 좋아 매주말 연습때는 꼭 빠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임 원장은 2015년 대만에서 열린 50세 이상 대회에서 처음으로 참가해 준우승의 성적을 올린 바 있고, 55세 이상 국내 대회에서 MVP를 수상한 적도 있다.
농구를 통한 새로운 도전
두 사람은 중년의 나이에 농구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의사로서 봉사하며 동호인 농구인들과 함께 하는 삶이다. 백 원장은 20여년 전부터 해외 의료 자원 선교봉사대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 여름에도 의료 봉사를 위해 해외로 나갈 생각이다. 새를 키우는 취미를 갖고 있는 임 원장은 아이들이 새들과 함께 놀기위한 시설을 병원에서 마련해 놓고 동심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리바운드’팀의 안정적인 활동을 위해 개인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팀이 60-70대 전국 최강의 팀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두 사람의 보이지 않은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백 원장은 농구에 집중하기 위해 25년동안 싱글까지 쳤던 골프를 그만뒀다. 탁월한 운동신경을 가진 임 원장도 축구, 배드민턴 등 여러 운동을 했지만 이제는 농구만을 한다.
둘은 농구를 통해 깊은 친구 관계를 이뤘고, 여러 농구인들을 통해 농구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운동도 좋지만 농구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는게 둘의 얘기이다. 치과 전문의로 정년이 없다지만 운동만큼은 건강을 위해 정년이 없다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말한다. 60대 이상의 동호인 농구계에서 두 사람은 진정한 ‘농구 전도사’인 것이다.
리바운드는 어떤 팀
리바운드는 60대 이상으로 구성된 국내 최강의 동아리농구팀이다. 2013년 창단됐으며, 선수가 30여명에 이른다. 국내 역대 최장신 센터 한기범(60, 전 기아), 김유택(61, 전 기아)을 비롯해 윤진구(66, 전 한국은행), 박지영(62, 전 삼성), 김경수(60, 기아), 김주한(60, 기아) 최성오(63, 동국대) 등 선수출신과 비 선수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최연장자는 71세의 이각용씨. 국제 보험험을 하는 이 씨는 아직도 코트에서 같이 뛸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한다.
이들은 매주말 과천 관문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오후 3시간 정도 게임을 겸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보통 20여명이 모이며 서로 2팀으로 나눠 경기를 한다. 시니어 농구는 일반 농구와 같이 24초룰 등을 똑같이 적용한다. 하지만 나이 핸디캡을 적용해, 나이대에 따라 똑같은 슛이라도 +1점을 더 적용한다. 예를들어 60세 이상인 경우는 2점슛과 3점슛에 +1점을 더 올려준다.
리바운드팀은 지난 해 55세이상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60세 이상 부문에선 1,2차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거머쥐었다. 나이가 올라갈수록 이 팀을 대적한만한 데가 없는 것이다.
최연장자 이각용씨는 “여기서 운동을 하면 매우 즐겁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하니까 농구의 참 맛을 즐길 수 있다‘며 ”체력이 허락하는 한 농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