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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4]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막말...외교마저 이용하는 여야 무한대결이 원인이다

김학수 편집국장 | 2023-12-04 10:1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켰다. 복잡한 국제정세를 떠나 우리 국민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일개 중국 대사의 발언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 나라 안에서 행해진 발언으로 인해 국민적 감정이 크게 상했던 것이다.

싱하이밍 대사는 지난 6월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있었던 협박성 발언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여당과 한국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은 뒤 잠적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실상 한국에서 정상적인 대사직 업무수행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은 신냉전 시대 속에 중국이 외교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오만한지를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이날 싱하이밍 대사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다가 나중에 후회한다'는 협박 발언을 하여 논란을 불렀다. 바로 옆에서 듣고 있던 이재명 대표는 싱하이밍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논란이 더 일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대사관저로 들어가 싱하이밍 대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싱하이밍 대사는 갑자기 미리 준비한 200자 원고지 16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 15분 가량 한국말로 낭독하면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어른이 아이를 혼내듯, 양복 깃에 태극기 배지를 단 이 대표를 옆에 앉혀놓고 대한민국의 외교 현안을 조목조목 비난했던 것이다. 이 장면은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무엇보다도 싱하이밍 대사 발언의 내용은 권위적이며, 강압적이었다.

그는 "중국 시장에 순응하여 시기적절하게 중국에 투자를 한다면 중국 경제 성장의 보너스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는 노골적으로 한국을 무시하는 발언이었다. 우리나라의 친미 외교 정책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난하며,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외교 관례에 어울리지 않는 대단히 무례한 발언이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에게 친중외교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는 '주문'까지 했는데, 이는 내정간섭으로 볼 여지가 큰 발언이다. 한 나라를 대표해서 파견된 대사가 그 나라의 특정 정당에게 역할을 하라고 요청하는 것 자체가 큰 외교적 결례인 것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키워드에 대한 긍정/부정 감성이미지 확대보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키워드에 대한 긍정/부정 감성


윤석열 대통령은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싱하이밍 대사의 공개 발언이 외교적으로 부적절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싱하이밍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싱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우리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라고도 평가했다.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반대로 주한일본대사가 이런 태도를 보였다면 민주당은 야권이 일본 대사 추방하고 일본에 항의하라고 난리를 피우지 않았겠냐고 비판했다. 김석기 의원의 말대로, 만약 정반대 상황으로 국민의 힘 대표가 주한일본대사관저에서 주한일본대사와 만난 상황을 가정하여, 일본대사로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폐기 수용과 과거사 문제 종결을 요구하는 등 훈시를 듣는 와중 김기현 대표가 아무말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다면 야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왔을 것이다.

SBS 단독 취재로 뒷배경을 확인한 결과 애초에 주한 중국대사관측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찬 일정을 조율할 때는 "따로 이야기할 의제가 없다, 편하게 식사만 하자"고 했다가 자리가 시작되자 싱하이밍 대사가 갑자기 연설문을 들고 논란의 발언을 쏟아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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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감성도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회동 자리에서 나온 발언을 두고 "이 대표가 거기(발언)에 대해 좀 더 그 자리에서 문제점을 지적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밝혔다. 친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정 의원은 "싱 대사의 발언이 국가 간 해서는, 더구나 대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부적절한 발언 아니겠냐. 또 싱 대사가 과거에도 굉장히 과격한 발언을 많이 했지 않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싱 대사의 태도나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대사면 양국 수교 국가 사이 우호를 증진시키고 상호 이익을 서로 증진시키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외교관은 공식적 스파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국 정치인과 밥 먹고 농담하는 것도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외교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여야가 매한가지이다. 하지만 우리도 국위를 위해선 외교와 안보에서 여야가 정쟁 대신 한 몸으로 움직여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같은 막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김학수 월간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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