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인간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지구를 망쳐 놓고 있는 가장 멍청한 족속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이 '멍청하고 탐욕스러운' 인간의 탓이며, 그 희생자 역시 죄없는 다른 생명체는 말할 것도 없고 인간 자신들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지성들과 함께 쓴
'기후책
'(원제
: THE CLIMATE BOOK)은 지구를 망치고 있는 인간의 활동과 실상을 조망한 책이다
. 통계와 과학에 기반한
'예언
'이 함께 실려 있다.
케냐의 한 농촌에서는 2020년 2월 드넓은 옥수수밭이 사막 메뚜기 떼로 초토화되었다. 한 달 뒤에는 코로나19가 케냐를 덮쳤다. 비옥했던 토지는 엉망이 됐다. 또 다른 비극이 이어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옥수수의 철, 아연, 단백질 함량이 급격하게 낮아졌다. 케냐의 농가를 망쳐놓은 장본인은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호모 사피엔스, 인간이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12만년 전부터 아프리카를 벗어나 각 대륙으로 이동했다. 그때부터 대형 포유류의 대재앙이 시작됐다.
몸무게 90㎏에 이르는 비버, 나무늘보 '글립토돈', 대형 코뿔소, 몸집이 기린만 한 새 '모아' 등이 잇달아 멸종했다. 심지어 멸종종 안에는 같은 인간종인 네안데르탈인도 있었다. 인간은 같은 인간이어도 다른 종의 씨는 말렸다. 오로지 자신들의 종만 살아 남으려 했고 실제로 그랬다. 사피엔스가 정착한 시점과 이들의 멸종 시점은 정확히 일치했다. 인간이 불운의 씨앗이었던 셈이다.
대형 포유류에 이어 생명의 삶의 터전까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수많은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은 인간이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여섯번 째 대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은 지구 깊숙이 자리한 암석층에서 자원들을 끌어올려 산업 연료로 사용했다. 석탄과 석유 등 각종 부존자원을 통해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 과정에서 지하에 봉인돼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흩어졌다. 지구가 수십억년 동안 애써 붙잡아놓은 탄소를 200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마구 풀어낸 셈이었다.
이산화탄소는 화산에서 분출돼 대기와 바다로 들어가고 생명의 순환에 개입했다가 다시 암석에 축적되는 이동을 통해 지구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탄소순환'은 지구 환경 형성의 핵심이다.
인간이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이 환경 시스템을 파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케냐의 농부 메리가 겪고 있는 '삼중고'는 산업혁명 후 인간이 환경에 가한 결과였다.
지난 200년간 건물을 세우고, 철도를 놓고, 길을 닦으며 인간은 무수히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했다. 자동차부터 우리가 입고 있는 옷까지, 산업혁명 후 인류 문명은 탄소에 기반해 성장했다. 그 결과,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후 1도 넘게 상승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2도가 넘게 올라간다면 지구위험한계선을 넘어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티핑포인트'를 넘어서 대재앙이 빚어지는 아포칼립스를 향해 갈 수밖에 없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각국이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고 1.5도 안으로 억제하고자 노력하자고 의결한 이유였다.
책에는 녹아내리는 빙상과 경제학, 종의 손실, 감염병 팬데믹, 바다에 잠겨가는 섬, 삼림 훼손, 토양 황폐화, 물 부족, 미래 식량 생산, 탄소 예산까지 기후변화와 관련된 거의 모든 문제들이 담겨 있다.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는다면 '대재앙'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툰베리는 이제 스무살을 맞았다. 툰베리는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인생은 그 어떤 일도 흑과 백으로 가를 수 없고, 딱 떨어지는 해답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학의 세계, 물질의 세계는 인간사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현재의 소비를 유지하려면 지구 4개 정도가 필요하고, 만약 이 좁은 공간에서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한다면 인류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그는 말한다.
툰베리는 "기후 위기와 생태 위기는 식민주의 시대와 그 이전 시기부터 시작되어 누적된 위기다. 이 위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치우는 일에 나서지 않는 한, 이 일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후 위기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고 고칠 수 있는가는 전적으로 인간에게 달려 있다.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기후책 (The Climate Book). 김영사. 이순희 옮김. 568쪽.[전경우 월간마니아타임즈 기자/ckw8629@naver.com]